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의 소녀상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나카이 준 신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제공
일본인 청년 9명이 2월 23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서울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천안 독립기념관 등을 둘러보면서 화해와 평화의 소녀상을 마음속에 하나씩 세웠다. 이들은 또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에서 한국 청년들과 피정하면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나눔을 가졌다.
피정에 참가한 일본 청년 9명 가운데 8명이 가톨릭 신자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개인적으로 작은 존재이고 용기없는 사람이지만 함께 하면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예수회 평화청년’이란 이름으로 행사를 처음으로 마련한 예수회 일본관구 시모노세키노동교육센터장 나카이 준(中井 淳) 신부는 “한국과 일본 청년들이 차이를 넘어 친구가 될 수 있고, 함께 동아시아의 평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고 평했다.
“일본인들 마음에 소녀상 세우겠다”
나카이 신부는 2017년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봉헌된 3ㆍ1절 미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한국민에게 사과하고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일본인 한 명 한 명의 마음속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일을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일로 그는 일본 극우단체에 시달리고 있고, 보수적인 시모노세키 사회에서 ‘미친 신부’로 조롱받고 있다.
나카이 신부가 평화 운동에 나서게 된 계기는 2010년 사제품을 받기 전 피정을 통해서다. 그는 “주님께서 당신 상처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시고 그 일에 나를 부르시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사제가 된 후 첫 소임지인 시모노세키는 아픈 역사를 지닌 곳입니다. 일제 강점기 한국인 강제 징용자들이 끌려왔던 곳이고, 전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 정착해 지금까지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을 알게 되면서 점차 사회적 약자들에게 관심을 쏟게 됐습니다.”
나카이 신부는 “5년 전 우연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다”면서 “한 피해 할머니가 ‘일본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가 돈 때문이 아니며 일본이 스스로 지은 죄에서 해방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이후 감춰진 역사를 알고 한국에 가서 사과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화해와 평화 위한 연대에 앞장서
이에 나카이 신부는 2015년 한국에 7개월간 머물며 한국어 공부를 했다. 2016년에도 한국을 찾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과 탈핵, 제주 해군기지 반대 등 여러 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 화해와 평화를 위한 연대 활동을 경험했다.
나카이 신부는 “일본에 있을 때 평화의 소녀상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한국에 와서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됐다”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사과와 기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새로운 희망을 위해 하느님 앞에서 화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만나 서로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평화청년 순례가 구체적인 첫걸음입니다. 이 모임을 활성화해 ‘동아시아 평화 화해 네트워크’를 꾸릴 계획입니다.”
나카이 신부는 잘못되고 아픈 과거일수록 미래를 위해 바로 잡고 그로 인한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는 하느님의 길을 올바로 걷기 위해 눈이 되어 주는 존재라고 했다. 그는 모두의 가슴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일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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