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갈 때면 특별히 색다르게 다가오는 점이 ‘누구나 자신을 지켜주는 성인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남부로 갈수록 이런 경향은 강한데, 각자 수호성인을 새긴 조각이나 그림을 소지하며 수시로 꺼내보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외교부 자료를 토대로 전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포르투갈과 크로아티아에서는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반면, 가톨릭 신자 비율이 70~80%에 이르는 폴란드·아일랜드·리투아니아에서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성인 공경은 가톨릭의 유구한 전통이다. 가톨릭교회는 어떤 직업·장소·국가·개인이 특정한 성인을 보호자로 삼아 존경하고, 그 성인을 통하여 하느님께 청원하며, 하느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보는데, 이러한 성인을 수호성인, 혹은 주보성인이라 한다. ‘모든 성인 대축일’은 명칭 그대로 모든 성인을 기리는 축제날로 609년 성 보니파시오 4세 교황 때부터 5월 13일로 지정되었고, 9세기 중엽부터 11월 1일로 변경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성인에 대한 공경이 꼭 가톨릭교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회에서도 성당·관구마다 주보성인이 지정되며 신자들이 성인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받는 등 전통이 남아 있으며, 개신교도 전승·교회의 역사적 연속성을 중시하는 일부 루터교에서 예배당마다 주보성인을 세우기도 한다.
오래된 전통인 만큼 클래식에서도 성인을 기리는 음악이 제법 있다. 영국의 작곡가 헨리 퍼셀(1659~1695)은 그의 오페라 ‘아서왕’에서 ‘우리 영토의 수호성인 성 조지’라는 곡을 남겼다. 씩씩하고 활발한 소프라노와 트럼펫의 합주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Purcell King Arthur "Saint George, the patron of our Isle"
//youtu.be/SjRVCKyLqpw?si=WdidIMgH3vEp0_cf
아예 수호성인을 위한 노래를 모아둔 영상도 있다. 명화와 르네상스, 또는 이전의 음악들로 구성되었는데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고대 유럽의 음악은 아랍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예수님이 태어나고 활동하시던 곳은 지금의 중동 지역이다.
//youtu.be/G1SO4G34960?si=lzKvwhgtIPlzPUNM
한 나라를 수호하는 성인도 있다. 이탈리아는 성 프란치스코, 프랑스는 성 미카엘 대천사, 우리나라와 미국의 가톨릭교회는 성모 마리아를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다. 한 개인이 수호성인을 모시는 관습은 좀 더 늦게 시작되었다. 한편 직업이나 단체에 대한 수호성인도 있다. 이것은 교황님이 결정하는데, 요셉은 교회, 알로이시오 곤자가는 청년과 학생, 빈첸시오 아 바오로는 자선단체, 프란치스코 사베리오는 출판단체,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세계 선교의 수호성인이다.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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