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승리입니다. 민주주의의 승리입니다.”
14일 오후 5시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윤석열 대통령의 2차 탄핵 소추안의 가결 소식이 나오자 국회대로를 가득 메운 200만 시민(경찰 측 추산 오후 4시 기준 20만 명)은 목소리 높여 힘껏 민주주의를 연호하며 환호했다.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여기저기서 옆에 앉은 사람과 하이파이브하기도 했다. 몇몇 시민들은 가결 소식이 전광판을 통해 흘러나오자 이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등 감격스러워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탄핵 가결 소식에 이어 집회 측이 준비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윤수일의 ‘아파트’ 등 인기곡이 흘러나오자 반주에 맞춰 힘차게 따라부르며 탄핵이 가결된 데 대한 기쁨을 만끽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집회에 나온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주권자인 시민이 승리했다는 성취감에 도취됐다. 인천 검암동에서 왔다는 최시후(15)군은 "모두가 원했던 순간이 다가와 신이 났다"며 "가결됐을 때 응원봉을 흔들면서 모두와 하나되는 순간을 느꼈다"고 환호했다. 전북 익산에서 왔다는 김현주(48)씨는 "열차 파업이 끝나서 다행히 오게 됐는데 멀리서 왔지만 기뻐서 힘든 줄도 모른다"며 "세대 간 어울려 한목소리를 내 기뻤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왔다는 이상국(42)씨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선진화된 민주주의를 잘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 화성에서 두 자녀와 함께 온 강동훈(47)씨는 "많은 국민들이 염원하고 바라는 점이 많아서 다음 고비도 잘 넘어갈 것 같다"며 "어려운 환경인데도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해 모두의 승리를 거둬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회 앞 탄핵 가결 순간 이범준 그레고리오 제공
영하의 날씨에도 백만 인파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여의도는 최고 기온이 섭씨 2도에도 못 미치는 등 추운 날씨를 보였지만 본회의가 열리기 수시간 전부터 시민들은 국회대로에서 여의도공원까지 빈틈없이 가득 메웠다. 시민들은 한 손엔 ‘탄핵’이라 적힌 푯말과 다른 손엔 응원봉을 든 채 현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며 윤석열 행정부의 퇴진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경기 군포 산본에서 왔다는 김미숙(가타리나, 60) 씨는 “1시간 반이나 걸려 왔지만 국민들을 기만한 윤 대통령의 퇴진에 앞장서고자 왔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온 정해인씨는 “매주 퇴진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며 “주권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외치러 왔다”고 밝혔다.
집회 참석은 남녀노소 할 것 없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국회 앞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과 집권여당 의원들의 탄핵 가결 투표로 선회하기를 바랐다. 가족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에서 온 박진영씨(31)는 “모두의 염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학생 표지훈(바오로, 중앙대 3학년)씨는 “모든 분들이 다 똑같은 마음일 텐데, 국가문란을 자초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지금의 혼란을 빨리 수습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이 돼야 할 것 같아 나왔다”고 전했다.
인천 영종도에서 4식구 모두가 함께 왔다는 김양대(46)씨는 “자녀들에게 민주주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주기 위해 가족과 함께 나오게 됐다”며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서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왔다”고 전했다. 김재석(8, 초1)군은 “사람이 많은 걸 보니 이후의 나라가 기대된다”고 희망했다. 두 어린 아들과 함께 충남 당진에서 왔다는 40대 송모씨는 “국민 모두의 염원이 이뤄지길 바라는 의미에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들의 온정도 돋보였다. 200만 명에 가까운 집회에 나온다는 소식에 커피와 어묵 등을 선결제한 곳도 많았다. 한 커피 전문점에서는 집회날인 이날 선결제가 2000건이 넘게 됐다는 전언이다. 액수로는 700만~800만 원가량이다. 시민들은 집회 전부터 골목마다 어묵 등을 파는 포장마차와 커피차, 커피 매장에 줄을 길게 늘어섰다. 선결제해놓은 음식을 받고 웃음꽃을 피웠다.
최근 선결제 1000건으로 이슈가 된 남대문커피 의사당점 점장 조호연씨는 “국회 앞에서 운영한 지 8년 정도 됐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면서 “시민분들이 커피를 받아드시고 선결제한 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선결제해주셨는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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