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기획특집 1897

[과학과 신앙] (13)바윗돌이 모래알이 되기까지 (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 부르던 동요 중에 이런 가사의 노래가 있다.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 돌덩이 깨뜨려 돌멩이, 돌멩이 깨뜨려 자갈돌, 자갈돌 깨뜨려 모래알~♬’. 이 노래의 제목은 ‘돌과 물’이며 아동 문학가이자 가톨릭 신자였던 고 윤석중(요한) 선생이 노랫말을 만들었다. 윤석중 선생의 노랫말은 지금 들어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할 만큼 명작들이 많은데, 예를 들어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젓가락 두 짝이 똑같아요~’의 ‘똑같아요’,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의 ‘우산’ 등의 곡들이 있다. ‘돌과 물’의 가사처럼 커다란 바윗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부서져 결국 모래알로 변화한다. 이것은 흐르는 물에 의한 침식, 온도 차에 의한 부피 변화, 바람과 생물에 의한 ..

기획특집 2025.01.17

생일이나 잔칫날·제삿날 먹으며 기쁨과 슬픔 함께 나눈 국수

노르베르트 베버, ‘독상을 받은 신부의 손님들’, 1911년 5월 21일 황해도 신천군 청계리, 유리건판,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잔칫상과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오른 국수우리 민족은 예부터 국수를 잔칫날 함께 나눠 먹으면서 기쁨을 나눴고, 상가에서 음복하며 먼저 세상을 떠난 이를 추모하고 슬픔을 달랬다. 돌·생일·회갑 등 태어난 날과 혼례 등을 축하하는 잔칫상에, 또 제사상 제수로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음식이 바로 국수였다.국수는 고려 시대 송나라에서 들어왔다. 스님들이 송나라를 왕래하면서 국수를 들여와 절간 음식으로 먹었고, 이후 상류사회 잔치와 제사 음식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지금은 밀을 수입해 밀가루가 흔하지만 20세기 초반만 해도 밀은 비싸고 귀했..

기획특집 2025.01.17

오스트리아 순례길 ‘비아 사크라’ 종착지인 성모 순례지 마리아첼

마리아첼 바실리카.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9월 8일)에 봉헌된 성당으로 14세기에 세워진 90m 높이의 호화로운 고딕 양식의 중앙탑과 1690년 이후 확장된 바로크 양식의 두 탑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1907년 준대성전으로 지정됐다. 필자 제공독일어권의 유일한 국가 성지처음 오스트리아 수도원에 답사 다닐 때 고속도로 표지판에 가톨릭 성인의 이름을 딴 지명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그 성인에게 봉헌된 성당이 있거나 성유물을 모신 곳이었습니다. ‘마리아’가 들어간 지명은 성모 순례지였습니다. 신성 로마 제국의 본가였던 오스트리아가 종교 개혁 이후 가톨릭 신앙을 수호자로서 성인을 공경하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장려했기에 그렇게 이름 붙은 겁니다. 멜츠 수도원에서 그라츠로 가는 길에 우연히 들른..

기획특집 2025.01.17

교회, 희생자의 영원한 안식 기원하고 아픔 나누며 유가족 위로

2일 무안국제공항 내에 설치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가뜩이나 얼어붙었던 우리 사회가 슬픔으로 가득 찼다. 무안국제공항은 사고 이후 통곡의 현장이 됐다. 승진을 기념해 일가족이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연부터 오랜 암 투병을 마치고 건강을 되찾은 기념으로 떠났던 여행이 마지막이 된 이들까지. 수많은 안타까운 사연이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을 찾아갔다. 2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철조망 너머로 검게 그을린 꼬리 날개가 보인다. 인근에서는 구조대원과 장병들이 비행기에서 튕겨져 나온 잔해를 수..

기획특집 2025.01.15

파병 북한군, 체제 유지의 ‘희생양’… 종전 위한 기도와 관심을

전쟁터에서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북한군 사진 한 장이 국제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어 북한군의 처참한 모습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국제적 이슈로 부상했다.북한은 지난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1만 명 넘는 병력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와 미국·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군 상당수가 실제 전투에 투입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수부대인지, 노동자인지, 죄수인지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북한 인력이 전쟁에 투입된 건 사실로 밝혀졌다.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2월 24일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전사자 한 명의 편지를 공개했다.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러시아) 땅에서”라고 시작되는 편지에는 “(러시아 땅에서) 생일을 맞는 저의 가장 친근한 전..

기획특집 2025.01.15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민생현장 발로 뛰는 ‘최길동’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현장에 민생의 답이 있다”보육·교육·안전 현장수십 차례 방문 ‘생활정치’신앙·정치활동의 공통점은이웃을 섬기는 것함께 해요! WYD 준비숙소·교통·위생·안전 문제의회가 꼼꼼히 챙길 것2024년 7월. 68년 만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시의회 의장이 된 최호정(가타리나) 의장이 취임 7개월 차를 맞았다. 평소 “현장에 민생의 답이 있다”며 생활정치를 강조해온 그는 수십 차례 직접 보육·교육·안전 현장을 방문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그에게 ‘최길동’이란 별명이 붙었다. 최 의장은 ‘신앙과 정치활동의 공통점은 이웃을 섬기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을사년 새해를 맞아 최 의장을 만났다.자유와 해방이 있는 희년2025년은 ‘푸른 뱀(靑蛇)의 해’로 불린다. 교회 전례력으로는 ..

기획특집 2025.01.15

신앙의 눈으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기품있는 노인들 일상 포착

노르베르트 베버(?), ‘노인’, 유리건판, 연도 및 촬영지 미상,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신앙과 삶의 품격 온몸에 배어있는 노인들예수회 신학자 칼 라너 신부는 참으로 인간다운 삶이란 자유 안에서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희망, 사랑으로 포착되는, 영원한 하느님의 무게를 지닌 삶이라고 정의했다. 곧 향주덕의 삶, 하느님을 향한 삶이 참으로 인간다운 삶인 것이다. 그러면서 라너 신부는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을 찾아 얻게 하는 것은 실상 이념이나 고상한 말이나 자아 반영이 아니라, 이기심에서 나를 풀어주는 행위, 나를 잊게 해주는 남을 위한 염려, 나를 가라앉히고 슬기롭게 해주는 인내 등”이라고 했다.인생에서 하느님의 무게를 지닌 삶을 진지하게 깨달을 때가 노년기..

기획특집 2025.01.05

박청수 교무가 ‘한국의 마더 데레사’라 불리는 이유

박청수 교무가 지난 11월 성 라자로 마을 한센인들을 위해 50년간 헌신한 공로로 이용훈 주교에게 감사패를 받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성 라자로 마을 제공성 라자로 마을(원장 유주성 신부)의 한센인들을 위해 50년간 나눔을 실천한 원불교 박청수(87) 교무(성직자)가 지난 11월 9일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에게 감사패를 받았다.이웃 종교 지도자가 50년간 나눔을 실천했다는 사실과 휠체어를 탄 박 교무 시선에 맞춰 무릎 꿇고 인사를 전하는 이 주교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 길로 박 교무를 찾았다. 타 종교 재단에 50년간 지원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박 교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차’ 싶었다. 종교를 넘은 애덕 실천이라고만 하기엔 그의 그릇은 훨씬 컸다. 일찌감치 원불교에 귀의해 어려..

기획특집 2025.01.05

이주노동자 100만 시대, 마음의 문 두드리며 초록빛 희망 선사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착한목자수녀회 '그린도어' 사무실 전경.지난해 5월 기준 국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수는 101만여 명에 달한다. 그야말로 ‘이주노동자 100만 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농촌 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은 매우 취약하다. 고립된 환경 탓에 각종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기도 하다. 급격한 도시화·고령화로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안 되는 우리네 농촌에서 이들은 아직 기본적인 주거권·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살고 있다.열악한 농촌 이주노동자들을 찾아가는 수녀들이 있다. 새해를 맞아 누구도 돌보지 않는 그들의 ‘코리안 드림’을 이뤄주기 위해, 이주노동자 가정이 춥고 배고프지 않도록 동반하는 착한목자수녀회 이주노동자 방문 사도직 ‘그린도어(Green Door)’ 현장을 동행했다.초록빛 희망을 향하..

기획특집 2025.01.05

[과학과 신앙] (12)달력을 보며 (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2024년이 가고 2025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이제 새 달력을 펼치며 새로운 1년을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보편적인 달력은 태양력(太陽曆)인 그레고리력(曆)으로 1528년에 그레고리오 13세 교황이 예수회 수도사제이며 천문학자인 크리스토퍼 클라비우스에게 제작하게 하여 반포한 것이다. 이는 B.C. 45년부터 시행한 로마의 율리우스력(曆)을 대체하는 것으로, A.D. 325년 콘스탄티누스 1세 시대 제1차 니케아 공의회에서 춘분일 후 보름이 지나고 첫 일요일을 부활절로 정했다. 율리우스력의 춘분일과 실제 천문학적 춘분일이 일치하지 않아 역법의 개편이 필요해서였다.태양력으로 1년은 태양이 황도(黃道, 태양이 지나는 가상의 길)를 따라 춘분점에서 출발하여 다시 춘분점까지 돌아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기획특집 2025.01.05

[과학과 신앙] (11)올베르스의 역설 (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크리스마스 트리 위에 있는 큰 별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경배하러 온 동방 박사들을 이끈(마태 2,1-10) 베들레헴의 별을 상징한다. 이 별은 많은 천문학자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체계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케플러 같은 근대 천문학자들은 베들레헴의 별이 사실은 별이 아니라 목성과 토성이 매우 가까워진 합(合) 현상에 의한 것이라 추정했다.현대 천체 물리학자들은 B.C. 5년 밤하늘에 등장한 신성(新星)을 베들레헴의 별로 추정하는데 이 신성에 대한 기록은 우리나라 삼국사기(三國史記) 및 중국 전한서(前漢書)에도 있다. 동방 박사들을 인도한 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지금도 어디선가 밤하늘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다.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별이 있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에만 40..

기획특집 2024.12.30

대부분 읽지도 쓰지도 못하지만 찰고 때 ‘요리문답’ 술술 암송

황해도 청계본당 팔상공소 신자들이 본당 주임인 빌렘 신부에게 찰고를 받고 있다. 노르베르트 베버, ‘찰고’, 1911년 5월 22일 팔상공소, 유리건판,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요리문답 제대로 외우지 못하면 불호령1909년 성 베네딕도회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사들이 한국에 진출해 1911년 서울 백동수도원을 설립하기 전까지 조선대목구는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교황 파견 선교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한국인 성직자도 있었다. 1911년 당시 한국에서 사목하던 한국인 신부는 불과 15명이었다.“독일인 새내기 선교사들은 신자 7만 1252명, 프랑스인 사제 41명, 한국인 사제 15명, 수녀 59명, 신학생 41명인 아주 작지만 매우 활기찬 대목구의..

기획특집 2024.12.30

가족 성화의 도시 아이히슈테트와 기적의 성유 상트 발부르가 수녀원

상트 발부르가 베네딕도회 수녀원. 1035년 대성당 성직자인 레오데가르 백작이 헤리베르트 주교의 제안으로 도시 성벽 밖 성녀의 무덤이 있던 곳에 성당을 세우고, 베네딕도회 수녀원을 설립했다. 현재 바로크 양식의 모습은 30년 전쟁 후 증개축한 것이다. 수녀원은 1826년 미국에 처음 진출해 50여 개 수도원이 속한 연합회로 성장했다.필자 제공가족 중심의 신앙이 뿌리 깊은 곳오늘 순례지는 뮌헨과 뉘른베르크의 중간쯤인 국립공원 알트뮐 계곡에 있는 아이히슈테트입니다. 지형상 프랑켄 고원의 낮은 협곡 지대에 있어 도시 전체가 아침저녁으로 안개에 파묻힐 때가 많습니다. 그 덕에 제2차 세계대전 중 폭격을 면해 중세의 고풍스러움을 간직할 수 있었지요.무엇보다 이곳은 도시 탄생 때부터 지금까지 신앙의 열기가 온전히 ..

기획특집 2024.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