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2024/12/21 3

[박성호 신부의 철학 일기] ‘대단한’ 이들의 한없는 가벼움

제가 미국 워싱턴에서 신학교 다니던 시절, 우리 수도원에 함께 살던 해리라는 형제가 있었습니다. 그해 사제품을 받고 신학 박사학위 과정을 하기 위해 우리 공동체로 온 것이었죠. 등산을 좋아하는 건장한 체구의 잘 생긴 뉴욕 출신 프란치스칸이었는데, 피아노 실력도 수준급인 팔방미인이었습니다.그런데 너무 내성적이어서 저 같은 외국인 신학생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한 형제는 아니었고, 제게는 누군가 수도원 공동 화장실에 두루마리 휴지를 반대로 끼워 넣었다고 짜증을 내던 모습으로 기억되는, 그냥 보통 사람이었습니다.그렇게 몇 개월을 같이 살았을까요. 그가 대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한 며칠 배가 아프다고 하더니만, 병원에 갔다 오더니 그렇게 전했습니다. 다들 놀랐습니다. 본인이 가장 놀랐겠죠. 이전까지는 ..

여론사람들 2024.12.21

[현장 돋보기] 자신과 겸손

최근 두 의사의 사연을 연달아 취재했다. 각각 대림 제1주일과 제3주일 지면에 보도된 이화모·김만달 의사 이야기다. 곁에서 들어본 두 의사의 이야기는 비슷한 점이 무척 많았다. 우연한 기회에 봉사를 시작했고, 의사라는 사명감에 수십 년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돌봐온 이야기 말이다. 비슷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의 ‘겸손’이었다. 두 의사는 봉사상 수상 소감을 묻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은 자격이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이런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선 당연한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겸손은 다르다. 자신을 낮추고자 하는 진심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겸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깊은 겸손은 자신을 지우는 데에서 드러난다. 두 의사가 ‘자신들’이 펼친 봉사를 자..

여론사람들 2024.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