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의준(앞줄 가운데) 신부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참가 신자 선수들 및 관계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임의준 신부 제공
스포츠 사목을 시작한 지 만 4년이 넘어가면서 두 번째 참가하는 국제대회가 하나둘씩 늘어간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2014 소치 올림픽 이후 두 번째 동계 올림픽이었고, 이번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두 번째 하계 아시안게임이다.
자카르타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면서, 4년 전 찍어 두었던 사진과 적어 뒀던 메모들을 다시 살펴봤다. 첫 하계 대회의 설렘 가득한 사진들과 글들을 보면서, 자신감과 용기를 채웠다. 그러나 도착한 자카르타는 낯설고 생소한 분위기에서 다시 한 번 처음 스포츠 사목을 시작할 때처럼 소심해지고 조심해진다.
이번 아시안게임부터는 교구의 배려로 숙소는 조금 더 좋은 곳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숙소 근처 슈퍼마켓에 들려서 2주간 필요한 생필품과 먹거리를 사면서 새로운 환경이 즐거우면서도 걱정이 가득하다.
‘그래도 내일이면 그립고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니까.’
낯선 집 침대에 누워서 마음을 다잡아본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시작부터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순조롭게 시작했다. 예전에 늘 불안한 시작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출입증(Accreditation card)’ 때문이다. 출입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또 어떤 등급의 출입증을 받느냐에 따라 선수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도,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데 이번엔 지인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받아본 카드 중 가장 높은 등급의 AD카드(올림픽 관련 시설 출입 허가 카드)를 발급받았다.
처음에는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그 AD카드를 발급받기 위한 지인의 노력과 그동안 많은 편견과 싸우면서 커리어를 쌓아온 지인의 시간들이 보였다. 감사하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래서, 그저 웃어주며 “신분이 상승했다”고 이야기를 건넸다.
바로 선수촌으로 향했다. 이미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난 누군가를 잘 안아주지 않는다. 예외가 있다면, 이렇게 해외에서 만나는 우리 선수들은 생각이 닿기도 전에 이미 서로 안고 반가워한다. 내가 그들에게 위로가 될 거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내게 위로가 된다는 것을 선수들은 알까? 그래서 만나고 나면 언제나 ‘고생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게 된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이슬람 국가에서 열리는 행사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들었다. 늘 출입증이 첫 번째 문제라고 한다면, 두 번째는 미사와 면담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하느님은 또 다른 도움을 다른 지인을 통해 보내주셨다. 이번 아시안 게임은 남북 단일팀을 이뤄 출전하는 종목이 많다. 그래서 특별히 남북교류협력단이라는 특별 부서가 생겼는데, 그 협력단의 단장님과 부서에 배정된 대한체육회 직원이 모두 천주교 신자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하느님의 도움은 구체적이고 확실하면서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다가온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늘 기대되고 설렌다. 이번 아시안게임, 우리 선수들과 나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또 다른 감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
임의준 신부(서울대교구 직장사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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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 중에 기도하는 여자 복싱 남은진(바울리나) 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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