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스마트폰에 손이 가고 자극적인 숏폼에 빠져있다면 우리의 뇌가 정말 안녕한지 물어야 할 것 같다. 출처=Wikimedia Commons
“숏폼(short-form)에 빠지면 영화관 못 간다. 당신의 뇌는 지금 MSG(조미료)에 절여져 있다.” 뇌 인지과학 전문가 이인아 교수가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만약 좀이 쑤셔서 영화관에 안 간 지 오래되었다면 아마도 숏폼 때문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뇌가 “장기간 숏폼 콘텐츠에 노출되면 뇌는 퇴화되고 기억의 뇌인 해마는 점점 자기의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렇게 되면 학습력은 물론 기억하고 집중하고 사고하는 일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저 원초적 본능만 자극하고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의 과다분비로 내성을 불러오고 중독에 빠지게 할지도 모른다.
최근 숏폼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2011년 유행처럼 번지던 신조어 ‘팝콘 브레인’이 요즘 숏폼중독 현상으로 다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 교수가 만들어낸 용어인 ‘팝콘 브레인’은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할 경우 뇌가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숏폼에 익숙해진 뇌는 팝콘처럼 짧은 시간 안에 즉각적으로 요란하게 터져야만 반응한다. 짧고 강렬할수록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짧은 시간 내에 즉각적 보상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은 엄청난 쾌감이다. 틱톡(TikTok)·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인스타그램 릴스(Instagram Reels) 등 숏폼 플랫폼은 주의력을 단기간에 파편화시키고 짧게 이어지는 끊임없는 자극으로 중독성을 높인다. 조금이라도 길거나 느슨한 형태의 콘텐츠에 집중하기 어렵다. 생각을 요구하는 질문이나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과제를 해결할 의지력도 약화된다. 그러면서 습관적으로 고독감을 해소하기 위해 숏폼에 빠져든다. 코카인에 의존하는 사람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 폭발적으로 밀려오는 도파민에 취해 멈출 수 없는 유혹으로 숏폼 콘텐츠에 중독되어간다.
우리의 뇌, 정말 괜찮은 걸까? 집중력과 몰입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지루하고 느린 것을 못 견뎌하지는 않나? 자극적이고 중독적 욕구와 재미에 더 빠져들고 있지는 않나? 정말 나의 뇌는 MSG에 절여져 있는 것은 아닌지?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자꾸만 스마트폰에 손이 가고 자극적인 숏폼에 빠져있다면 우리의 뇌가 정말 안녕한지 물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나 자신도 모르게 중독적 습관을 장착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또 다른 중독적 습관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담배를 끊었는데 술을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을 안 먹는 대신 케이크를 먹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숏폼에 빠져있다면 대체해줄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나의 ‘정서’와 ‘감정’에 대한 알아차림이 중요하다. 우리 대부분은 생각으로는 자신의 나쁜 습관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나쁜 습관의 고리를 끊으려 노력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마음이 움직여주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머릿속은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인해 수시로 충돌하고 갈등하기 때문이다.
뇌의 사령관인 생각의 뇌 전두엽은 ‘오늘은 책을 읽을까?’ ‘집안 정리할까?’ ‘밤 시간 고요한데 기도하면 어때?’라고 제안한다. 그런데 그런 일을 수행하기 위해 에너지를 공급해줘야 할 감정과 정서의 뇌인 변연계는 ‘지금 피곤해. 그냥 숏폼이나 보면서 놀 거야’ 하면서 저항한다. 전두엽이 ‘그건 시간 낭비야!’라면서 밀어붙이면 체내 환경을 담당하는 정서의 뇌에 비상이 걸린다.
생존의 뇌인 뇌간은 불안감에 심장박동과 맥박이 빨라지면서 불편해진다. 건강한 습관으로 대체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오히려 본능적이고 원시적인 감정이 마구 올라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뇌의 피로가 쌓이고 분노와 충동조절이 안 되며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몰려온다. 생존의 욕구에 강한 뇌는 ‘안전기지’로 도망갈 수밖에 없다. 숏폼 영상 보는 습관을 끊으려다 다른 중독적 습관으로 옮겨갈 수도 있는 이유다.
그렇기에 평소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의식하면서 에너지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내려면 서서히 작은 걸음부터 옮기면 좋을 것이다. ‘딱 10분만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읽을까?’ ‘매일 저녁 딱 5분만 촛불 켜고 기도할까?’ 감정의 뇌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5분 정도야’라면서 크게 저항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좋았어’, ‘할 만한데’라는 마음의 움직임이 있다면 성공이다.
<영성이 묻는 안부>
오른손으로 밥 먹다가 어느 날 갑자기 왼손으로 먹게 되면 얼마나 신경 쓰이고 불편하겠어요. 마찬가지로 익숙한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만큼 두려운 일은 없습니다. 뇌의 생각과 감정을 관장하는 신경계는 긴밀하게 얽혀 있기에 뇌의 시스템끼리 불필요하게 갈등하고 다투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뇌의 리더인 전두엽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심어줘야겠어요. 많은 신경학자는 깊이 묵상하거나 기도하는 사람은 전두엽이 활성화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자비와 인내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기도와 묵상은 행복한 뇌, 사랑의 뇌, 영적인 뇌로서의 전두엽을 돌봐주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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