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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생활

[금주의 성인] 성녀 노트부르가(9월 14일)

참 빛 사랑 2024. 9. 11. 14:48
 
노트부르가 성녀. 출처=굿뉴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노트부르가 성녀는 18살 때부터 한 백작의 집 하녀로 일했습니다. 성실하고 친절한 성격을 타고나 주인과 동료들에게 사랑받았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 또한 깊었습니다. 그래서 백작 부인의 허락을 받아 남은 음식을 매일같이 찾아오는 걸인들에게 나눠주곤 했습니다. 때로는 자신이 먹을 음식까지 아껴가며 선행을 베풀었습니다.

백작의 첫 부인이 사망하고 들어온 두 번째 부인 오틸리아는 인색한 사람이었습니다. 노트부르가의 행동을 못마땅해하고 남은 음식을 돼지에게 먹이도록 했습니다. 낙심한 노트부르가는 자신이 먹을 음식을 아껴 몰래 나눠주었습니다. 특히 재계(齋戒)를 지키는 금요일이면 더욱 극기하며 자선을 베풀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알게 된 오틸리아는 자신의 집이 걸인들의 집합소가 된다며 노트부르가를 아예 쫓아내 버렸습니다.

에벤이라는 농촌의 작은 농장에서 다시 일을 시작한 노트부르가는 농장주에게 매일 저녁 성당에 가서 기도하고, 주일과 대축일 미사를 충실히 봉헌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농장주는 처음엔 흔쾌히 승낙했지만, 수확이 한창인 가을이 되자 불평하기 시작했습니다. 노트부르가는 성당에 가지 못하게 막는 농장주에게 “더는 일을 계속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들고 있던 낫을 밭으로 던졌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낫이 땅에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그대로 떠 있었던 겁니다. 농장주는 깜짝 놀라 성당에 가는 것을 허락했고, 그제야 낫이 땅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같은 일화로 낫은 노트부르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오틸리아 부인은 노트부르가가 성(城)을 나와 에벤의 농장에서 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매우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노트부르가는 농장주의 허락을 받아 오틸리아를 정성껏 간호했습니다. 결국 오틸리아는 이전의 잘못을 뉘우치고 신자다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노트부르가가 다시 에벤으로 돌아가자 백작의 성에는 계속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이에 백작은 오틸리아 이후의 후처와 의논해 노트부르가를 다시 불러들였고, 노트부르가는 가난한 걸인들에게 자선을 베풀고 그들을 내쫓지 않을 것이란 약속 아래 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백작의 불행이 멈췄습니다. 이에 노트부르가는 백작의 후원을 통해 적극적으로 성 안의 어려운 이웃에게 자선을 베풀 수 있었습니다.

노트부르가는 1313년 9월 14일 평화로이 선종했습니다. 그는 유언을 통해 자신이 죽으면 ‘두 마리의 소가 끄는 수레에 시신을 태워 그 소들이 멈추는 곳에 묻어달라’고 했습니다. 소는 평소 노트부르가가 기도하던 성당으로 향했고, 그의 유해는 에벤의 성 루페르토 성당에 안장되었습니다. 노트부르가는 소작농과 하인들의 수호성인으로, ‘에벤의 성녀’로도 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