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신부의 철학 일기] ‘대단한’ 이들의 한없는 가벼움
제가 미국 워싱턴에서 신학교 다니던 시절, 우리 수도원에 함께 살던 해리라는 형제가 있었습니다. 그해 사제품을 받고 신학 박사학위 과정을 하기 위해 우리 공동체로 온 것이었죠. 등산을 좋아하는 건장한 체구의 잘 생긴 뉴욕 출신 프란치스칸이었는데, 피아노 실력도 수준급인 팔방미인이었습니다.그런데 너무 내성적이어서 저 같은 외국인 신학생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한 형제는 아니었고, 제게는 누군가 수도원 공동 화장실에 두루마리 휴지를 반대로 끼워 넣었다고 짜증을 내던 모습으로 기억되는, 그냥 보통 사람이었습니다.그렇게 몇 개월을 같이 살았을까요. 그가 대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한 며칠 배가 아프다고 하더니만, 병원에 갔다 오더니 그렇게 전했습니다. 다들 놀랐습니다. 본인이 가장 놀랐겠죠. 이전까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