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이 막히면 뇌나 심장 같은 우리 몸 주요 장기가 타격을 입기 쉽다. 치매, 뇌졸중은 물론 심근경색, 협심증 위험이 높아진다. 혈관 건강을 지키려면 우선 혈액을 기름지게 만드는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주의해야 한다. 혈액 속 지방수치가 높은 이상지질혈증 환자 수는 2008년 약 74만5000명에서 2014년 약 139만9000명으로 6년 새 약 2배가 됐다(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하지만 식 습관을 조절하고 운동하면 혈액이 탁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이미 기름으로 끈적해진 혈액도 일부 맑게 되돌릴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인 8년간 병에 시달리다가 삶을 마감, <헬스조선>이 '9988'의 길을 모색하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3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인 80.2세보다 1.1세 더 높다. 그러나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3세다. 8년 이상을 질환과 싸우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이것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큰 고통을 준다.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만 만찮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현재의 건강 화두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9988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3일만 아프다 죽는다)'에 성공하는 방법 은 없을까. <헬스조선>이 연중기획 '건강수명을 늘리자'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본다.
PART 1. 이상지질혈증, 어떤 병인가
혈액이 지방 성분으로 끈적해지는 질환
이상지질혈증이란 혈액 속 지질 성분이 과도하게 많아진 병이다. 여기 서 지질 성분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다. 둘 다 지방이지만 하는 일은 다르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호르몬을 만드는 데 쓰이는 반면, 중성지방은 각종 장기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콜레스테롤은 HDL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로 나뉜다. 처 음 간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이 몸 곳곳으로 운반될 때의 상태가 LDL 콜레스테롤이고, 제 일을 끝내고 간으로 다시 운반되는 게 HDL 콜레스테롤이다. 이 때문에 HDL 콜레스테롤이 '혈관 청소부' 노릇을 하는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HDL, LDL 콜레스테롤 각각이 적정 수치를 유지해 콜레스테롤의 공급과 청소가 원활해야 우리 몸이 제 기능을 하고 맑은 혈액을 유지한다. 한편, 중성지방은 혈중에 떠다니거나 지방 세포 속에 저장된 상태로 존재한다.
이상지질혈증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주기적인 검사가 필수다. 한국 지질동맥경화학회는 21세 이상 성인이면 적어도 4~6년마다 지질검사 시행을 권장한다. 지질 검사 전에는 12시간 이상 금식해야 한다.
환자 수 6년 새 두 배로 '껑충'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이상지질혈증 환자 수는 2008 년 약 74만5000명에서 2014년 약 135만9000명으로 6년 새 약 2배로 늘었다. 50~60대가 전체 환자의 60%를 차지하고, 여성 환자 수가 남성의 1.5배다.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이정민 교수는 "삽겹살 같은 기 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운동을 덜 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체내 중성지방이 많아지는데, 몸속에 저장시킬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면 혈액 속으로 녹아들면서 혈 중 지질 수치를 높인다.
젊은층보다 50~60대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많은 이유는 몸의 노화로 지방을 분해하는 등의 대사 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는 탓이다. 여성 환 자가 유독 많은 이유는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과 관련 있다. 여성호르몬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HDL 콜 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여성호르몬이 없으면 LDL 콜레스테롤 중에서도 입자가 작고 밀도가 높아 혈관에 더 잘 달라붙는 LDL 콜레스테롤이 늘어난다고 알려졌다.
PART 2. 몸에 어떤 영향 미치나
심장병, 뇌경색, 치매, 말초신경병증 유발
혈액 내 지질 성분이 많아지면 혈관 내벽에 죽상경화증이 나타난다. 죽상경화증은 혈관의 내피세포가 죽(粥)처럼 손상되는 것이다. 삼성 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는 "지질 성분이 혈관 내벽에 끼 들면서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심해지면 볼록하게 튀어나와 혈액이 지 나는 길을 막는다"며 "염증이 생겨 혈관 내벽이 약해지면 안에 있던 콜레스테롤 같은 지질 성분이 혈액에 노출되고, 그 자리에 혈전이 생기면서 막힐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힐 때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부위가 심장과 뇌다. 심장이나 뇌세포는 조금만 손상돼도 사망하거나 반신불수 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정민 교수는 "심장과 뇌의 혈관이 신 체 다른 부위의 혈관에 비해 굴곡이 많고 가늘다는 점도 쉽게 막힐 수 있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팔다리는 평소에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안에 있는 혈관 역시 자극을 받고 혈액순환을 원활 히 하는 효과를 본다"며 "심장이나 뇌의 혈관은 몸의 움직임에 의한 물리적인 자극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지질 성분 등의 노폐물이 잘 쌓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장기별, 이상지질혈증이 유발할 수 있는 질환
심장 협심증, 심근경색증
협심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는 것이다. 심장 이 필요한 것보다 적은 양의 혈액이 공급되면서 심장 세포가 충분한 산소를 전달받지 못한다. 협심증 단계에서 진행을 막지 못하면 혈관이 완전히 막히는 심근 경색증으로 악화된다. 막힌 혈관 주변의 세포가 죽고 심장 기능이 점차적으로 떨어지면서 심부전이나 심장발작, 심장마비 등이 유발될 수 있다.
뇌 뇌경색, 혈관성치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뇌세포 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는 질환이다. 뇌경색 유발 부위가 작은 경우에는 수일에 걸쳐 뇌 기능이 다시 회복되기도 한다. 하지만 손상 부위가 크거나 주요 부위 혈관이 막힌 경우에는 바로 사지가 마비되는 심각한 상황이 생 길 수 있다. 뇌세포가 점차 손상되면서 기억력 등이 떨어지는 혈관성치매가 생기기도 한다.
다리 말초혈관질환
다리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다리가 저리거나 통증이 생기는 병이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혈관 주변 부위가 괴사해 발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PART 3.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하나
생활습관을 관리하면 혈액 속 지질 성분이 과도하지 않게 막을 수 있다. 이미 치료가 필요한 단계에 이른 환자는 생활습관으로 증상을 크게 완화하기는 어렵다. 생활습관만으로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의사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은 생활습관만으로 혈중 지질 수치를 어느 정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성지동 교수는 "생활습관만으로는 평균 10% 정도, 드물게 사람에 따라 30~40%까지 혈중 지질 수치가 떨어지기도 한다"며 "단, 이미 증상이 심각한 상태에서는 생활습관은 2차적인 것이며 약물치료를 해야 증상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지질혈증을 더 주의해야 하는 환자
흡연자
고혈압 환자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 또는 항고혈압제 복용 중
저HDL콜레스테롤 환자
40mg/dL이하
연령이 남자 45세 이상, 여자 55세 이상인 경우
관상동맥질환 조기 발병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부모, 형제자매 중 남자 55세 미만, 여자 65세 미만에서 관상동맥질환이 발병한 경우
혈액에 기름때 안 끼게 하는 법
음식
콩·과일 많이 먹기
콩에 든 단백질은 LDL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하루 50g의 콩단백질을 섭취하면 LDL 콜레스테롤이 3%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과일에 많은 수용성 식이섬유는 혈중 중성지방을 낮춘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소장에서 콜레스테롤이 흡수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1000kcal당 20g 이상의 고식이섬유를 섭취한 환자는 1000kcal당 10g 미만의 저식이섬유를 섭취한 환자보다 혈중 중성지방이 8% 더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탕·음료수 등 단순당 피하기
미국보건영양조사(1999~2006년)에 따르면, 단순당(설탕·꿀·물엿 등) 섭취량이 많을수록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았다. 미국심장학회 역시 혈중 중성지방이 높을수록 단순당 섭취를 엄격히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단순당 중 과당은 간으로 이동해 지방간을 비롯, 중성지방을 만들어낸다.
권장식품
어육류 / 두류
생선, 콩, 두부, 기름기 적은 살코기, 껍질을 벗긴 가금류
지방
불포화지방산 해바라기유, 옥수수유, 들기름, 올리브오일 견과류 땅콩, 호두
곡류
잡곡, 통밀
채소 / 과일
신선한 채소, 해조류, 과일
미국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는 2015년 2월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과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성인 기준 하루 300mg 이하로 권고하던 콜레스테롤 섭취 기준을 폐지했다. 콜레스테롤은 몸에서 합성되는 양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많다는 음식을 먹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달걀노른자, 오징어, 새우 등을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는 없다.
운동
1. 체중 감량하기
체중 감량은 혈중 지질 대사에 영향을 미쳐 혈액 속 중성지방을 감소시킨다. 체중을 lkg 감소하면 혈중 중성지방이 1.9%, 체중을 5~10% 감소시키면 혈중 중성지방이 2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심장학회는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150~199mg/dL이면 체중의 5%, 200mg/dL 이상이면 체중의 5~10%를 감량할 것을 권하고 있다.
2. 금연하기
흡연을 하면 혈중 지방 수치가 전반적으로 높아진다. 54개의 논문을 분석했더니, 흡연자의 총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LDL 콜레스테롤 농도가 비흡연자에 비하여 각각 3%, 9.1%, 1.7%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의학회지<BMJ>에 실린 적이 있다. 담배를 피우면 HDL 콜레스테롤이 혈액을 타고 잘 이동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효소의 활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3. 유산소운동하기
속보,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이 유산소운동이다. 유산소운동은 중성지방을 감소시키고 HDL 콜레스테롤을 늘린다. 단, LDL 콜레스테롤 변화는 거의 없다. 하지만 운동이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해 잘 생기는 심혈관계 질환을 전반적으로 예방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4. 금주하기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중성지방 수치를 높인다.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한 사람 5명 중 1명의 혈중 중성지방이 250mg/dL으로 높았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가 있다. 알코올은 영양소가 아니기 때문에 몸에 저장되지 않고 바로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따라서 알코올을 마신 후 몸을 많이 움직이는 등의 칼로리 소모를 따로 하지 않는 한 함께 먹는 안주가 몸에 저장되기 쉽고, 이것이 혈중 지방으로 남기도 한다.
5. 근육 기르기
근육은 우리 몸의 에너지를 태우는 역할을 한다. 근육이 부족하면 그만큼 에너지를 태울 수 있는 공장이 적은 셈이다. 즉, 근육이 적을수록 지질 성분이 계속 혈중에 떠다닐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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