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2024/06/15 5

[박성호 신부의 철학 일기] 우리 학교 겨울이

지난겨울, 학교에 식구가 하나 늘었습니다. 귀엽게 생긴 시바견입니다. 학교 정문 앞 비어 있던 개집에 낯선 개가 묶여있는 것을 보고는 신부님들께 웬일인지 물었죠. 그 녀석이 그냥 어느 날 학교 안을 서성이고 있었고, 사람을 잘 따르길래 잃어버린 개려니 하고 CCTV를 돌려보니 웬걸, 정문 안쪽에 버려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답니다.피부병을 앓고 있는지 털이 듬성듬성 빠져있었죠. 그런데 이 가여운 것이 글쎄, 미소 짓는 법을 알고 있는 거예요. 다가가는 학교 식구들을 어찌나 귀엽게 웃으며 맞이하던지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 중에 첫 번째로 꼽은 것이 웃음이었는데, 그가 이 미소를 봤더라면 이 개를 사람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을 겁니다. 그렇게 이 시바견은 ‘겨울이’라는 이름..

여론사람들 2024.06.15

[현장 돋보기] 기준의 일치

벌써 6월이다. 얼마 전 시작한 것 같은 2024년도 어느덧 절반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절반까진 아직 멀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정교회에서 사용하는 율리우스력으로 따지면 6월 9일 ‘오늘’은 5월 27일이다. 음력으로 따지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양력 6월 9일인 ‘오늘’은 음력에서는 5월 4일이다. 기준에 따라 마음 또한 달라질 수 있다.그렇기에 ‘마음의 일치’가 필요할 때에는 먼저 ‘기준’을 통일한다. 멀리 갈 필요없이 일치 운동에 힘을 모으고 있는 가톨릭교회와 정교회는 달력 차이로 다르게 기념해온 주님 부활 대축일 통일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기준’은 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국내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지난달 열린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

여론사람들 2024.06.15

[신앙단상] 분심(分心)과 전심(全心) 사이(김혜진 베로니카,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이며 홍보 주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에 오르심을 기뻐하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라는 신부님 말씀으로 5월 둘째 주 주일 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예전의 저라면 아무런 생각이나 감흥 없이 습관적으로 미사에 임했겠지만, 이날은 미사 시작부터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지향을 하고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일이 귀하게 여겨져서 봄부터 매주 생미사 또는 연미사를 드리고 있는데, 신부님께서 깜빡 잊으시고 미사의 시작과 함께 언급해 주셔야 할, 즉 미사에 봉헌한 사람들의 이름과 본명을 언급하지 않고 바로 미사를 시작하신 것입니다. 이때부터 ‘미사 후에 사무실에 들러야겠네. 내가 미사 지..

여론사람들 2024.06.15

[사도직 현장에서] 남겨진 이들의 삶과 행복

네 식구가 사는 집에서 한 분이 돌아가시면, 그 가족은 각자가 한 분씩, 세 분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같은 가족 안에서 맺는 관계들도 색깔이 서로 다르다.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맏이와 막내의 기억이 서로 다른 것은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고인에 대한 가족의 기억과 가족 밖의 다른 이들의 기억은 더욱 그렇다.애도를 어디론가 떠났다가 시간이 지나 감정이 가라앉고 생각이 정리되면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에 비유하는 이들이 있다. 어떤 것도 나를 상실 이전의 나로 돌아가게 만들지 못하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애도는 나를 새롭게 만나고 고인과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더라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며, 세상은 충분히 가치 있다는..

영성생활 202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