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셉과 아기 예수님' 복원 전.
프랑스에서 미술품 복원을 공부해선지 간혹 ‘루브르박물관의 작품은 모두 진짜인가’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물론 그 작품들은 진품이고 복원을 잘해 정성스럽게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믿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어떤 분은 관광 가이드가 ‘오르세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인상파 그림은 대부분 복사본’이라고 설명했다면서 필자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라고까지 말한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미술관에 들어가 가짜 그림만 구경한다면 미술관이 대중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없는데 가능한 일일까? 그럼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수백 년 된 미술품들이 마치 최근에 그린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지속적인 복원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해를 해소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필자가 수행했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15년 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1930년대에 선교사에 의해 프랑스에서 들여온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성 요셉과 아기 예수님’ 그림이 심하게 손상되어 복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미지상에는 심한 균열과 함께 물감층이 캔버스와 분리되는 들뜸 현상, 특히 물감 손실이 많은 상태였다. 오래간만에 이처럼 훼손이 심한 작품을 복원한다는 기대와 신자로서 약간의 의무감(?)으로 복원작업을 흔쾌히 수락했다.
며칠 후 마리아 수녀님이 한 형제님의 차량 지원을 받아 작품을 가지고 오셨다. 그런데 수녀님은 대구에서부터 그림을 무릎에 얹은 채 오셨다고 했다. 물감이 들떠 작품을 세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작품은 보내온 이미지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수녀님 말씀처럼 바로 세우면 물감이 우수수 떨어질 지경이었다. 아마도 직사광선에 노출되고 습도 변화가 급격한 환경에서 장기간 보관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성 요셉과 아기 예수님' 복원 후. 출처=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본격적인 처리에 앞서 면밀한 사진 촬영을 했다. 그후 캔버스에서 분리되어 떠돌고 있는 물감 파편을 제자리에 배치하고 아교를 사용해 접합했는데, 접합이 완료될 때까지는 한지로 고정했다. 이후 손실된 부분은 메워주고 색 맞춤을 통해 마무리하였다. 다행히도 복원 결과에 만족하셨고 현재 수녀회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인간이 나이를 먹고 늙어가듯 미술 작품들도 노화를 겪는다. 전시나 운반 도중에 예기치 않은 사고나 재해 등으로 작품 일부가 손상되기도 한다. 미술관에 있는 수많은 명화도 거의 예외 없이 다소간의 손상이 있다고 보면 된다. 만약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로 미술관 벽에 걸어 놓았다면 어떨까? 보기에도 흉측한 누더기들의 전시장이 되고 말 것이다. 오랜 세월 미술품 복원가들의 적절한 처치가 이어졌기에 루브르의 작품들이 복사본이라는 의혹까지 받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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