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영성생활 1505

[사도직 현장에서] 사별, 그 후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기에 3일이라는 장례 기간은 너무 짧다는 생각을 했었다. 부고를 돌리고, 장례식장을 알아보고, 장지를 준비하고, 손님들을 맞이하다 보면 정신없이 지나가는 3일. 상조회의 도움을 받고, 장지를 미리 정해두었다고 해도 사별 상실을 나에게 닥친 일로 받아들이고 고인을 잃은 슬픔을 다스리면서 장례를 치르기란 쉽지 않다.장례를 치르는 동안 고인과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기억을 통해 고인의 존재가 뚜렷해지는 경험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형식적으로 건네는 위로의 말에 일일이 답하느라 몸과 마음이 소진되기도 한다.그렇게 장례식이 끝나면 우리 사회는 사별자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떠민다. 이런 분위기 탓에 사별은 누구나 때가 ..

영성생활 2024.05.18

주님 사랑 속에서 찾는 ‘나의 길’

‘버킷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을 적은 목록이다. 누구나 만들 수 있겠지만, 치유가 어려운 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더욱 특별한 일일 것이다. 죽음을 앞둔 누군가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의미 없는 고통스러운 나날일 수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계획한 사람에게는 남은 열정을 불사를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일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나에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면, 나는 어떤 버킷리스트를 작성할까?이는 자연스럽게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여기서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내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실제로 원하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보통 우리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과 구분하지 못하고 ..

영성생활 2024.05.16

가장 먼저 쓰인 복음서, 예수님 행적 생생

마르코 복음서는 네 복음서 가운데 가장 먼저 저술됐기에 역사의 실제에 가장 가까운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복음서다. 마르코 복음사가 이콘.마르코 복음서는 네 복음서 가운데 가장 먼저 쓰였고, 분량도 가장 적습니다. 마르코 복음서는 원래 16장 8절까지고 이후 내용은 덧붙여졌습니다. 헬라어 신약 성경은 ‘Κατα Μαρκον Αγιον Ευαγγελιον’(까타 마르콘 아리온 에우안겔리온),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Marcus’,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마르코 복음서’라고 표기합니다.헬라어 ‘Μαρκοs(마르코스)’는 우리말로 ‘마르스에게 봉헌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마르스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이자 농사의 신입니다. 파종하는 3월을 ‘마르스의 달’이라 해서 라..

영성생활 2024.05.16

미디어는 환경이자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는 생물

‘스마트 글라스’ 등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기기를 신체에 부착한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생태학적 측면에서 사유하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출처=Wikimedia Commons“스마트폰만 뚫어져라 보고 있을 때가 오히려 더 좋았어. 그래도 그땐 잠깐이라도 눈을 뗄 수 있었잖아.” 머지않아 지금의 현실을 그리워할 날이 올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한때는 오랜 시간 하염없이 바라보는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차라리 텔레비전 볼 때가 좋았어. 그나마 가족이 함께 한곳에 있었잖아”라는 생각을 하니 말이다.가까운 미래에 전화·길 안내·번역 등 무엇이든 물으면 척척 대답해주는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는 세상이 온다고 한다. 스마트 기기를 더 이상 들고 다니지 않고 ..

영성생활 2024.05.16

「상재상서」 남기고 선교 사명에 가장 충실한 제자

윤영선 작 ‘성 정하상 바오로’출 생 | 1795년 경기도 남양주시 마재순 교 | 1839년(44세) 서소문 밖 / 참수신 분 | 회장·신학생승천하신 예수님 유언 실현에 매진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발현하는 모습은 예사롭지가 않다. 부활이 우리 인식의 한계를 초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빈 무덤, 정원지기인 줄 알았던 마리아 막달레나, 빵을 떼어주실 때 비로소 예수님을 알아보는 엠마오의 제자들. 심지어 닫힌 문으로 들어오셨다는 성경의 말씀들까지 제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방식대로 예수님의 부활을 인식하고 깨달았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은 십자가에 돌아가신, 우리가 알고 있던 바로 그 예수님이 살아나셨다는 고백이다. 예수님의 승천 또한 상식을 뛰어넘는 부활의 또 다른 양상이다.“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

영성생활 2024.05.16

성체가 크든 작든 거룩한 예수님의 몸

신부님의 큰 성체 멀리 있는 신자들도 잘 볼 수 있게 성체 쪼개는 것, 예수님 죽음 의미영성체 방법 왼손으로 받고 오른쪽으로 집어서 조심스럽게 입으로 모셔와 영해야 미사 후 한 학생이 와서 묻습니다. “신부님 성체는 왜 커요? 우리가 모시는 성체는 작은데?”성체 크기가 다른 것이 몹시 궁금했나 봅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세례를 받고 성체를 받아 모시면서 궁금했던 부분이었습니다.“그건 말이야, 성당에 모여 함께 미사에 참여하는데 성전 앞에서 뒤까지 신자들이 많잖아? 그런데 작은 제병을 사용하면 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신자들이 잘 안 보일 수 있잖아? 먼 곳에 있는 신자들까지 잘 볼 수 있게 하려고 큰 제병을 사용하는 거야. 그래서 신부님이 큰 성체를 드는 거고, 큰 성체를 쪼개서 모시는 거야. 신자들은 ..

영성생활 2024.05.16

[생활속의 복음]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지금 여기 함께하시는 예수님과 기쁘게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지상에서의 모든 활동을 마친 예수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셔서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으심을 기리는 날입니다.승천에 대한 설명이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저 하늘로 장소를 옮기셨다는 인상을 주지만, 그것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어 시간과 공간의 한계와 제약을 벗어난 분이 되셨음을 의미합니다. 부활하시어 승천하신 예수님께서는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을 넘어서는 영원한 분이시고, 공간적으로는 동시에 모든 곳에 계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어디서나’ 모든 이들과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이러한 말씀대로 승천하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부여하신 사명은 복음 선포였습니다. 그 제자들은 예수님께..

영성생활 2024.05.15

[금주의 성인] 성 마티아(5월 14일)

마티아 성인. 사진=굿뉴스‘하느님의 선물’이란 뜻의 마티아 성인은 열두 사도 중 유다 이스카리옷의 배반과 죽음으로 비어있는 자리를 채우기 위해 선출된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기존 사도들은 성 요한 세례자가 예수님께 세례를 주던 때부터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승천까지 줄곧 동행했던 이들 가운데에서 부활의 증인이 될 사람을 뽑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후보자로 마티아와 바르사빠스라고도 하고 유스투스라는 별명을 지닌 요셉을 앞에 세우고 기도한 뒤 제비를 뽑아 마티아를 사도단의 일원으로 받아들였습니다.(사도 1,15-26) ‘마티아’는 당시 그리스 문화권에서 흔했던 이름으로, 그리스어 ‘마티아스’와 히브리어 ‘마티티아’에서 유래했는데, 이름의 뜻 그대로 주님의 선물로서 열두 사도단의 일원이 됐습니다.신약성경 ..

영성생활 2024.05.15

가톨릭교회는 이웃 종교를 존중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6년 11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를 방문해 이스탄불의 이슬람 최고 지도자(대 무프티)인 무스타파 카그리치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OSV 인간은 초월적 가치 추구하는 영적 존재종교는 이와 관련된 사회적 문화적 활동전 세계 73억 명 인구 중 신앙인 84%“가톨릭교회는 이들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생활 양식과 행동 방식뿐 아니라 그 계율과 교리도 진심으로 존중합니다.”(「비그리스도교 선언」 2항)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는 유다교를 비롯해 힌두교·불교·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을 평화로운 세상을 함께 이룩할 이웃이자 진리에 대하여 대화할 상대로 삼았습니다. 이에 가톨릭평화신문은 36번째..

영성생활 2024.05.15

성녀 이 아가타, 삯바느질로 노모와 어린 동생 돌보며 신앙생활

윤영선 작 ‘성녀 이 아가타’출 생 | 1784년 경기도 이천시순 교 | 1839년(55세) 서소문 밖 / 참수신 분 | 과부육신의 생명을 부활로 성숙시킨 성녀5월 첫 주일은 생명 주일이다. 생명이 경시되는 풍조에 경종을 울리고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참된 가치를 되새기자는 취지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완전한 승리가 부활이고, 부활 축제는 영원한 생명의 가치를 만천하에 고하는 선포다. 그러므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그리스도인의 태도는 부활을 살아가는 삶의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옛 교우들이 신분과 빈부의 차별을 두지 않았다거나 가난한 이웃에게 애덕을 베풀었다는 흔한 이야기는 생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성찰하게 한다. 인권이라는 말을 몰랐더라도, 생명의 가치를 세련되게 말하지는 못했어도 그들의 몸과 마음은..

영성생활 2024.05.08

소비로 존재감 누리려다 보니 ‘더’ 반복하며 탐욕 생겨

상징 자본은 이미 우리 안에 깊숙이 들어와 차별적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통증이 없는 상징 폭력으로 소리 없이 경제적 약자들의 영혼을 잠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출처=pixabay“아기를 낳고 나서 한동안 울면서 보냈어요.” 어린아이를 안고 오랜만에 나타난 S의 말이다. 여느 산모가 그러하듯 호르몬의 변화나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감이라 여겼다. 그런데 순간 ‘현대판 산후 우울증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를 바라볼 때마다 ‘이렇게 예쁜 우리 아기가 흙수저구나’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어요. 주변에 다른 사람들은 다 잘사는데⋯. 매일 눈물만 나더라고요.”S는 남편이 직장에 나간 후 아기와 홀로 남겨진 자신이 불쌍해 보였단다. 그는 인스타그램 헤비유저..

영성생활 2024.05.08

나의 바람을 물으시는 분

우리가 갖는 오해 중 하나는 신앙이 ‘바람’과 반대라는 생각이 아닐까. 신앙은 순종이며, 우리의 바람보다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바라시는 것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물론 옳은 말이지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자녀가 하느님 아버지께 과연 기쁨일지는 의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랑하시는 당신 자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으시고, 그것이 좋은 것이면 이루어지기를 바라지 않으실까.각자의 신앙 여정에서 ‘바람’이라는 것에 대해 잠시 성찰하면 어떨까 한다. 나는 바란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 바람을 위해 어떻게 살고 있나?먼저 우리가 경험하는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에서 출발하자. 루카 복음 13장에는 빌라도에게 학살당한 갈릴래아 사람들, 실로암 탑이 무너져 깔려 죽은 사람들 이야기가 등장한다.(루카 1..

영성생활 2024.05.08

‘교리교사의 복음서’ ‘교회의 복음서’ 마태오 복음

마태오 복음서는 미사 중에 가장 많이 봉독되는 복음서이다. 그래서 신약 성경 첫 자리에 배열돼 있다. 아울러 초대 교회부터 신자 교육용으로 널리 읽혀 ‘교리교사의 복음서’, ‘교회의 복음서’로 불려 왔다. 귀도 레니, ‘성 마태오와 천사’, 1635~1640년, 바티칸박물관.마태오와 마르코, 루카 복음서는 공통된 원천을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그래서 이 세 복음서를 ‘공관 복음(συνοψιs ευαγγελιον-쉬놉시스 에우안겔리온)’이라 부릅니다. 헬라어 ‘συνοψιs’는 우리말로 “함께 보다”라는 뜻입니다. 이를 한자로 ‘共觀(공관)’이라 표기한 것이지요.공관 복음서는 내용 흐름과 형식이 서로 참 많이 닮았습니다. 마르코 복음서의 80%가 마태오 복음서에, 55%가 루카 복음서에 옮겨졌습니다. 내용도..

영성생활 2024.05.08

전 세계 그리스도인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주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5일 로마의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마무리하며 이탈리아 정교회 폴리카르포스 대주교가 목에 걸고 있는 성모자 이콘에 입 맞추고 있다. OSV매년 1월 18일부터 25일까지 8일간 진행대륙별 특정 국가서 기도 주제 초안 준비교황청 등서 검토해 전 세계 교회에 보내2009년 기도 자료집 초안 한국 교회서 마련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은 해마다 1월 18일부터 25일까지, 또는 주님 승천 대축일과 성령 강림 대축일 사이의 알맞은 시기에 전 세계의 그리스도인이 한마음으로 일치하여 기도하는 주간을 말합니다. 이 주간에는 예수님께서 세우신 하나인 교회의 일치를 위하여 역사 속에서 갈라진 가톨릭교회와 정교회, 개신교의 여러 교단이 함께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위하여 특..

영성생활 2024.05.08

[금주의 성인] 성녀 로사 베네리니(5월 7일)

로사 베네리니 성녀. 출처=굿뉴스로사 베네리니 성녀는 훌륭한 의사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총명하고 비범했고, 그리스도교 가정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 많은 재능을 계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삶과 신앙을 처음 책으로 쓴 지롤라모 안드레우치 신부에 의하면, 로사는 7살 때 이미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1676년 가을, 로사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서원을 완성하리라는 기대를 안고 카타리나 성녀의 도미니코회 수녀원에 입회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몇 달 만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빠인 도메니코는 2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고, 얼마 뒤 어머니 또한 눈을 감았습니다. 언니마저 결혼으로 집을 떠나 로사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 이제 막 24살..

영성생활 2024.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