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루살렘 시온산 최후의 만찬 기념 성당 맞은편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원의
‘최후 만찬 기념 성당’을 향한 성당.
▲ 밀라노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지에 성당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 【CNS 자료사진】 |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베드로와 요한이 파스카 음식을 준비하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만찬을 드시면서 성찬례를 제정하십니다. 편의상 두 부분으로 나눠서 살펴봅니다.
파스카 만찬(22,14-16)
“시간이 되자 예수님께서 사도들과 함께 자리에 앉으셨다.”(22,14) ‘시간이 됐다’는 것은 파스카 음식을 들 시간이 됐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은 또한 하느님께서 뜻하신 시간, 혹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뜻을 행하실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은 해가 진 후였습니다. 파스카 음식은 해가 진 후에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탈출 12,8 참조)
이렇게 시간이 되어 제자들과 함께 자리에 앉으셨는데 예수님께서는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고난을 겪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파스카 음식을 먹기를 간절히 바랐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파스카 축제가 하느님의 나라에서 다 이루어질 때까지 이 파스카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겠다.”(22,15-16)
예수님의 말씀에는 비장함이 서려 있습니다. 제자들에게는 예수님의 이 말씀이 뜻밖이고 충격적으로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군중의 환호 속에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후에 성전에 가셔서 물건 파는 이들을 내쫓으시는 것을 보면서 자랑스럽고 뿌듯했을 것입니다. 또 날마다 백성이 성전에 모여들어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예루살렘에서 사람들에게 붙잡혀 고난을 받고 죽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알아듣지 못했던 제자들이었기에 오히려 예루살렘에서 가르치시는 스승의 모습에 의기양양했을지 모릅니다. 게다가 파스카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도 스승의 말씀대로 착착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이 파스카 음식이 제자들과 나누는 마지막 식사일 뿐 아니라 “파스카 축제가 하느님의 나라에서 다 이루어질 때까지” 곧 하느님 나라가 최종적으로 완성될 때까지는 파스카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겠다고 단언하시니 제자들로서는 어리둥절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충격적인 말씀이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는 가운데 잠시 시간이 흘렀습니다. 예수님께서 잔을 받아 감사를 드리신 후에 말씀하십니다. “이것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제부터 하느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마시지 않겠다.”(22,17-18) 예수님 말씀의 내용으로 볼 때 잔에 든 것은 포도주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포도주잔을 돌려가며 나누어 마시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신은 하느님 나라가 올 때까지, 말하자면 하느님 나라가 완성될 때까지 절대로 마시지 않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유다인들이 일반적으로 파스카 축제 음식을 드는 모습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다시는 파스카 음식을 들지 않고 포도주도 마시지 않겠다고 비장하게 선포하시는 예수님 말씀이 두드러지고 있을 뿐입니다.
성찬례 제정(22,19-20)
그런데 루카 복음사가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새로운 내용을 계속 소개합니다. 우선 본문을 살펴봅니다. “예수님께서는 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사도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방식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다.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이 부분은 앞에서 본 22장 14-16절(파스카 만찬)과 상당히 겹치는 느낌을 줍니다. 그렇지만 두드러진 차이들도 있습니다. 앞부분 ‘파스카 만찬’에서는 이 만찬이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만찬임이 강조되지만, 여기에서는 빵과 포도주가 “너희를 위한” 예수님의 “몸과 피”라는 것, 동시에 그 피는 ‘새 계약의 피’라는 것, 그리고 당신을 기억하여 이 예식을 행하라는 것이 강조됩니다.
이런 차이와 관련해 학자들은 신약성경에서 파스카 만찬 혹은 성찬례 제정에 대해 언급하는 본문들을 검토한 후에 루카 복음사가가 이 부분을 쓰면서 한편으로는 마르코복음에 나오는 성찬례 제정에 관한 내용(마르 14,22-25; 참고 마태 26,26-29)과 다른 한 편으로는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 나오는 주님 만찬에 관한 내용(1코린 11,23-25)을 합쳐서 자기 나름으로 혼합형 성찬례 기사를 엮었다고 봅니다.
왜 루카 복음사가는 두 가지를 합쳤을까요? 루카 복음사가가 복음서를 집필할 때 많은 부분을 마르코복음, 또는 마르코 복음사가가 활용한 자료를 토대로 했습니다. 그런데 루카가 속해 있던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는 이미 코린토 1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방식으로 주님의 만찬을 거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찬례 제정에 관한 부분을 쓰면서 마르코복음의 내용과 코린토 1서의 내용을 혼합했다는 것이 성경학자들의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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