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영성생활 1505

함께 걷는 시노드 여정과 영적 쇄신

2023년 한국을 방문한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은 전주 치명자산 성지에서 특별 강연을 진행하였습니다. 몬시뇰은 우리가 많은 변화와 위기로 둘러싸인 도전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교회가 자기중심적으로 자기만 돌보는 것은 살아계신 그리스도께 향하는 문을 닫는 것이라고 경고한 몬시뇰은 모든 위기는 가능성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몬시뇰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신앙 성숙은 위기를 통해 가능하며, 성숙한 신앙만이 이 시대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신앙의 성숙과 관련해 몬시뇰은 세상의 사건에 대한 관상적 접근을 배워야 한다며 영적 식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시대의 징표를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에 관해 언급한 몬시뇰은 소셜미디어·신문·텔레비전이 ..

영성생활 2024.05.08

[사도직 현장에서] 사별자를 위한 ‘디딤돌’

오래 전에 본 이철수 선생님의 ‘싹들 노래’라는 판화 그림 옆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콩 씨를 가려 성한 것만 밭에 심고 상해서 온전하지 못한 것들은 뒤 안에 내다 버렸습니다. 비 갠 어느 날 뒤뜰에서 그 못난 콩 씨들이 일제히 싹을 틔워 올리는 장관을 보았습니다. 다 살아 있었습니다.”이 간단한 글은 나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한 동안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얼얼하면서 상기된 채로 있었다.‘싹들 노래’는 “⋯아무도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라는 착한 목자 예수님의 말씀과 함께 어떤 사람이든 귀하게 여기고 보살피는 일을 소명처럼 생각하도록 나를 이끌었다. 나는 계속 사람들 사이로 그들을 보살피도록 보내졌고, 성한 듯 보이나 온전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었다.지금 내가 만나..

영성생활 2024.05.08

[생활 속의 복음]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저는 지구장이 되고 난 후, 본당 사제일 때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신앙인들을 바라보면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 문제를 좀 더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라는 명령을 신앙인들이 어떻게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묵상하게 됩니다.제일 먼저 떠오르는 관계의 대상은 배우자일 것이고, 다음은 자녀이며, 마지막으로는 부모님일 것입니다. 과연 배우자를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 것처럼 지금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저는 다소 회의적으로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거침없는 말투로 대하고, 때론 화해하면서 살고 있지만, 그 상처가 마음속 깊이 남아 결혼을 후회하는 마음이 몰려올 때도 있을 것입니다. 자녀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들이 커가면서..

영성생활 2024.05.07

거짓말은 먹음직스런 ‘선악과’처럼 달콤한 유혹

과잉소통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거짓말인줄 알고도 자주 듣고 보면서 믿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은 인류 최초의 거짓말쟁이인 성경 속 뱀이 아담과 하와에게 과일을 따 먹도록 한 모습을 그린 작품. OSV“우리 모두는 거짓말을 하지. 진실을 말하는 것처럼 웃으면서 쉽게 거짓말을 해.” 드라마 ‘SKY 캐슬’의 OST곡 ‘We All Lie’의 한 대목이다. 웅장함과 우아함 그리고 몽환적이기까지 한 이 노래는 ‘우리는 가짜고 거짓말쟁이’라고 장엄하고 당당하게 선포한다. ‘돈과 명예 그리고 외모, 다 갖추고 싶어? 그러면 적당한 위선과 거짓으로 가면을 쓰고 서로를 속여야만 해!’라며 유혹의 손길을 보내는 듯하다. 나만 거짓의 그늘 속에 있는 것 같아 부끄럽고 비굴하게 느껴질 때, 노래는 ‘괜찮아! 우리 다..

영성생활 2024.05.02

최경환 성인, 기도하고 일하며 가난한 이웃에게 자선 베풀어

윤영선 작, ‘성 최경환 프란치스코’출 생 | 1805년 충청남도 청양군 다락골순 교 | 1839년(34세) 포도청 옥 / 옥사신 분 | 회장성실한 노동자 성 요셉 닮은 최경환 성인5월 1일은 노동자 성 요셉 축일이다. 목수였던 요셉 성인은 일생 노동하면서 성가정을 돌보셨다. 하느님을 찾고 천상의 삶으로 인도되는 데는 기도하는 것만큼 노동이 중요함을 요셉 성인의 삶에서 느끼게 된다. 베네딕토 성인의 가르침에서 유래했다는 수도자들의 좌우명도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이다. 즉 노동과 기도의 조화를 강조한 것이다.그들은 노동의 품위를 경건한 기도에 버금가는 가치로 인식하고 있었다. 신앙 때문에 이리저리 떠돌며 스스로 나그네 신세가 된 선조들 역시 힘겨운 일상을 거룩한 경지로 끌어올린 주인..

영성생활 2024.05.02

식어버린 믿음 꾸짖으며 예언자의 도래 예고

히브리어 구약 성경 제1경전인 「타낙」은 말라키서로 예언서 전체를 마감한다. 아울러 그리스도교는 “보라, 주님의 크고 두려운 날이 오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엘리야 예언자를 보내리라”(3,23)라는 말라키서의 이 말씀에 주목해 말라키서를 신약과 구약을 잇는 경전으로 구약 성경 맨 마지막에 배열한다. 말라키 예언자 이콘.히브리어 ‘말라키’는 우리말로 ‘나의 사자(使者)’, ‘나의 심부름꾼’이란 뜻입니다. 이를 음차해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은 ‘Μαλαχιαs’(말라키아스),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Malachias’,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말라키서’라고 표기합니다.히브리어 구약 성경 제1경전인 「타낙」은 말라키서로 예언서 전체를 마감합니다. 아울러 그리스도교는 말라..

영성생활 2024.05.02

나약함을 인정하고 주님 자비를 느끼자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루카 6,27)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일어난 다툼 중, 가장 큰 다툼은 아마도 원수 사랑의 계명을 듣고서 일어나지 않았을까. 솔직히 예수님의 이 계명은 불가능해 보인다. 기쁘고 행복하기 위해, 마음의 평화를 위해 신앙을 선택했는데, 신앙은 왜 나에게 걸림돌로 다가오는가?그렇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당한 만큼 똑같이 갚아주는 것이 더 정의로워 보인다. 아예 피하거나, 관계를 단절하는 방법도 있다. 예수님이 만약 그렇게 답하셨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과연 그것이 나의 마음을 진정 자유롭게 할까?예수님의 계명을 ‘존재의 변화’로 접근하면 어떨까.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궁극적 이유는 단순히 천국행 티켓을 얻기 위해서도, 마음의 평화를 얻..

영성생활 2024.05.02

[금주의 성인] 성 필립보 사도(5월 3일)

성 필립보 사도. 출처=굿뉴스성 필립보 사도는 성 베드로 사도와 안드레아 성인과 같은 고향인 갈릴래아의 벳사이다 출신으로, 일찍이 예수님의 제자로 불렸습니다. 필립보는 성 요한 세례자의 제자인 듯하며, 공관 복음서의 사도들 명단에서 다섯 번째로 등장합니다.(마태 10,3; 마르 3,18; 루카 6,14; 사도 1,13)그의 역할이 비교적 잘 언급된 곳은 요한 복음서입니다. 필립보는 예수님으로부터 직접 제자로 선택되었고,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와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나타나엘 성인을 그리스도께 인도했습니다.(요한 1,43-51) 예수님께서 빵 5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신 기적을 행하시기에 앞서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라고 물으셨을 때 단순히 비용적 측면만 ..

영성생활 2024.05.02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그리스도교파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전경. 출처=문화재청영국 토착 신앙 전통서 개혁 신앙 받아들일 때정치적 이유로 가톨릭교회로부터 갈라져중용의 길 표방… 교리 해석은 개혁 신앙 따라사제, 혼인할 수 있고 여성의 사제직도 허용천주교 사제와 동일한 로만 칼라를 착용한 사제복을 입은 성공회(Anglican Church) 신부를 만난 적 있으신가요? 같은 신부라는 호칭을 쓰는데 혼인한 성공회 신부를 만나면 당혹하는 신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성공회라는 교단의 명칭은 ‘거룩하고 공번된(보편된) 사도적 교회’라는 전통적인 신경에서 ‘성’(聖)과 ‘공’(公) 두 글자를 표기한 것입니다. 성공회는 영국이라는 고유한 토착 신앙 전통 속 개혁 신앙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가톨릭교회로부터 갈라져 나갔기에 영국 성공회라고 불립니..

영성생활 2024.05.02

[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5주일 - 예수님 안에 머무르는 삶

포도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오늘날의 팔레스티나 지역에서 자라는 밀과 보리, 무화과와 석류, 올리브와 대추야자와 함께 축복받은 일곱 가지 대표 산물 중 하나입니다. 성경에는 포도나무·포도원·포도주·건포도·포도즙 등 다양한 표현으로 포도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오늘 복음은 포도나무의 비유입니다.요한 복음은 예수님께서 수난 직전 마지막 만찬 석상에서 제자들에게 하신 일련의 고별 말씀을 상당히 길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중의 한 대목이 오늘 복음인 포도나무의 비유인데, 당신 제자들에게 전하는 고별사여서 마지막 당부의 어조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 핵심은 “내 안에 머물러라!”(요한 15,4)라는 요청에 담겨있다고 생각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당시 예수님의 제자들과 더 나아가 오늘의 제자들인 ..

영성생활 2024.05.02

디지털 선용 위해 마음의 지혜 모아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를 위한 「종합보고서」 17장 ‘디지털 환경에서의 선교’는 디지털 문화 안에서 그동안 우리가 하느님과 맺어온 관계 형성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디지털 환경이 학습 과정, 시간, 공간, 몸 그리고 인격적 관계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종합보고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야 하며, 이에 대한 교회의 구체적인 증언이 요구된다고 보았습니다.특별히 「종합보고서」 17장은 다루어야 할 질문으로 인터넷 사용의 증가가 집단 따돌림, 허위 정보, 성적 착취와 중독 등을 통하여 피해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구체적인 온라인 활동과 관련해서는 불행히도 신앙과 관련된 주제들을 피상적으..

영성생활 2024.05.01

[사도직 현장에서] 입당 성가는 329번입니다

“기쁨이 넘쳐 뛸 때 뉘와 함께 나누리, 슬픔이 가득할 때 뉘게 하소연하리~♬”(가톨릭 성가 329번)슈베르트 작곡 ‘미사 시작’이다. 좋아하는 성가라 개인적으로 특별한 날이나 연중 시기에 종종 성가대에 요청해 입당성가로 함께 부른다. 제의를 입고, 미사 시작종을 치고, 작은 십자가에 경배한 후 행렬을 시작하면서 항상 같은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기쁨과 슬픔 모두 주님의 것이오니, 그들에게 필요한 은총 내려주소서.’ 이 큰 은총이 담긴 미사를 집전하면서 제일 좋아하는 기도 문구는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이다. 아마 모든 신자도 사제의 이 외침이 가장 기쁘게 들릴 것 같다.미사를 마치고 신자들 한 분 한 분에게 눈인사를 한다. 그리고 그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진심으로 기쁜 삶을 살아..

영성생활 2024.05.01

성 김대건 신부, 천주의 부르심에 쉬지 않는 응답으로 성소 완성

윤영선 작 ‘성 김대건 안드레아’출 생 | 1821년 충청남도 당진시 솔뫼순 교 | 1846년(25세) 새남터 / 군문효수신 분 | 신부민족의 첫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부활 제4주일은 ‘성소 주일’이다. 성소(聖召)는 말 그대로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이지만, ‘하느님 뜻(계획)’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 계획에 대해 우리가 드리는 응답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 게 성소가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 뜻을 묻고 성실히 살아가는 신자들은 이미 각자의 성소에 충실한 분들이다. 이에 비해 사제·수도자로 초대된 삶의 방식은 하느님 뜻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고 적극적인 화답이다. 자발적으로 천주를 찾아 나선 우리의 신앙 선조와 그들을 불러주신 하느님 성소는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광야 같은 이 땅에서 실낱..

영성생활 2024.04.25

에고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바라보라

SNS는 현대사회 에고의 집합체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를 포장하고 전시하면서 에고를 더 강화시킨다. 사진 출처=언스플래쉬어느 유명 연예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고백을 올렸다. “생활이 점점 가식적으로 변하고 글도 남들을 의식하여 올리다 보니 나 자신이 읽어도 오글거릴 정도다”라고. 처음에는 블로그를 일기처럼 쓰려 했는데, 갈수록 방문자 수가 늘어나고 이웃이 많아지자 점점 자유롭지 못한 자신에게 무척 실망했다는 것이다.몇 년 전에 나도 야심차게 블로그를 시작했었다. 나의 글로 사람들에게 좋은 울림이 되고 싶었다. 소소한 일상이나 올리면서 자랑질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시작은 그랬다. 우선은 잡지나 신문에 실렸던 나의 글을 올렸다. 가끔 댓글을 달아준 사람들의 블로그를 훔쳐보면서. 그래, 훔쳐본 것이 맞..

영성생활 2024.04.25

주님을 닮아감으로 얻는 자유

하느님과 화해하고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여정은 타인과의 화해로 완성된다. 셋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웃과 다투며 하느님께 예물을 드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마태 5,23-24)세 가지 화해 중 가장 어려운 것을 들라고 한다면 대부분 이웃과의 화해를 들지 않을까?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타인과 함께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타인들로 인한 상처를 가슴 속 깊이 안고 살아간다.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아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다. 신뢰가 컸던 만큼 배신으로 인해 받는 ..

영성생활 2024.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