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프랑스 주재 기간에 여러 차례 이탈리아 북부의 항구도시 제노바에 갈 기회가 있었다. 제노바 도심은 오랜 역사에 걸쳐 서로 얽히고설켰을 사람과 사건들처럼 좁디좁은 골목과 골목이 미로처럼 엮여 있었다. 골목 안에 빽빽이 들어찬 오랜 돌집들을 따라 정처 없이 떠돌다 보면, 골목들이 만나는 곳에 광장이라기엔 민망하지만 비교적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그곳에 대개 성당이 있었다. 제노바의 성당들은 좁은 골목의 낡은 건물치고는 내부가 너무나 화려했다. 그것은 아마 막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무역과 은행업을 번성시키며 거대한 부를 쌓았던 제노바 공국의 유산일 터였다.제노바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까닭에, 빨래방을 찾아 혹은 맛있는 포카치아를 찾아 골목을 누비다 성당이나 예배당을 만나면, 그 안에 들어가 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