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걸어야 할 인생의 걸음들은 느리거나 숨 가쁜 보폭을 떼어놓으며 가다 서기를 반복할지라도 결코 되돌아갈 수 없는 여정이죠. 오래전 일인데요. 아버지의 케케묵은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논어의 명언들을 꼼꼼히 써내려간 누렇게 바랜 잉크 번진 페이지를 신기한 듯 넘기던 기억으로는 한자(漢子) 옆에 토를 달고 일상의 이야기를 덧붙여 써 놓아 지아비로서의 결심들이 녹아있는 글들이었지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유학(儒學)의 대가라 할 수 있는 금장태 교수님의 『나를 찾고 너를 만나』라는 새로운 책 앞에서 남다른 감회가 깊습니다.
우아한 표지를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목차의 소제목들부터 내 이야기를 해 주려는 듯, 쉽고도 정감이 넘칩니다. 한 페이지씩 읽고 음미할 때마다 삶의 결이 가지런해질 것만 같은 예감과 함께 저자가 인용한 나를 찾아가는 공자의 한 말씀을 깊여봅니다.
"사랑한다면 수고롭게 하지 않겠는가. (愛之, 能勿勞乎 「논어」 14-7) 진정으로 누구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고로움을 겪으면서도 향상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사랑은 그 자체로 온전한 것이 아니라, 올바른 대상을 선택해야 하고 또 인격적 가치를 간직해야 온전해질 수 있다. 사랑받는 사람은 행복하지만, 그 사랑을 독점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게 되면 근본을 잃어 마음이 편안할 수 없다"는 뜻풀이까지 곁들여 내면의 성찰로 이끕니다.
고전을 인용한 옛 성현들의 말씀을 어려운 학문으로만 생각하지 않도록 풀어쓴 작가의 섬세한 표현, 삶의 공통적 근거에 접근시키는 영적 매력이 넘쳐납니다. 깊은 맛을 우려낸 어머니의 뜨끈한 장국밥을 먹듯 각자의 상황과 처지를 신앙의 차원까지 끌어올린 조화로움, 무엇보다도 사랑의 인문학인 예수님의 가르침과 연결돼 기막힌 접점을 만나게 하네요. 얼른 읽고 싶지 않으세요?
회원님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영양가 많은 책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봄이 오는 좋은 계절에 유학자와 함께 일상의 멋진 철학여행 떠나 보세요.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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