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2025/02 20

바흐의 마지막 작품 ‘음악의 헌정’

어릴 때 성당에서 신기하게 보았던 것이 헌금 주머니다. 직접 줄을 서서 바구니에 헌금할 때도 있었고, 노래하는 신자들 사이로 헌금 바구니가 돌기도 하였다. 누군가는 헌금 바구니에서 몇 푼 가져가도 문제 없을 거라는 발칙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다른 그리스도교 분파는 모르겠지만 가톨릭교회는 헌금에 관해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에 헌금 통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지폐가 1000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천주교의 ‘천’이 하늘 천(天)이 아니라 일천 천(千)이라는 농담을 많이 하곤 했다.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서울 압구정동에 성당을 건립할 때의 일이다. 신부님이 지지부진한 모금에 조바심이 나셨나 보다. 1970~1980년대 압구정동에 있는 개신교회들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고, 가톨릭은 아직 건물도 올리지 못한 채 ..

문화출판 2025.02.04

[과학과 신앙] (15)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공식적인 첫 작품은 후원자였던 리아리오 추기경의 주문으로 만들어진 ‘술 취한 바쿠스(1497)’였다. 이 대리석 조각상은 로마의 술(포도주)의 신 바쿠스가 흥건히 취해 술잔을 들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로마인들이 신의 축복이라 부른 포도주는 인류 역사와 함께한 대표적인 술이다.하지만 포도주를 포도주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신의 축복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다. 미생물의 이 놀라운 역할은 1864년에 와서야 프랑스 화학자이며 생물학자인 루이 파스퇴르에 의해서 밝혀진다. 파스퇴르는 프랑스 북동부 릴 대학 화학 교수로 있을 때 지역 양조업자로부터 포도주 제조 시 제대로 발효되지 않고 시큼해지는 현상에 대해 조사 의뢰를 받고 해결책 찾기에 몰두한다. ..

기획특집 2025.02.04

설 떡국, 복을 나누며 간절한 한 해 소망 담은 축제의 음식

나이를 더해주는 설 떡국은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렸던 우리 조상들의 간절한 한 해 소망을 담은 음식이다.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가 1911년 5월 황해도 신천군 청계리를 방문해 떡을 만들고 있는 가족을 촬영했다. 유리건판,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설날 아침 밥 대신 떡국 올리고 차례 지내곧 ‘설’이다. 순우리말인 설은 한 해의 첫날, 곧 새해를 맞는 날을 뜻한다. 한자로 정초(正初)·원일(元日)·원단(元旦)·정조(正朝)·세수(歲首)·세초(歲初)·세시(歲時)·연두(年頭)·연시(年始) 등으로 표현된다. 설이란 말은 이미 삼국시대 때부터 쓰였으며, 조선 시대에는 한식·단오·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지냈다.왜 새해 첫날을 ‘설’이라고 하는지 그 유래에 대해선 해석..

기획특집 2025.02.04

1700여 년 신앙 역사 이어온 ‘주님 성의(聖衣) 성지’ 트리어 대성당

트리어 성 베드로 대성당(좌)과 성모 성당(우). 너비 38m, 길이 95m로 그중 약 40m는 4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이며, 서쪽 정면과 후진을 포함해 35m는 11세기에 증축됐다. 중세 전성기에 옛 로마네스크 성당 대신 고딕 양식의 성모 성당과 회랑을 완공해 연결했다. 필자 제공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주교좌 도시 트리어트리어는 모젤강이 흐르는 골짜기에 있는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입니다. 기원전 18년 무렵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트레베리아인이 살던 곳에 로마식 다리를 세운 날을 트리어의 시작으로 봅니다. 트리어는 로마 제국을 동서로 나누던 시기 서방 로마 제국의 수도였고, 전성기에는 약 8만 명이 거주하던, 알프스 북쪽에서 가장 큰 도시였지요. 현재 주민이 11만 명이 조..

기획특집 2025.02.04

그리스도 신앙이 급속히 퍼지자 교회 박해 일어나

사도들의 복음 선포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이 급속히 전파되자 유다인 지배층인 사제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 그리고 헤로데 아그리파 1세 임금이 교회를 박해하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데 수르바란 작 ‘성 야고보의 순교’, 유화, 1640년,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두 차례에 걸쳐 초대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과 성사, 그리고 은사를 공유했고, 재산을 공동 소유했으며 사랑을 함께 실천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사도들의 복음 선포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이 급속히 전파되자 교회를 경계하고 그리스도인을 적대시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가장 먼저 유다교 사제들과 성전 경비대장,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사도들을 박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제들은 성전에서 제사를 집전하는 이들이고, 성전 경비대장..

영성생활 2025.02.03

희망 찾아 길 떠나는 순례자

2025년 희년을 맞아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떠나며, 필자는 희년의 주제인 ‘희망의 순례자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 주제에는 교회가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간직해야 할 두 단어가 담겨 있다.먼저 ‘희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과 같이 희년의 취지를 밝혔다. “다가오는 희년은, 우리가 너무도 간절히 바라는 쇄신과 새로 태어남을 미리 맛보게 하는 희망과 신뢰의 분위기를 되살리는 데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희년의 표어를 ‘희망의 순례자들’로 선정한 이유입니다.”교황은 2014년 시복식을 기해 한국 교회를 방문했을 때도 한국 주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하였다. “기억의 지킴이, 희망의 지킴이가 되어 주십시오.”교황이 희망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이유는 이 시대가 어느 때보다 희망..

영성생활 2025.02.03

인간은 자연에서 ‘열린 세계’ 가진 유일한 존재

인간은 ‘세계 내 존재’로서 그 안에서 만나는 존재자와 관계하며 자기를 실현한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자연에 던져지기보다 세계에 던져진다. 인간이 자연이 아닌 세계 속에 있다는 것은 ‘철학적 인간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함축한다.동물이 생물학적으로 자연에 잘 적응하도록 진화되어 있다면,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생물학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인간은 자연에서 열등한 존재다. 스위스 동물학자 포르트만(Adolf Portmann, 1897~1982)에 의하면 인간은 출생 당시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1년 일찍 조기 출산된, 생리적으로 미성숙한 존재다. 또 독일 철학자 겔렌(Arnold Gehlen, 1904~1976)에 의하면 자연환경에 잘 적응된 신체 기관을 갖고 있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비전문화된 신체를 가진..

영성생활 2025.02.03

근원 밝혀주는 ‘고향’을 잊으면 누가 우리를 지켜줄까

우리 모두에겐 고향이 있다. 그곳은 우리의 근원이며 어머니이다. 설을 앞두고 어린이들이 세배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뉴시스“나는야 흙에 살리라. 부모님 모시고 효도하면서 흙에 살리라.” 오래전 홍세민이 부른 ‘흙에 살리라’는 “정든 고향 땅, 흙에서 살면 모든 것이 다 내 것인데 왜 고향을 두고 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한때 흙과 고향을 두고 도시로 떠난 젊은이들이나 흙을 지키며 사는 어른들에게 모두 위로와 힘이 되어준 노래가 아닌가 싶다. 떠난 이에게는 고향을 돌아보게 해주고, 남은 자에게는 흙을 지키는 소명에 감사하게 한다.흙은 모든 생물의 고향이다.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흙은 우리의 근원이자 우리가 돌아가야 할 최후의 자리다. 돌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이동을 넘어..

영성생활 2025.02.03

성사적 은총 속에 서로를 구원으로 이끄는 혼인

혼인은 부부의 계약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사’로 만든 것입니다. 세례성사를 받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이루는 혼인은 성사가 되므로, 이들의 혼인 생활은 성사생활입니다. 혼인 생활을 시작한 부부는 더는 인간적인 사랑이 아닌, 성사적 은총을 가진 초자연적 사랑을 나눕니다. 이는 서로 상대방을 구원할 수 있는 지극히 은혜로운 사랑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①혼인성사의 성경적 근거“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창세 1,28)“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 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8-9)“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서로 순종하십시오”(에페 5,21-33)② 혼인의 본질적 특성(교회법 제1056조)단일성 : 하느님 뜻은 한 남자와..

영성생활 2025.02.03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3주일, 하느님의 말씀 주일 - 희년 선포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2월 24일 2025년 희년을 맞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년 문을 개방하고 있다. OSV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고향 나자렛의 회당에서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61,1-2)이 적힌 두루마리를 펴시고, 이 말씀이 당신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하시며 ‘영적 희년’을 선포하십니다.‘희년’은 레위기(25,8-10) 규정대로 안식년(7년)이 일곱 번 지난 50년째 되는 해입니다. 희년은 기쁨과 자유와 해방의 해입니다. 희년이 되면 자신들이 속한 지파의 땅으로 돌아가야 했고, 농사짓던 땅은 조상 때부터 상속되어 오던 본래 주인에게 돌아가게 했습니다. 빚이 있으면 서로 탕감해줬고, 유다인 노예들은 모두 해방시켰습니다. 부자들은 다시 평범해졌고, 가난한 이들은 땅과 가족을 되찾아 새 출발..

영성생활 2025.02.02

[금주의 성인] 성 마르첼라 (1월 31일)

마르첼라 성인. 사진=가톨릭온라인마르첼라 성인은 예로니모 성인이 “모든 성인과 로마 부인들의 영광”이라고 칭송했던 사람입니다. 마르첼라는 325~335년 사이 이탈리아 로마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었고, 자비롭고 경건한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 훌륭한 교육을 받고 성장했습니다. 결혼한 뒤에는 7개월 만에 자식이 없는 상태에서 남편과 사별합니다.이때 마르첼라는 남은 생애를 자선과 기도, 그리고 고행하며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집정관 케레알리스의 구혼도 거절하고 동방 은수자들의 생활을 본받으며 살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마르첼라가 어렸을 때 그의 어머니는 아리우스파의 박해로 추방당해 로마에 피신했던 알렉산드리아의 성 아타나시오 주교와 그 일행을 아벤티노 언덕에 있는 저택으로 ..

영성생활 2025.02.02

에로스와 아가페는 사랑의 서로 다른 측면

신혼부부들이 2022년 5월 4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일반 알현을 마치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찾아 축복을 청하고 있다. 연인들은 에로스와 아가페가 통합된 사랑 안에서 하느님의 참사랑을 체험하는 참된 부부로 성장하게 된다. OSV‘가지려는 사랑’과 ‘내어 주는 사랑’으로 대비‘아가페’ 없는 ‘에로스’는 결국 타락하게 되고‘아가페’만으로는 인간적일 수 없기 때문제2장 사랑이란 무엇일까?전개 1. 교회 가르침 안에서 인간적인 사랑의 의미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에서 ‘에로스’적 사랑과 ‘아가페’적 사랑의 관계를 상세하게 설명하십니다. 에로스와 아가페는 같은 사랑의 서로 다른 측면이며, 하느님의 사랑도 이 두 가지 요소를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성생활 2025.02.02

긴 겨울을 자연이 얼마나 인내했는지 기억합니다

본당에서 뜻깊은 유아세례가 있던 날, 부모와 아이들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천영수 신부 제공 겨울에 오후 2시면 지던 해가여름엔 밤 11시가 넘어서도 환하게 비춥니다춥고 긴 어둠의 겨울을 인내해야길고 긴 여름날을 향유할 수 있다는 이치를 다시 깨닫습니다어머니 전상서어머니, 오늘은 날이 맑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알래스카 남쪽 지방은 우림 지대라 비가 많이 옵니다. 그래서 가끔 해가 뜨고 좋은 날씨를 맞으면 사람들은 성당에서 ‘오늘 당신이 이 햇볕을 가져다주어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합니다.다른 사람에게 맑은 날을 가져다주었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안 좋은 일들로 남 탓하기 쉬운 세상에 좋은 일이 생기면 남의 덕이라 생각하는 것이 마치 옛날 우리 모습..

기획특집 2025.02.02

한국 카리타스 50년, 지구촌 구석구석 사랑을 전하다

1993년 한국 천주교회 공식 해외 원조 시작한 당시의 모습.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제공한국 교회는 6·25 전쟁을 겪고 1980년대 중반까지 보편 교회 원조를 받아온 ‘받는 교회’였다. 그러다 1993년 공식 해외원조를 시작했고, 32년간 규모를 늘려가며 나눔을 실천했다. 그동안 전해온 누적 지원금만 775억 원에 달하는 대표적 ‘나누는 교회’로 성장한 것이다.특히 올해는 1975년 설립된 ‘인성회’에서 출발해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해외 원조 기구로 활약해온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조규만 주교, 이하 한국 카리타스)이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26일 제33차 해외 원조 주일을 맞아 한국 카리타스가 지난해 전 세계를 향해 펼친 나눔의 활약상을 살피고, 새해 활동 계획을 들어봤다. 장현민 기자 mem..

기획특집 2025.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