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말과 행동으로 복음을 선포하십시오
▲ 정진석 추기경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하면서 정진석 추기경님을 예방한 일이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정 추기경님께서는 평신도의 신원과 소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셨고, 저에게도 많은 당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특히 “견진성사가 평신도 사도직을 위한 성사”라는 말씀은 아직도 제 가슴에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정 추기경님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정 추기경님이 한국 교회 평신도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이 땅의 평신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원고는 정 추기경님의 말씀을 정리한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 ‘크리스티 피델레스’(Christi Fideles)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크리스티 피델레스라는 말의 뜻은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를 지칭하여 하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피델레스 안에는 교황님을 비롯하여 성직자, 평신도 등 모두를 이르는 것입니다.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는 것은 제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 안에 한 형제로서, 여러분과 같은 크리스티 피델레스 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명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평신도는 이 세상을 그리스도의 복음에 따라서 복음화의 일꾼으로서 봉사하자”는 것이 오늘 제가 말씀드리는 요점입니다.
초세기 교회에서는 성직자나 평신도의 구별 없이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명, 즉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전심전력을 다 했습니다. 그러다 가톨릭이 3세기 이후에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국민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크리스티 피델레스라는 자아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후일 중세기에 이르러서는 크리스티 피델레스의 의식이 있는 사람 중에서 교회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성직자가 되었고 그러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평신도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평신도들이 평신도의 사명을 실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서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공부하지 않고 신앙을 갖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신앙을 갖게 되었기에, 그리스도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실천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평신도 사도직 교령을 제정했습니다. 그 취지는 초대 교회가 평신도와 성직자의 구별 없이 각자가 처하여 있는 생활 여건 속에서 자기 나름대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사명을 실천한 그 본보기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평신도 사도직이 무엇을 하는 것이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서 잘 말하여 주었습니다. 평신도 사도직 교령 제13항에 아래와 같은 말이 있습니다. 제가 길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 글로 제가 꿈꾸고 원하는 평신도 사도직의 구현을 대신하겠습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 공동체에 정신, 풍습, 법률 조직 등을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충만케 하는 사회 분야의 사도직은 다른 사람이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평신도들의 독점적 책임이요 의무라 하겠다. 이 분야에서 평신도들은 같은 입장의 사람으로서의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다. 여기서 평신도들은 생활의 증언을 말로써 완성하며 노동, 직업 연구 등의 영역에서나 주민들 가운데에서 자유시간이나 회합 때 평신도들은 자기 동료들을 도와주기에 가장 적당한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은 생활의 증거와 명백한 선포를 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이 그러한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세상의 누구도 그러한 역할을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정치우(안드레아, 새천년복음화학교 교장)
▲ 정치우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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