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릴래아 호수 북단에 있는 카파르나움은 예수님의 갈릴래아 활동의 중심지였다.
카파르나움 회당 및 도시 유적.
고향 나자렛에서 배척을 받으신 예수님은 갈릴래아의 카파르나움으로 내려가십니다.(4,31) 위도로 보면 카파르나움이 더 위에 있지만, 해발 고도로 볼 때 카파르나움이 나자렛보다 훨씬 낮은 곳에 있습니다. 갈릴래아 호수 북단에 있는 카파르나움은 예수님 시대에 로마 군대가 주둔하고 세관이 있을 정도로 큰 도시였습니다.
루카는 카파르나움에 내려오신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세 일화로 나눠 소개합니다. 안식일에 카파르나움 회당에 가셔서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마귀를 쫓아내십니다.(4,31-37) 이어 시몬의 집으로 가시어 열병에 걸린 시몬의 장모를 낫게 하십니다.(4,38-39) 또 사람들이 데려온 갖가지 질병에 걸린 많은 사람들을 고쳐주시고 마귀를 쫓아내십니다.(4,40-41)
예수님의 이 활동은 크게 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가르침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사람들이 몹시 놀랄 정도로 말씀에 권위가 있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 말씀은 마귀까지 쫓아낼 만큼 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게 대체 어떤 말씀인가? 저이가 권위와 힘을 가지고 명령하니 더러운 영들도 나가지 않는가?” 하며 서로 말합니다.(4,36)
다른 하나는 기적 행위입니다. 이 행위는 질병의 치유와 마귀 들린 사람의 치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성경학자들은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기적(또는 이적)을 네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병을 고치는 치유의 이적, 마귀를 쫓아내는 구마의 이적, 죽은 사람을 살리는 소생 이적, 그리고 물 위를 걷고 바람을 잔잔하게 하는 등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이적이 그것입니다. 예수님은 카파르나움의 첫 활동에서 이미 두 유형의 이적을 드러내 보이신 셈입니다.
카파르나움에서의 예수님의 첫 활동을 소개하는 이 세 일화는 같은 날에 있었던 일로 보입니다. 안식일에 회당에 가시어 가르치시고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을 쫓아내신 후 시몬의 집으로 가서 심한 열병으로 누워 있는 시몬의 장모를 낫게 하십니다. 이 시몬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시몬 베드로를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시몬은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결혼한 상태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해 질 무렵”(4,40)이 되자 사람들이 많은 병자를 시몬의 집으로 데려옵니다.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하신 일로 소문이 주변 곳곳으로 퍼져 나갔기에(4,37), 사람들이 많은 병자들을 데려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해 질 무렵”에야 병자들을 데려온 것은 그날이 안식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해가 뜨는 아침을 하루의 시작으로 여기는 우리와 달리 당시 이스라엘은 백성은 해가 지는 저녁부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 날이 안식일이어서 사람들이 병자들을 막 데려올 수 없었기에 안식일이 끝나는 해질 무렵부터 데려오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마귀들이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알아봤다는 사실입니다. 마귀들은 예수님을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4,34) “하느님의 아드님”(4,41)으로 알아봅니다. 하지만 마귀들은 겸손하게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질렀다”고 루카는 기록합니다. 쫓겨나는 것이 억울하고 분해서 항변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카파르나움에서 하루를 보내시고 날이 새자 외딴곳으로 가십니다.(4,42) 왜 외딴곳으로 가셨을까요? 안식일이 끝나는 저녁부터 많은 병자들에게 손을 얹어 병을 낫게 하시고 마귀 들린 사람들에게서 마귀를 쫓아내시느라 피곤하셨을 것입니다. 어쩌면 외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으셨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성경학자들은 이 외딴곳을 광야와 연관 짓습니다.(1,80; 4,1 참조) 광야는 무엇보다 하느님을 만나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외딴곳으로 가신 이유는 기도하시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예수님께서 활동하신 후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는 내용은 5장 16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군중들이 예수님을 찾아와서는 자기들을 떠나지 말아 달라고 붙듭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권위 있는 가르침을 들었고 병자를 치유하고 마귀를 쫓아내는 놀라운 일(이적)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유다의 여러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셨다고 루카는 기록합니다.(4,42-44)
▲ 카파르나움의 베드로 사도 동상 |
생각해봅시다
루카는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가르치셨다고 하지만 그 가르침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무엇을 가르치셨을까요? 그 답은 예수님께서 고향 나자렛의 회당에서 하신 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은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4,18-19).
따라서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에서 하신 활동은 나자렛 회당에서 선포하신 말씀을 당신의 행동을 통해 구체적으로 입증하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에게서 마귀를 쫓아내신 것은 마귀의 권세에 짓눌려 억압받는 이를 해방시켜 주신 것입니다. 갖가지 질병을 앓는 이들을 고쳐주신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사람들이 당신을 찾아와서 붙잡았을 때 당신이 하신 일이 또 하셔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언급하십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나는 사실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4,43)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 곧 복음이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에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이 복음의 표징입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거리가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은 복음의 증인이 되라고 부름 받은 이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말과 우리의 행동은 복음의 표징이 되고 있는지요?
알아둡시다 - 카파르나움
갈릴래아 호수 북단, 갈릴래아 호수로 흘러들어 가는 요르단 강에서 서쪽으로 4㎞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꽤 큰 도시였고,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와 갈릴래아 남쪽의 유다 지방 또는 지중해 연안을 통해 이집트로 연결되는 도로가 지나는 교통의 요충지였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서 활동하실 때에 카파르나움을 주된 거처로 삼으셨다고 하지요.
오늘날 유적만 남아 있는 카파르나움에는 시몬 베드로의 집(혹은 시몬 베드로 장모의 집) 유적 위에 성당이 건립돼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의 회당 터에 4세기쯤 재건한 회당의 유적을 비롯해 옛 도시의 흔적들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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