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안과 성경림 교수
우리 눈의 모양체에서는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수가 계속 생성되어 방수 배출구를 통해 빠져나간다. 만약 이 방수 배출구에 이상이 생겨서 방수가 제대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계속 눈 속에 고이게 되면 안압이 올라가게 된다. 즉 눈의 방수배출구가 막혔는데도 모양체에서 방수를 계속 생산하여 마치 수도꼭지가 틀어져 있는 싱크대에 배수구가 막혀 물이 넘치는 경우와 같다. 녹내장은 이렇게 생성된 방수가 넘치게 되어 눈 속에서 가장 약한 부위인 시신경이 압박을 받아 망가지게 되고 시야가 점점 좁아지게 되어 급기야 시력을 상실하게 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대부분의 녹내장은 만성으로 안압이 서서히 올라가 아무런 자각증세가 없이 진행이 되며, 급성인 경우 두통, 안통 및 구토를 호소하며 밝은 전구를 보았을 때 주변에 무지개 같은 것이 보이는 것을 호소한다. 녹내장은 어린아이부터 노인에까지 다 생길 수 있는 질환이며 특히 40세 이후에 발병률이 높다. 그러므로 40세 이후엔 녹내장 검진을 받아 조기에 진단해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녹내장의 종류
1. 원발성 개방각 녹내장
가장 흔한 녹내장 유형으로, 방수 배출구가 열려 있다고 하여 개방각 녹내장이라고 불린다. 방수의 배출 부위의 저항이 증가하여 안압이 상승되면서 녹내장성 손상이 진행되는 경우(고안압 녹내장)와 안압이 흔히 정상범위로 알고 있는 21mmHg 이하이지만 녹내장성 손상이 발견되는 경우(정상안압 녹내장)로 나뉜다. 우리 나라는 80%이상의 원발성 개방각 녹내장 환자들이 안압에 비해서 시신경이 약해서 발생하는 정상안압 녹내장의 범주에 속하므로 안압이 높지 않더라도 시신경이 녹내장성 손상을 보이는 경우 적절한 타겟의 안압 관리가 필요하다. 시야 손상이 중기 이후로 진행될 때까지 시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안과 검진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일차적으로는 약물 치료를 하며, 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계속 악화되어 실명의 우려가 있는 경우 수술을 하기도 한다.
2. 급성 폐쇄각 녹내장
방수의 배출구가 갑자기 막히면서 안압이 급격히 증가하고, 심한 안구통, 충혈, 시력 저하, 두통 및 구역질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대개 증상이 뚜렷하므로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안구의 해부학적인 구조가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갑작스런 안통과 편두통을 호소하는 경우 반드시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레이저 시술 및 약물 치료를 통해 안압을 조절하며,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만성적 상태로 진행 시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3. 만성 폐쇄각 녹내장
방수의 배출구가 막혀서 안압이 올라간다는 점에서는 급성 폐쇄각 녹내장과 같지만 이러한 변화가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만성 개방각 녹내장과 같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급성 폐쇄각 녹내장의 발병 후 해부학적인 변화로 인해 만성적인 상태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약물 치료 및 레이저 치료를 시도해 보지만, 역시 안압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4. 약물 치료와 관련한 녹내장
스테로이드 제제를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에 안압 상승이 발생하여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약물 사용을 중단하면 안압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만성적인 안압 상승으로 인하여 수술적 처치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의사의 처방 없이 일시적인 충혈 및 피곤감 제거를 위하여 자의로 약물 치료를 오래 한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안과 검진을 받아 봐야한다.
5. 백내장, 망막 질환, 포도막염 등과 관련한 이차성 녹내장
주로 백내장, 포도막염, 당뇨성 망막증 등과 같이 눈에 다른 질환이 있는 경우, 이와 관련하여 녹내장이 발생할 수도 있다.
6. 유아 녹내장 (선천 녹내장)
생후 6개월 이내의 아이들이 빛에 매우 민감하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검은자가 다른 아이들에 비하여 크다는 이유로 안과를 방문하였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안구 내 구조가 정상아에 비해 다르며, 이러한 구조적 이상으로 인하여 안압이 상승한다. 심한 경우 안구의 크기가 증가하거나 검은자가 뿌옇게 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약물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지만 대개 효과가 좋지 않으며, 많은 경우 수술을 필요로 한다.
7. 고안압증
안압이 정상 범위인 21mmHg보다 높은 경우로,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이나 시야 검사상 시야 장애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고안압증 환자의 경우 장기적인 경과 관찰 시 녹내장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정기적인 안과 경과 관찰이 필요하며, 안압이 너무 높다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과 같이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예방적인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도 한다.
완치가 불가능한 녹내장
녹내장은 완치가 불가능한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치료받는 방법 밖에 없다. 평생 동안 약물, 레이저치료, 수술에 의해 안압을 조절해 시야가 손실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치료방법
1. 약물요법
여러 종류의 약물이 사용되며 크게 점안약과 내복약이 있다. 보통 몇 종의 점안약을 같이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각각의 점안약을 최소한 5분 간격을 두고 점안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한 방울만 눈에 정확히 들어가면 된다. 의사가 지시한 대로 거르지 않고 정확한 시간에 점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 레이저 요법
입원할 필요 없이 외래에서 이뤄질 수 있는 치료 방법으로 녹내장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레이저를 이용한 여러 가지 치료방법이 있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녹내장에 레이저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며, 치료 후 급작스러운 안압 상승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3. 수술요법
국소마취 하에 수술현미경 아래서 수술이 행해지며 기존의 눈 속 방수배출구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눈 속에 또 다른 배출로를 만들어 방수가 흘러나갈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수술로 만들어진 배출로가 또 막히는 경우가 있어 눈에 방수유출을 돕는 임플란트를 넣는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을 했다고 해서 녹내장이 완치된 것이 아니며 수술 후에도 계속 약물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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