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내놓은 다섯 번의 담화로 대한민국은 둘로 분열됐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14일까지 국민들은 둘로 나뉘어 한겨울 국회와 광화문 앞으로 쏟아져 나갔다. 그리고 국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광화문에서는 ‘탄핵 반대’를 외쳤다.
“처음 정치 참여를 선언했던 2021년 6월 29일이 떠올랐습니다.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는 무너져 있었습니다. 자영업자의 절망, 청년들의 좌절이 온 나라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14일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대통령이 내놓은 담화문 일부다. 읽으면서 곱씹어봤다. 먼저 든 생각은 정말 지금은 괜찮다고 느끼는 걸까였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대통령이 첫 번째 담화를 내놓은 3일부터 14일까지 12일간 모든 국민은 좌절을 경험했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온 힘을 쏟아 일해 왔습니다. 국민을 위해 고민하고 추진하던 정책들이 발목을 잡혔을 때는 속이 타들어 가고 밤잠을 못 이뤘습니다.” 매 순간 쉬면서, 또 온 힘을 쏟지 않으면서 일하는 국민이 어디 있는가.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고민하고 추진하던 정책들이 발목을 잡혔을 때 속이 타들어 가고 밤잠을 못 이뤘다고 하지만, 국민은 지금도 속이 타들어 가고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말이다. 앞으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게 맞을 듯하다. 국민의 시선은 헌법재판소를 향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 대행을 중심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서,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다. 안전과 행복을 지켜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 불안전하고 불행하지만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의 시간도 더 이상 무의미한 시간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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