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르단 강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크고 긴 강으로 강의 굴곡이 심해 총 길이가 360㎞나 된다. |
구약시대 이스라엘 땅은 '단에서 브에르 세바'(판관 20,1; 1사무 3,20; 2사무 3,10; 17,11; 24,2; 24,15; 1열왕 5,5)까지 경계를 이뤘다. 어른 보통 걸음으로 최북단 단에서 최남단 브에르 세바까지 일주일이 걸리고, 나자렛에서 예루살렘까지는 이틀 길, 예리코에서 예루살렘은 하룻길이면 넉넉할 만큼 좁은 땅이다.
단에서 브에르 세바까지 이스라엘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탈출 3,17; 레위 20,24; 민수 14,8)으로 생명을 유지해 주는 것이 바로 요르단 강이다. 창세기는 요르단 강 골짜기 어디나 물이 넉넉해 마치 주님의 동산과 같았다(창세 13,10)고 묘사하고 있다. 창세기의 묘사대로 요르단 강 골짜기는 계절에 따라 다채롭게 변한다. 짙푸른 하늘 아래 갖가지 빛깔이 풍요로운 색조를 이룬다. 포도밭의 자줏빛, 과수원의 부드러운 녹색, 무르익은 보리밭과 밀밭의 옅은 청동색, 광야의 금빛 황갈색 등 다양한 생명의 색조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채색하고 있다.
요르단 강은 팔레스티나 지역, 이스라엘 땅에서 가장 크고 긴 강이다. 또 세계에서 수면이 가장 낮은 강이다. 요르단 강의 발원지는 해발 2814m의 헤르몬 산이다. 이 산의 만년설이 녹아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바니야스ㆍ엘 레단ㆍ바라그히트ㆍ하스바니 네 곳에서 분출해 수원지 단에 모여 요르단 강의 원천을 이룬 후 사해까지 흘러간다. 요르단은 우리말로 '단 지방에서 흐르다'는 뜻이다. 요르단 강은 직선으로 200㎞가 넘지 않지만, 강의 굴곡이 심한 전형적인 사행천이어서 총 길이는 360㎞가 넘는다.
요르단 강에는 2개 호수가 있다. 생명의 바다 '갈릴래아 호수'와 죽음의 바다 '사해'다. 원래 갈릴래아 호수에서 16㎞ 가량 북쪽으로 요르단 강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훌레흐' 호수가 있었으나 오늘날 이스라엘 사람들이 개간해 농토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이 구간을 '상부 요르단 강'이라 한다. 반면 갈릴래아 호수에서 요르단 강 종착지인 사해 입구까지를 '하부 요르단 강'이라 한다.
또 하부 요르단 강 일대를 성경에서는 '요르단 골짜기'라고 한다. 이 골짜기에는 요르단 강의 범람으로 기름진 흙들이 쌓여 넓은 평야를 이뤘다. 그 대표적인 평야가 벧산과 하롯이다.
▲ 요르단 강에는 2개 호수가 있는데 생명의 바다인 갈릴래아 호수와 죽음의 바다인 사해이다. 사진은 아낌없이 생명을 주는 갈릴래아 호수 모습이다. |
▨성경 속 요르단 강
오늘날 이스라엘과 요르단 왕국이 요르단 강을 경계로 하고 있듯 성경 시대에도 요르단 강은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여호수아가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요르단 강을 건너 가나안 땅을 차지했다(여호 1-4장). 예언자 엘리야와 엘리사는 엘리야의 겉옷으로 요르단 강물을 갈라 건너는 기적을 행했고(2열왕 2,6-14), 시리아 왕 군사령관 나아만이 엘리사의 말대로 요르단 강물에 일곱 번 몸을 씻고 나병을 완치했다(2열왕 5,1-19).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요한 세례자로부터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심(마르 1,5; 마태 3,5-6; 루카 3,3)으로 해서 이 강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구원 현장이 된 지구상 유일의 강이 됐다.
▲ 요르단 강의 수원지인 단은 금송아지를 우상 숭배하다 멸망했다. 사진은 북이스라엘 시대 유적을 발굴해 놓은 단의 모습이다. |
▨단
요르단 강의 원천이며 수원지인 단은 풍부한 수량과 푸른 숲으로 한여름에도 서늘한 만큼 살기 좋은 비옥한 땅이다. 오늘날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곳을 텔단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셈족어 '텔'은 우리말로 '흙더미''토총'이란 뜻이 있어 텔단은 '토총 단'이라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단은 이스라엘 12지파 가운데 한 지파로 야곱이 자신의 두 번째 아내 라헬의 몸종 빌하에게서 낳은 아들이다(창세 35,25). 단 지파는 처음 여호수아로부터 필리스티아인과 인접한 아얄론 초지와 지중해 연안 지역을 분배받았으나(여호 19,40-46), 필리스티아인과의 전쟁에서 패해 이 땅을 포기하고 북쪽으로 이동해 가나안 원주민 성읍 '라이스'를 정복한 후 단이라 불렀다(판관 18,1-31). 또 북이스라엘의 첫째 왕 예로보암이 단과 베텔에 금송아지를 만들어 백성에게 우상을 숭배하게 하면서 성경에 다시 한 번 등장한다(1열왕 12,25-30). 단은 북이스라엘이 멸망할 때까지 중요 성소 역할을 담당하지만 베텔과 함께 아히야 예언자로부터 부정한 장소로 멸망할 것이라는 저주를 받는다. 이후 단을 지배하고 있던 북이스라엘은 아시리아의 침입을 받아 기원전 721년에 멸망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2열왕 17,1-6).
단의 발굴은 1966년에 시작했다. 성문과 성벽, 토착민 가나안 사람들의 신석기 시대 도자기, 금송아지를 우상 숭배하던 제단 터 등이 발굴됐다. 또 1993년 7월에는 아람어로 된 길이 32㎝, 폭 22㎝ 크기의 '텔단 석비'가 발굴됐다. 아람의 임금 하자엘(1열왕 19,15-18)의 비문인 이 석비에는 '다윗 왕조'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 이 비문이 발굴되기 전까지 다윗이란 이름은 성경에만 언급될 뿐 동시대 고대 근동 문헌 어디에도 거론되지 않아 성서학계 일부에선 '다윗이 실존 인물이 아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텔단 석비는 다윗의 실존설에 대한 의문을 풀어준 유일한 단서이며 유물이다. 이 석비는 현재 이스라엘 국립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 요르단 강 종착지인 사해는 염분이 높아 몸이 저절로 뜬다. |
▨사해
사해는 요르단 강의 종착지이다. 사해는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해수면보다 400m가량 낮고 그 바닥까지는 400m를 더 밑으로 내려간다. 상부 요르단 강에서 사해까지의 낙폭은 무려 735m에 이른다.
사해는 배출이 안 되는 닫힌 강이다. 들어온 강물을 그대로 다시 흘려보내는 '생명의 바다' 갈릴래아 호수와 달리 사해는 그냥 받아들이기만 한다. 단에서 흘러 내려온 강물은 이곳에 갇혀 생명을 잃고 만다. 소금 농도가 무려 30%나 되기에 마실 수도 없고 생물이 살 수도 없다. 그런 연유로 '죽은 바다'(死海)라 한다. 이곳을 '사해'라고 처음으로 부른 이는 예로니모(347~419) 성인이라고 전해진다. 그가 이곳을 라틴말로 '마레 모르뚜움'(mare mortuum-죽은 바다)이라 부른 것이 그대로 지명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소금 농도가 높아 누우면 몸이 뜬다. 삼투압 현상으로 사해 물에 오래 들어가 있으면 몸속 염분이 빠져나가 갑자기 의식을 잃을 수 있다. 그런 탓인지 몸이 뜨는 사해인데도 매년 익사자가 생긴다고 한다. 현지 안전요원은 15분 가량 수영한 후 30분 가량 휴식을 취할 것을 권장한다.
글ㆍ사진=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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