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칼럼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의 미래저자 : 고은희
비알콜성 지방간질환은 과다한 알콜 섭취 병력은 없지만 알콜성 지방간과 유사한 조직 소견을 보이는 질환이다. 유병률이 전 인구의 20%에 달할 정도로 간 기능 이상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바이러스성 간염이 감소하는 현재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 간경화와 간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질환으로 대두되고 있다. 단순히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지방간과는 달리 비알콜성 지방간염은 간 내 염증 및 섬유화를 특징으로 한다. 환자의 20% 정도가 간경화로 진행하고 이후 간암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모델링 연구에 따르면 비알콜성 지방간 인구는 2030년까지 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비알콜성 지방간염 인구는 56% 증가해 미국에서 총 2,7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에서 2002년부터 간이식 대기를 하고 있는 간암 환자 중 비알콜성 지방간염의 발생이 2002년 2%였다가 2017년에는 18%로 15년간 아주 가파른 속도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비알콜성 지방간염의 발병기전에 대해 가장 많이 거론돼 온 가설은 James OF와 Day C에 의해 1998년에 주창된 투 히트 가설(two-hit hypothesis)이다. 이 가설에 의하면 미토콘드리아에서의 지방산 산화 감소와 지방 합성의 증가 등 다양한 원인 기전에 의해 간세포 내에 중성지방이 축적되는 것이 첫 번째 타격(first hit)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방 축적의 증가는 여러 가지 외부 자극(second hit)에 의한 간세포 손상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다만 왜 비알콜성지방간 환자의 일부에서만 두 번째 타격인 외부 자극이 작용해 비알콜성 지방간염으로 진행되는 지는 현재 연구 중에 있다. 오랫동안 많은 제약회사에서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간 조직 내 지방 축적을 감소시키거나 염증반응을 억제시킬 수 있는 약물은 몇 가지 개발됐다. 하지만 비알콜성 지방간염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 그중에서도 비알콜성 지방간염 환자의 장기적 예후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섬유화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은 개발되지 못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미국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국(EMA)의 승인을 받은 비알콜성 지방간 치료제는 없으며, 당뇨병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 고지혈증 치료제가 의사 재량에 의해(off-label) 비알콜성 지방간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기존 고혈압 또는 당뇨병 약제로 사용되던 약물의 재창출(drug repositioning)에 관한 연구들뿐 아니라, 최근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의 조절 및 지질 대사의 변화를 통해 비알콜성 지방간염을 치료하고자 하는 신약 개발의 움직임도 상당수 진행되고 있다. 비알콜성 지방간염에 대해 최근 개발 중인 약물 요법은 작용 기전에 따라 현재까지 크게 4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 째는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지방 생성에 관련된 다양한 효소를 억제하거나, 지방산의 미토콘드리아 이용을 개선하는 대사적 표적이다. 두 번째는 염증 세포의 동원을 억제하거나 염증 신호를 차단하거나, 산화 또는 소포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거나, 간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염증 및 세포 손상 표적이다. 세 번째는 담즙산 장간 순환 및 신호 전달을 조절하거나 장내미생물총을 변경하는 표적이다. 네 번째는 간 성상 세포를 직접 표적으로 하거나, 간에서 콜라겐 침착을 감소시키거나, 섬유 분해를 향상시키는 항섬유증 표적이다. 하지만 비알콜성 지방간염 약제의 개발은 더딘 상황이다. 이유는 지방간염의 병리기전이 복잡할 뿐 아니라 현재 임상연구를 하려면 환자들의 간조직을 직접 추출해서 병리소견을 관찰해야하기 때문이다. 간조직 검사는 임상연구 환자와 임상연구 시행 의사 모두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방법이다. 직접 간 내 병리 소견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지방간염의 정도를 판단할 때 주관적 판단에 의한 영향을 피할 수가 없다는 문제점이 몇몇 임상연구에서 지적됐다. 따라서 임상연구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비침습적 영상의학 검사와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도 같이 진행 중이다. 현재 임상 2상과 3상을 진행 중인 약제들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 개가 있으며 몇 년 내에는 첫 신약 발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까지 특이적 치료제가 없는 비알콜성 지방간염과 관련해 간 섬유화의 진행을 억제하고 결론적으로 간암 발생을 막을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환자들 개개인에 희망과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은희 의료진소개 더보기 진료예약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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