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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관

태양광 전지판과 황토집 즐비한 마을… 지구를 살린다.

참 빛 사랑 2018. 10. 4. 22:12


가톨릭환경상 대상 수상 ‘백화마을’을 찾아가다


▲ 조영호(왼쪽) 백화마을 대표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이종희씨의 집 지붕에 올라 맞은편

마을회관과 마을 주택들을 가리키며 생태건축 과정과 지향을 설명하고 있다.




전기료 사실상 무료

직육면체 모양의 압축 볏짚을 벽돌 쌓듯이 올리고 벽 양쪽을 황토로 미장했다. 스트로베일(strawbale) 하우스, 볏짚으로 지은 황토집이다. 지붕이나 주차공간, 처마, 자투리땅에는 집집마다 태양광 전지 집열판이 12장씩 3㎾의 발전설비가 설치됐다. 기본료와 부가세, 전력기금을 부담해야 하기에 1가구당 3000∼4000원을 내지만, 잉여 전력을 생각하면 전기료는 실상 무료다. 식수도 지하 150m 암반수를 쓰기에 수도료 역시 무료다. 뿐만 아니라 폐목재나 나무 부산물을 압축시킨 톱밥 형태 알갱이(Wood pellet)을 쓰는 펠릿 보일러를 집집마다 설치,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난방 연료로 쓴다. 요즘 유행하는 ‘에너지 제로 하우스’(Energy-Zero House)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석천길70, ‘백화마을’은 이처럼 생태건축이 완벽하게 구현됐다.

백화마을이 제13회 가톨릭환경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추석이 지나자마자 찾아갔다. 한가위를 막 보낸 터라 한적해 보이지만, 30대에서 70대까지 40가구 100여 명이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다.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조영호(루카, 61, 청주교구 황간본당) 대표 등 백화마을 마을 식구들과 함께 마을을 둘러봤다. 회관을 시작으로 S자 형태의 길이 만들어지고 그 옆으로 막, 동화 속에서 걸어나온 듯 그림 같이 아름다운 집들이 펼쳐진다. 문 앞에는 제각기 호수를 예쁘게 디자인한 해피 하우스(Happy House) 문패가 나붙어 있다. 행복 가득한 집들이 외부인을 반긴다.



온실가스 발생 제로 구현

백화마을이 조성된 건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와 영동군 지원으로 이뤄진 전원마을 조성의 일환이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귀촌 귀농 희망자들이 2008년 준비위원회를 만들고, 2년 뒤에는 매달 ‘두꺼비학교’를 개설해 마을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다. 그 결과 지향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생태 건축, 활동 공간을 공유하는 공동주택 형태인 코하우징(Co-Housing), 그리고 경제적 자립이었다. 이를 통해 흙 볏짚 집이 지어지고 태양광 발전설비와 재생에너지 보일러가 집집이 설치됐다. 온실가스 발생 제로(Zero)를 구현해낸 것이다.

“볏짚으로 만든 집이지만, 황토벽에 가끔 흙을 발라주고 관리만 잘하면 100년도 너끈합니다. 훗날 집의 수명이 다해도 자재 전체가 자연으로 돌아가기에 생태 건축입니다. 단 지붕 자재만 아스팔트 싱글로 시공한 게 아쉬운데, 그것만 빼면 생태 건축이라는 가치를 대부분 구현해낸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흙 볏짚 집 단지마을이라는 자부심은 덤입니다.”

이종희(니콜라오, 65) 전 대표는 “볏짚으로 지은 집인데도 보온이나 단열, 방음, 습도 조절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집 옆에 구들장을 깔고 황토방을 만들었는데, 흙 볏짚 집에 비해 외풍도 세고 살기도 불편해서 봄가을로만 쓴다”고 귀띔했다. 부인 황위숙(이사벨라, 62)씨도 “집이 숨을 쉬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주거 환경이 쾌적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가치 공유’의 원칙은 백화마을 회관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2층으로 된 661.16㎡ 크기 회관은 주민들이 2000만 원씩 추렴해 세웠다. 공동식당과 강당, 도서관, 나무공방, 체육실, 족구장 등과 게스트하우스까지 갖췄다. ‘같이 그린 백화협동조합’을 통해 그린에너지체험학교를 운영하는 주무대도 마을회관이다.

다수결보다 만장일치를 지향하는 백화마을.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마을공동체의 의지는 회관에 내걸린 액자에 담긴 구절에 다 담겼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