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뭔가 큰일을 도모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가슴 벅찼던 시간 말이다. 수도생활을 시작하면서도 그랬다.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기 바랐다.그러나 수도자의 하루하루는 아주 단순하고 작은 일들로 메꿔진다. 그것도 똑같은 일들로. 눈을 떠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세수하고, 옷을 입고, 정해진 기도를 하고, 식사하고, 청소하는 등 날마다 하는 이 평범한 일들에 마음을 담는 것이 자기 삶을 송두리째 바치기로 한 이들에게는 아주 중요하다.사별 가족들을 만나는 날도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모임 장소로 가서 바닥을 쓸고 닦는다. 탁자에 내려 앉은 먼지를 닦아내고, 간식 담을 그릇을 준비하고, 프로그램에 필요한 물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