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모태신앙인이다. 외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과 함께 신부님이 지어주신 세례명을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다. 어린이집을 다니던 때에도 미사 때 조용히 있을 수 있었기에 (아마 부모님과 떨어져 유아방에 가는 것이 싫어 참았을 것이다) 주일 교중 미사에 온 식구와 같이 참여했다. 아빠가 퇴근한 뒤 자기 전에는 거실 한편 성모상 앞에 앉아 다같이 성가정을 위한 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성모상이 주는 느낌은 왜인지 모르게 따스했고, 매년 성탄절과 부활절이 다가올 때면 엄마와 구유를 만들고 달걀에 그림을 그리던 것도 생각난다. 초등학생이 되어 첫영성체를 준비하며 교리를 듣던 때 옆자리 친구가 자신은 꼭 잘해서 복사가 될 거라고 했다. 내게도 같이 복사가 되지 않겠느냐며 권유하던 친구는 매일 새벽 수녀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