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이별을 약속하며저자 : 홍누리 “기계에 오류가 난 것 같아요. 다시 채혈해 볼게요.” 간호사는 당황한 표정을 애써 숨기고 있었다. 재검사 후 의사가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대학병원으로 가세요!” 어리둥절했다. 아침부터 그치지 않는 기침이 문제였을 뿐 그렇게까지 아픈 건 아니었다. 굳이 떠올려 보자면 근래 들어 수상쩍은 몸의 신호가 있긴 했다. 얼굴이 창백해 보인다는 사람들의 인사, 잦은 어지러움, 곳곳의 멍 자국 등.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서 추정 병명을 들을 수 있었다. ‘혈전성 혈소판감소성 자반증’. 오십 평생 처음 듣는 이름의 희귀 질환이었다. 인생의 중턱에서 만난 거센 바람 “혈소판 수치가 일반인의 1/10 수준입니다. 급성으로 혈소판이 감소하고 적혈구가 파괴되고 있어요.” 혈액내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