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영성생활 1709

제사 지내도 되지만 축문·합문 등은 해선 안돼

한국 주교회의가 마련한 상장례와 제례에 대한 상세한 지침(1958년)은 몇 가지 행위를 제외하고 가톨릭 신자가 유교적 의례를 거행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가톨릭 신자로서 유교의 상장례와 제례를 지내도 됩니까?“교회는 민족들의 관습 가운데에서, 오류와 미신에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모든 것을 호의적으로 검토할 것이며 가능하다면 그것을 보존하고 육성할 것입니다.”(비오 12세의 회칙 「Summi Pontificatus」)우리나라 천주교에서 현재 사용하는 상장례의 전통은 유교적 관습의 일부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비오 12세 교황이 승인한 「중국 예식에 관한 훈령」(1939년)에 따르면 “시신이나 돌아가신 분의 상(像) 또는 단순히 이름이 기록된 위패 앞에 머리를..

영성생활 2024.09.23

[금주의 성인] 성 고르넬리오 (9월 16일)

성 고르넬리오. 출처=굿뉴스이탈리아 로마의 평범한 사제였던 고르넬리오 성인은 성 파비아노 교황이 순교한 뒤 14개월 만에 교황으로 선출됐습니다. 교황 선출이 오래 걸린 이유는 데키우스 황제의 극심한 그리스도교 박해 때문입니다. 교황이 된 고르넬리오가 이룬 주요 업적은 박해 중 배교를 선언했던 신자들을 용서하고 다시 교회로 받아들이는 화해 정책이었습니다. 데키우스의 박해로 인해 배교를 선언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박해가 끝나자 다시 교회로 돌아오기를 희망했습니다.사도좌가 공석으로 있는 동안 로마 교회를 돌보던 노바티아누스는 새 교황 선출에 불만을 품고, 스스로 교황이라 칭하며 교회 분열을 심화시켰습니다. 게다가 그는 배교를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심지어 죽어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죄로 단죄할 것을 주장했습..

영성생활 2024.09.23

[사도직 현장에서] 숲 해설가는 통역사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을 열어 밖을 본다. 작은 숲이 눈에 들어온다. ‘아침 숲’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일상이 참 좋다. 숲은 좋아하지만 등산은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숲은 바라보는 것이라 말하곤 했다. 그래도 가끔 숲에 들어가 숲길을 걷는 사람들을 본다.하지만 숲에 들어왔으면서도 산소를 내뿜는 나무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 대다수가 숲을 이루는 나무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숲이 말을 건네도 듣지를 못한다. 이제는 바라만 보던 그 숲으로 들어왔다. 숲이 말하는 것을 듣기 위해서다.숲 해설가가 되었다. 누군가 “숲 해설가는 자연의 빛깔과 모양들이 담고 있는 생태적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통역해 숲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람이다”(「숲의 언어」 남영화)라고 설명하였다. 여기에 사제로서 숲 ..

영성생활 2024.09.14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 맺기

계시(啓示)라는 말은 오늘날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을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아는 신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계시라는 말이 지닌 모호함으로 인해 오해도 많이 생긴다. 한국 신흥-유사종교에서 ‘직통 계시’, ‘천국 비밀의 계시’ 등의 표현이 종종 등장하는데, 자신들의 교주가 하늘나라의 감추어진 비밀을 하늘로부터 온 계시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주장할 때 주로 사용한다. 이는 계시라는 말을 교묘히 이용해 교주를 신격화하려는 의도를 지닌다.계시란 이전까지 감춰져 있던 것을 드러내 알게 한다는 의미다. 그리스도교 신앙에서는 하느님께서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에게 알게 하도록 친히 알려주신 것을 의미한다.그리스도교 신앙에서 계시란 단..

영성생활 2024.09.11

교회 공동체 안에선 모든 이가 동등한 형제

필레몬에게 보낸 서간은 바오로 사도가 도망친 종 오네시모스를 형제로 받아줄 것을 주인 필레몬에게 권고하고 있다. 성 필레몬과 아피아, 아르키포스 이콘.바오로 사도 서간 가운데 가장 짧은 글이 ‘필레몬에게 보낸 서간’(이하 필레몬서)입니다. 이 서간은 이름 그대로 필레몬 개인에게 보낸 서간이지만, 콜로새에 있는 그의 집에서 신앙생활을 했던 가정 교회 신자들에게 보내는 서간이기도 합니다.(2절 참조)아울러 이 서간은 바오로 사도가 직접 쓴 글로 인정받고 있는 일곱 서간 가운데 가장 뒤에 배치된 경전입니다. 그리고 필레몬서는 바오로 사도가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썼기에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과 함께 ‘옥중 서간’으로 불립니다.하지만 필레몬서가 정확히..

영성생활 2024.09.11

딥페이크 성범죄 그늘 아래 신음하는 청소년들

지금 우리 사회는 텔레그램 딥페이크(Deepfake) 포르노로 몸살을 앓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합성기술 앱들이 쏟아져 평범한 일반인들의 얼굴까지 음란물로 제작, 확산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출처=Wikimedia Commons한 마리의 새가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높은 천장에서 갈팡질팡 헤매는 새는 통로를 찾아 이리저리 버둥대지만 빠져나갈 문이 없다. ‘에어컨’이라는 편리한 문명의 도구로 인해 틈이란 틈은 모두 막혀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무기로 새를 겨냥하지도 않았고 해칠 생각도 없다. 오히려 날아가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창문이 없는 건물 자체가 새에게는 끔찍한 폭력의 공간이며 카오스다. 창문은 공간의 경계를 나눈다. 경계는 거리를 확보하고 타자를 존재하고 인정해주는 통로다. 경계를 ..

영성생활 2024.09.11

진위 논란 있지만 예수님 수난과 죽음 묵상 돕는 매개체

‘토리노의 수의’ 네거티브 필름 이미지. 출처=L’art et la Science, Jean-Pierre MOHEN요한 복음에는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이 놓여있는 동굴에 도착했을 때 예수님의 시신은 온데간데없고 시신을 쌌던 아마포와 얼굴을 쌌던 수건만 발견했다는 구절이 있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예수님이 돌아가셨다가 사흘 만에 살아난다는 부활 사건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간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동굴에 남겨진 아마포와 수건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남긴 유일한 물증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실제로 예수님의 수의가 존재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토리노의 수의(Shroud of Turin)’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이탈리아 토리노의 성 요한 주교좌성당에 보관되어 있어 이같이 불린다. 관련 기록에는 이 수..

영성생활 2024.09.11

성모님, 신앙의 대상 아니라 따라야 할 모범

조반니 바티스타 살비 작 ‘기도하는 성모님’, 1640~1650년경, 영국 내셔널 갤러리 소장. 가톨릭 신자들이 ‘성모님!''하고 마리아를 찾다 보면, 참 하느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님의 위치에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성모님을 성인 중의 으뜸이며 특히 교회의 ‘가장 완벽하고 훌륭한 믿음의 사람’으로서 공경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지, 성모 마리아 자체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닙니다.성모님이 공경받는 이유는 천주의 어머니이신 위치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명 때문입니다. 마리아의 생활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와 긴밀히 일치되어 있습니다. 또 마리아만큼 예수님 말씀의 발자취를 따른 사람이 없습니다.중세 교회 때 과도하고 그릇된 성모 신심의 분위기는 한때 성모님..

영성생활 2024.09.11

가톨릭 혼인 예식 후 폐백 드려도 됩니다

우리나라 전통 혼례를 거행하거나 그에 참석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아무런 지장이 되지 않는다. 다만 혼인 당사자가 교회가 인정하는 예식을 아울러 거행하였는지가 중요하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유교에서도 사후 세계를 믿습니까?“형제들이여, 여러분 민족들의 과거 역사를 바라볼 때 무엇보다도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현인들 사상과 대중의 삶을 지배하는 영적 가치들에 대한 감각입니다. (중략) 가족에 대한 여러분의 효성과 애착, 조상에 대한 공경, 이 모든 것은 영의 우선성을 보여줍니다.”(바오로 6세의 아시아 정부들과 국민에게 보내는 라디오 담화, 1970년 11월 29일)죽은 뒤에 사람이 어떤 세계에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유교 문헌에서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유교의 여러..

영성생활 2024.09.11

[금주의 성인] 성녀 노트부르가(9월 14일)

노트부르가 성녀. 출처=굿뉴스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노트부르가 성녀는 18살 때부터 한 백작의 집 하녀로 일했습니다. 성실하고 친절한 성격을 타고나 주인과 동료들에게 사랑받았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 또한 깊었습니다. 그래서 백작 부인의 허락을 받아 남은 음식을 매일같이 찾아오는 걸인들에게 나눠주곤 했습니다. 때로는 자신이 먹을 음식까지 아껴가며 선행을 베풀었습니다.백작의 첫 부인이 사망하고 들어온 두 번째 부인 오틸리아는 인색한 사람이었습니다. 노트부르가의 행동을 못마땅해하고 남은 음식을 돼지에게 먹이도록 했습니다. 낙심한 노트부르가는 자신이 먹을 음식을 아껴 몰래 나눠주었습니다. 특히 재계(齋戒)를 지키는 금요일이면 더욱 극기하며 자선을 베풀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알게 된 오틸리아는 자신의 집..

영성생활 2024.09.11

[사도직 현장에서] 「찬미받으소서」가 길을 비추다

젊은 시절, 어느 날 우연히 들꽃과 눈이 마주쳤다. 작은 꽃인데 따로인 듯하면서도 모여 있어 소담스러웠다. 그저 마음을 온전히 빼앗겼다. 그때부터 정원을 ‘가꾸고 돌보는 일’(가드닝 : gardening)은 시작됐다. 본당을 이동하면 먼저 하는 일이 야생화 심을 궁리였다. 인터넷 환경이 좋을 때가 아니었기에, 하나하나 식물도감을 찾아가며 익혔다. 인건비를 아끼고자 소나무 전지하는 방법도 어깨 너머 배웠다. 어설프게 전지한 탓에 애꿎은 나무도 여러 그루 고사시켰다.자연을 ‘가꾸고 돌보는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은 갈수록 깊어만 갔다. 그런데 어느 날 빛이 비쳤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찬미받으소서」라는 회칙을 발표하셨다.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환경백..

영성생활 2024.09.07

현세에서 선행에 힘쓰며 교회 가르침에 맞게 살아야

티토에게 보낸 서간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님의 재림을 생각해 현세에서 함부로 살지 말고 선행에 힘쓰며 교회의 건전한 가르침에 충실한 삶을 살아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티토 성인.성경학자들은 경전 내용과 교리 가르침이 비슷한 티모테오에게 보낸 첫째·둘째 서간과 티토에게 보낸 서간(이하 티토서)을 ‘사목 서간’으로 분류합니다.이들 세 서간은 티모테오와 티토에게 보낸 개인 서간일 뿐 아니라 원로 사목자가 젊은 교회 지도자들에게 그들의 직분과 실천해야 할 삶의 지침을 제시한 ‘공적 서간’입니다. 아울러 사목 서간들을 바오로 사도의 친필 서간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오늘날 대다수 성경학자는 이들 세 서간을 바오로 사도의 제자나 협력자가 쓴 ‘제2 바오로 서간’으로 규정합니다.티토에 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습니..

영성생활 2024.09.05

신앙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이유

가톨릭 신자들의 ‘비지성적 신앙’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가톨릭교회 내부에서 공통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그러나 어디 가톨릭 신자뿐이랴. 개신교를 비롯한 한국 대부분 종교인에게 해당되는 문제일 것이다.비지성적 신앙이란 신앙에 대한 이성적 숙고 없이, 계명 준수나 주일 미사 참여로 만족하는 신앙행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미사 참여와 같은 계명 준수는 신앙생활에서 중요하지만, 그 자체에만 머무른다면 큰 문제일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믿는지, 그 믿음이 나의 삶, 내가 사는 세상과 어떻게 상관하는지 등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삶과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신앙은 신앙주의나 근본주의 혹은 사적 계시 중심의 그릇된 신심이나 신흥 유사종교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교회는 전통적으로 신앙에서 이성이 지닌 중요성과..

영성생활 2024.09.05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되는 것”이 예수님의 공정

우리 사회에서 좋은 학교와 좋은 직장은 곧 ‘돈’과 ‘성공’으로 귀결된다. ‘좋음’은 참과 옳음과 아름다움과 무관한 ‘경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모습. 가톨릭평화신문DB동네 거리를 거닐다 보면 여기저기 선명하게 나붙은 ‘임대’라는 커다란 글자를 마주한다. 그런데 두 달, 석 달이 지나도 그대로인 것을 보면서 경기 침체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실감한다. 장사가 안돼도 임대료는 꼬박꼬박 내야 하므로 결국 월세 낼 돈도 못 버는 자영업자들은 가게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런데 부동산 중개인의 말에 의하면 경기 탓에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매물이 팔리지 않아도 건물주는 월세나 매매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건물주는 경제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재산이 있다는 말일 게다...

영성생활 2024.09.05

엑스선으로 찍은 예수상, 머리가 둘·팔이 넷인 까닭은

작자 미상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 14~18세기. 출처=les secrets des chefs-d’oeuvre, Madeleine Hours엑스선 사진에는 두 개의 머리와 네 개의 팔이 보인다. 출처=les secrets des chefs-d’oeuvre, Madeleine Hours프랑스 브장송 미술관이 소장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의 엑스레이(X-ray) 사진을 보면 머리가 둘이고 팔이 넷이라서 마치 힌두교의 시바신처럼 보인다. 회화 작품을 엑스선으로 촬영하는 것은 보존복원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했던 뢴트겐은 엑스선을 처음 발견한 이후 그림들도 엑스선으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는 물론, 물체를 파괴하지 않고도 내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이후 엑..

영성생활 202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