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공동체 안에서 여럿이 모여 살다 보면 ‘이대로면 못 할 일이 없구나’ 싶을 때가 있다. 각 사람이 가진 솜씨가 달라서 필요할 때마다 누군가 나타나 딱 맞는 재주를 부리곤 한다. 종합 선물 세트가 따로 없다. 그러니 당연히 일 년에 두 번, 봄에는 서울에서, 가을에는 부산에서 진행하는 ‘디딤돌’ 모임에도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담긴다.모임을 알릴 포스터도 필요했고, SNS로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무엇인가도 필요했다. 네모난 공간을 부드럽게 만들어 줄 탁자 덮개와 커튼도 만들어야 했고, 황량한 벽을 채워줄 그림이라도 있었으면 했다. 모임 장소로 오르는 계단 벽도 너무 휑했다. 고민이 채 끝나기 전에 내 발은 자매들에게로 향한다. 곧 재봉틀이 돌아가고, 누군가는 컴퓨터 앞에서 웹자보를 디자인하고, 누군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