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쯤 요르단 강에서 요한에게 세례 받아
세례 때 들은 '내 사랑하는 아들'은 부활 예고
4세기 초 기념성당 건립… 2000년 교황 첫 방문
▲ 베타니아 러시아정교회 예수님 세례 기념 성당 제단을 장식하고 있는 예수님 세례 이콘. |
▨예수님의 세례는 역사적 사건
예수님의 공생활은 요르단 강에서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루카 복음서는 이때 예수님의 나이가 서른 살쯤(루카 3,23)됐다고 한다. 루카 복음서는 또 요한 세례자가 "티베리우스 황제의 치세 제십오 년, 본시오 빌라도가 유다 총독으로, 헤로데가 갈릴래아의 영주로, 그의 동생 필리포스가 이투래아와 트라코니티스 지방의 영주로, 리사니아스가 아빌레네의 영주로 있을 때, 또 한나스와 카야파가 대사제로 있을 때"(루카 3,1-2) 활동했다고 한다. 예수님의 공생활은 정확하게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요, 실제로 있었던 사건임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대목이다.
▲ 20세기 말 고고학자 와히브 박사가 발굴한 비잔틴 시대 세례터와 성당 유적. 아치 성당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방문을 기념해 요르단 정부에서 '요한 바오로 2세 성당'으로 명명했다. |
▨예수님 세례의 의미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예수님의 세례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리스도교는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예수의 세례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명하게 깨닫게 됐다. 예수는 온 인류의 죄를 당신의 두 어깨에 짊어지고 그 짐을 날라 요르단 강 속으로 가라앉히셨다. 그분의 첫 공생활은 바로 죄인들과 자리를 함께하시는 일로 시작됐다. 그것은 십자가를 미리 짊어지는 일이었다.…예수의 세례가 갖는 모든 의미, 곧 '모든 의로움'을 지고 가신다는 의미는 십자가에서 비로소 밝혀진다. 세례는 인류의 죄를 위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세례 때 들려온 소리,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하는 소리는 부활을 미리 알려주는 소리다. 그리하여 예수 자신의 말씀에서 세례라는 말은 곧 그분의 죽음을 표현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스도교 세례도 여기서부터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나자렛 예수」 1권 49쪽 참고).
▲ 요르단 강 건너편 베타니아 예수님 세례터에 세워져 있는 러시아정교회 예수님 세례 기념 성당. |
▨예수님 세례터 요르단 강 건너편 베타니아
요한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은 곳이 '요르단 강 건너편 베타니아'(1,28)라고 한다. 히브리말 베타니아는 우리말로 '나루터', '선착장'이란 뜻이다.
요르단 강 건너편 베타니아의 정확한 위치는 19세기 후반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요르단 강 동편 와디(우기에만 물이 흐르는 계곡) 알 카라르에 있는 유다교 성지 '엘리야 언덕'(텔 마르 엘리아스) 일대라는 전승이 이어왔다.
요한 복음서에 기록된 '요르단 강 건너편' 지역에 대한 첫 고고학 발굴은 1899년에 이뤄졌다. 요르단 강 동편 페래아 지역에서 4~7세기 비잔틴 제국 시대 만들어진 세례터를 갖춘 수도원 흔적을 찾아냈다. 1995년에는 작은 형제회 예루살렘 성서대학의 피치릴로 신부가 이 일대에서 예수님 시대 마을 유적을 발굴했다. 1996년부터는 요르단 왕국 고고학자 와히브 박사 주도로 엘리야 언덕과 요르단 강 사이 와디 일대를 발굴해 5세기 성당 터와 수도원 자리, 은수자들의 동굴, 도자기 수로, 계단식 저수장 등을 확인했다.
▲ 한국 순례자들이 베타니아 예수님 세례터에서 요르단 강물로 세례 갱신 예식을 하고 있다. 리길재 기자 |
▨순례 역사
현존하는 성지지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지도는 요르단 마다바 성 제오르지오성당 바닥에 있는 6세기 비잔틴 시대 모자이크 지도이다. '마다바 지도'라고 불리는 이 모자이크에는 요르단 강을 따라 헤엄치는 물고기가 있다. 물고기를 뜻하는 헬라어 '익투스'(ΙΧΘΥΣ)는 그리스도교 박해시대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예수스 크리스토스 테우 휘오스 소테르-Ιησουs Χριστοs Θεου Υιοs Σωτηρ)의 첫 글자를 모은 것으로 예수님께 대한 신앙고백의 음어였다. 마다바 지도 제작자는 요르단 강에 물고기를 그려넣음으로써 예수님의 세례를 기념하고 있다.
4세기 초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 헬레나 성녀는 요르단 강 건너편 요한 세례자가 살았다는 동굴을 방문해 기념성당을 지었다.
6세기 초 요르단 강 건너편 베타니아를 순례한 테오도시우스 주교는 순례기에서 "주님께서 세례 받으신 곳에는 대리석 기둥이 세워져 있고 그 꼭대기에는 쇠로 만들어진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는 동로마 아나스타시우스 황제가 건립한 요한 세례자 기념 성당이 있다. 큰 아치 천장은 요르단 강이 범람해도 잠기지 않도록 높게 만들어져 있다"고 묘사했다.
570년께 이탈리아 피아첸자의 안토니우스는 "요르단 강가 주님께서 세례 받으신 곳에는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대리석 계단이 있다"고 기록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왕국은 요르단 강을 경계로 국경을 이루고 있어 지금도 요르단 강 일대는 군사 지역으로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다 1994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요르단은 요르단 강 동편 지역에 매설돼 있던 지뢰를 제거하고 예수님 세례터 일대를 개방했다.
대희년을 맞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2000년 3월 21일 교황으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베타니아 예수님 세례터를 방문, 이곳을 성지로 선포했다. 이에 요르단 왕국은 교황의 순례를 기념해 발굴한 '아치 성당'을 '요한 바오로 2세 성당'으로 이름 붙였다. 또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중동 지역을 사목방문하면서 2009년 5월 10일에 이곳 베타니아를 순례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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