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에게 나를 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이룰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도록. 나는 신에게 건강을 부탁했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내게 허약함을 주었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도록···.”
12일 고 황수정(율리아나)씨의 장례 미사가 봉헌된 서울 수락산성당. 10일 3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뮤지컬 배우이자 찬양 사도로 활동한 황씨의 맑고 낭랑한 목소리가 대성전에 울려 퍼졌다. 미사에 함께한 신자들은 흐느끼며 눈물을 닦았다. 미사는 노우식(수락산본당 주임) 신부 주례로 11명의 사제가 공동집전했다.
“제가 수정이에게 준 것보다 수정이에게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긍정적인 삶의 태도, 고통 중에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 수정이가 믿었던 주님이기에 수정이를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김시몬 신부)
고인에게 미리 장례 미사 강론을 부탁받은 김시몬(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신부는 “수정이는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을 원망하거나 거부하지 않았고, 최근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면서 하느님이 주신 능력을 하나씩 돌려드리며 지금까지 누린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느꼈다”고 전했다. 김 신부는 “남들보다 짧은 삶을 살았음에도 많은 이들을 사랑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고별식 후 특송으로 가톨릭 생활성가팀 ‘열일곱이다’가 부른 ‘소중한 사람을 위한 기도’가 울려 퍼졌다.
2018년 2월 침샘암 판정을 받고 7년째 암 투병을 했던 황씨는 본지에 1775호 9월 1일자부터 8주간 여덟 차례 투병 단상을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삶의 가치를 울림으로 전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글을 공유하며 “빈틈이 가득한 저의 삶 속에서 여러분만의 예수님을 찾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모든 것은 주님의 은총”이라고 고백하며 고통 중에도 하느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맑고 깊은 심성으로 길어올렸다.
고인은 10월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제 삶의 한 부분이 되어주어 감사하다”면서 “덕분에 이 아름다운 삶을 더 아름답게 살 수 있었다”고 장문의 글을 올렸다. 마지막 줄에 “사랑합니다. 당신이 가르쳐준 사랑만 내게 남았습니다”라고 적었다.
2017년 제17회 cpbc 창작생활성가제 대상 수상자인 황씨는 가톨릭 생활성가팀 ‘열일곱이다’ 단원으로 활동했다. 유튜브 채널 ‘황수정의 소리기록’(@Soojeong Tape)에 자신의 투병 과정과 단상을 영상과 노래로 남겼다.
황수정 율리아나 추모영상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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