브뤼셀 벼룩시장에서 헐값에 산 복원 전 그림(사진 위)과 김주삼 소장이 복원한 라파엘로의 ‘의자에 앉아 있는 성모’ 모사화.30여 년 전 대학원 졸업을 위해 열심히 논문을 다듬고 있던 내게 벨기에에 다녀오신 P신부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브뤼셀의 벼룩시장에서 ‘성모자’ 그림을 헐값으로 샀는데, 나름 괜찮아서 당장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시 미술품 복원을 전공하고 있던 필자로서는 호기심과 함께, 신부님께 ‘벼룩시장에서 보물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일깨워주려는 마음으로 흔쾌히 응했다.신부님 손에 들려 온 것은 간신히 윤곽만 알 수 있을 정도의 성모자와 요한 세례자가 그려진 작품이었다. 무분별한 덧칠과 두꺼운 바니스(그림 보존을 위해 작품 위에 바르는 용액)가 덕지덕지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