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바로 옆에 창신동 쪽방촌이 있다. 길 건너 고급 호텔과 화려한 쇼핑몰에는 사람들로 넘치고 분주하지만, 여기는 조용하다. 무너지고 잃어버린 폐허와 함께 있는 조용함이다. ‘홈리스행동’ 활동가들과 함께 서울 곳곳의 쪽방촌을 방문하다 보면 이 세상은 빈곤과 풍요, 둘로 확연하게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한 건물에 한두 평 남짓한 방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누구라도 여기 와서 보면 사람 살 곳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다. 그런데 왜 여기에 사람들이 사는가?거리에 사는 노숙인을 포함해 쪽방·고시원·숙박업소 객실 등 ‘비적정’ 주거공간에 사는 이들을 홈리스라 부른다. 홈리스의 존재는 우리 사회가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예전에는 집을 갖는 것이 모두의 권리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