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여론사람들

[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 5. 한국 교회의 속병, 냉담 교우(상).

참 빛 사랑 2018. 7. 10. 21:34


냉담 교우 찾는 ‘숨바꼭질’ 끝내려면 신자 마음 헤아려야



▲ 하느님과 숨바꼭질 중인 냉담 교우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교회는 세상 속에 꼭꼭 숨은 ‘잃어버린 양’

냉담 교우와 함께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한국 교회의 많은 신자가 ‘하느님과 숨바꼭질’ 게임을 하고 있다. 하느님을 찾지도, 만나지도 않고 세상 속에 꼭꼭 숨어들고 있는 것이다. ‘냉담 교우’ 얘기다.

하느님과 숨바꼭질하는 냉담 교우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통계에도 나타난다. 한국 교회 580만 신자 가운데 부활ㆍ성탄 판공성사 대상자는 약 330만 명. 그러나 3명 중 2명은 판공성사를 보지 않고 숨바꼭질 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어떤 이들은 생계와 학업이란 벽장 속에, 어떤 이들은 무의미한 신앙관이란 늪에, 또 어떤 이들은 성당 자체를 ‘커다란 고해소’로 여기며 하느님과의 만남을 미루고 있다. 고통과 시련, 위기가 다가오면 하느님을 찾아가 ‘위로’와 ‘마음의 평화’를 얻어야 하는 자녀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른바 ‘가출(家出)’ 중인 상황이다.

▲ 냉담 교우의 숫자는 1990년대 들어 급격히 증가하며 2006년 정점을 찍는다. 

   그림은 한국 교회 신자 증가에 따른 냉담 교우 증감 추세.






‘하느님이 계시긴 할까?’ ‘바빠서 성당에 갈 시간이 없네.’

“성당에 나오는 신자들 챙기랴, 신심 단체 관리하랴, 본당의 연중행사와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잃어버린 양 찾기’를 지속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서울대교구 A본당 사목회장)

하느님을 대신해 숨은 양들을 찾아 나선 ‘술래’들의 현실도 녹록지 않다. A본당 사목회장은 “때마다 사목위원과 봉사자들을 독려해 ‘냉담 교우 회두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일시적 목표치만 달성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그는 “냉담 교우를 끌어안는 일은 20% 이하로 떨어진 미사 참여율을 끌어올리는 출발점임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2000년대 이후 교회는 숨바꼭질의 원인을 분석해오고 있다. 각 교구 사목국을 중심으로 냉담 교우 회두를 위한 분석 및 연구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지만, 늘어나는 냉담 교우 숫자를 점점 감당하지 못하면서 최근엔 본당 회두 운동에도 지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과거엔 거리와 성당 주변, 냉담 교우 가정방문 등을 하면 식은 마음을 풀고 ‘하느님의 집’으로 돌아오는 이들이 많았지만, 점점 굳게 닫아버린 ‘마음의 문’을 여는 이가 더욱 줄어들면서 문을 두드리는 이들도 지친 상황이다. 신앙생활도 각자 생각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신앙의 개인화’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주교회의가 올해 초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7」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교회 복음화율은 11%를 넘어섰다. 오랜 세월 사제와 평신도가 협력해 이룬 복음화 노력의 성과다. 그런데 문제는 복음화율과 냉담률이 동반 상승 중이라는 것이다. 신자 수가 늘어난 만큼 많은 냉담자가 배출되고 있다.


▲ 신앙이 더욱 개인화된 시대. 신자들의 어려운 삶을 ‘들어주는 교회’로의

사목 패러다임 전환으로 냉담 교우 삶을 이해하는 사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5개 본당 연합 소공동체 피정에 참가한 신자들이 옆에 앉은

신자들의 얼굴을 어루만져 주며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가톨릭평화신문이 창간하던 해인 30년 전 1988년 냉담 교우 숫자는 57만 6000여 명(거주지 미상 포함)었다. 이 시기는 1989년 서울 세계성체대회 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방한 등에 힘입어 한국 교회가 한참 양적 성장을 일궈가던 때였다. 냉담 교우 문제의 조짐은 1990년대 들어 급격히 대두된다. 10년 뒤인 1998년 냉담 교우 숫자는 113만 7400여 명으로 10년 새 2배 증가하기에 이른 것이다. 경제발전과 IMF 경제위기가 맞물려 도래한 급격한 사회변화 탓으로 보인다. 냉담 교우 숫자는 꾸준히 늘어 2006년 174만 8000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2010년 이후 한국 교회는 냉담자 수를 따로 집계하진 않고 있다. 대신 냉담 기준인 3년간 판공성사 참여 여부로 유추해봤을 때 최근 3년간 판공성사를 바치고 있는 신자는 대상자의 30% 선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미사 참여율은 19.4%다. ‘숨바꼭질 참가자’는 매년 꾸준히 약 10만 명씩 늘어나는 형국이다. 거기다 세상은 더 바빠지고,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어 냉담 교우의 손을 붙잡고 성당에 다시 데려오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홍성남(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신부는 “교회가 사람들의 삶에 들어가지 못하고, ‘우리만의 영성’, ‘막연한 하느님 뜻’만 강조하다 보니 현실 어려움에 처한 신자들이 이해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교회와 신자들 사이의 사목적 간극의 결과물이 냉담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혼인성사 때 세례를 받았지만, 먹고 사느라 30년 동안 성당에 안 나갔어요. 죄의식을 갖고 가끔 미사에 나가긴 했지만, 신앙생활을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원 바르톨로메오씨)

“어릴 때부터 주일학교를 다니며 열심히 성당에 나갔지만, 취직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신앙을 멀리하게 됐어요. 결혼 후에도 육아에 몸이 메여 마음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해성사 바치러 가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안 요안나씨)

“5년 넘게 본당 단체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신부님께서 어느 날 단체 운영이 탐탁지 않으셨는지 회의 때 갑자기 화를 내시더라고요. 가뜩이나 혼자만 일하는 것 같아 힘들었는데, 이후 단체장 임기 마치고 성당에 안 나가고 있어요.(이 안토니오씨)

냉담의 이유는 다양하다. 2016년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와 가톨릭신문이 실시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설문조사에 따르면 냉담하는 1순위가 ‘생계나 학업 때문’(44.4%)이다. 이어 신앙이 무의미하게 느껴져서(16.2%), ‘별 이유 없었음’(6.7%), ‘성직자ㆍ수도자에 대한 실망’(5.7%) 순이다. 이는 다른 교회 기관이 실시한 조사와 대조해봐도 대부분 일치한다.



사제들은 냉담자 사목의 일대 변화가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교회 내적 요인 반성 △일 대 일 만남을 통한 어려움 해소 △신앙 주기별 맞춤형 재교육 로드맵 마련 △신앙 컨설팅 제공 △‘삶을 들어주는 교회’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영제(서울대교구 사목국 차장) 신부는 “조사에 따르면, 영세 후 5년 안에 냉담자가 되는 경우가 40%를 넘는다”며 “세례를 받은 뒤 어떤 교육이 각자에게 적합한지 ‘입문-심화-성숙’의 단계별 교육 로드맵을 제시하고, 단체활동 및 봉사 등 원하는 형태의 신앙생활을 안내할 ‘신앙 컨설팅’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재봉(부산교구 선교사목국장) 신부는 “오늘날 일선 본당들이 기존 신자들을 위한 사목에 매진하다 보니 선교와 냉담자 회두에 힘을 쏟기 버거워진 게 사실”이라며 “교회와 목자는 평소 전례와 강론, 모든 사목활동에 있어 단순히 말씀을 전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젠 평신도들의 삶을 이해하고 들어주는 것에서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철(청주교구 선교사목국장) 신부는 “신앙이 더욱 개인화된 시대이기에 교회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와 갈망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기존 신자들과 함께 판공성사 1~2년을 거르거나, 미사에 간헐적으로 나오는 ‘잠재적 냉담자’부터 신앙을 깊게 만드는 작업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