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미국 관구 교양지 인터뷰 중... 사제 직무 제외한 행정·통치 분야에 여성 참여의 길 넓혀야 한다고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지만, 교회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며 여성 사제서품 불가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또 주교회의에 대한 미국 신자들의 신뢰가 낮은 데 대해 “(주님께서 파견하신) 목자는 주교이지 주교회의가 아니다”며 “주교회의만 보고 주교의 권위를 깎아내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예수회 미국 관구가 발행하는 문화교양지 ‘아메리카(America)’ 11월 28일 자 인터뷰에서 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주교 위상, 대 중국 관계 등 교회를 둘러싼 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진솔하게 피력했다.
여성에게 ‘제3의 길’도 있어
먼저 교황은 사도좌가 그동안 수차례 밝힌 ‘여성 사제서품 불가’ 입장은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역할 차이를 사도 베드로로부터 교황에게 내려오는 사제 직무의 ‘베드로 사도 원칙(Petrine principle)’과 여성 특유의 온화함과 헌신이 돋보이는 ‘마리아 원칙(Marian principle)’으로 나눠 설명했다.
교황은 또 “교회는 어머니이고, 교회라는 단어는 남성형(il)이 아니라 여성형(la)”이라며 여성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에게 ‘행정적인 길(administrative way)’이라는 제3의 길도 제시했다. 여성은 남성과 비교해 살림과 행정, 조직 관리를 꼼꼼히 잘 하기 때문에 교회는 여성들이 이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실제로 여성들이 마리아의 영성에 충실하면서 제3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공간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 여성 3명을 주교 선별을 담당하는 교황청 주교부 위원으로 임명했다. 2년 전에는 교황청 국무원에 첫 여성 차관을 임명했다. 사제 직무를 제외하고 여성이 교회 행정ㆍ직무ㆍ통치 분야에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게 교황의 생각이다.
주교와 주교회의 차이 구분해야
교황은 미국 주교회의가 신자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데 대해 “주교회의는 예수 그리스도가 만든 기구가 아니다”며 그리스도께서 보내신 목자인 주교와 주교들의 협의기구인 주교회의를 동일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답변은 ‘아메리카’ 지가 실시한 설문 결과와 관련이 있다. 신자들은 설문에 제시된 교회 내 단체(조직) 신뢰도 평가에서 주교회의에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매우 신뢰함’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에 지나지 않았다.
교황은 “주교는 자신에게 맡겨진 양 떼와 얼마나 친밀한가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며 “훌륭한 주교는 사상가가 아니라 목자이며, 참 목자는 좌파 우파 어디에나 많다”고 말했다. 정치적 색깔이나 특정 이슈에 대한 견해 차이로 주교를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중국과의 대화, 느리지만 계속 앞으로
교황은 외교 수립을 위한 중국과의 대화가 “속도는 느리지만 앞으로 계속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바티칸과 중국은 2년마다 갱신하는 ‘주교 임명에 관한 잠정 합의’로 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을 ‘잠정적으로’ 치운 상태다. 주교를 독단적으로 임명하던 중국 정부가 임명의 최종 권한이 교황에게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또 11월 24일 존 펑 웨이자오 주교를 바티칸과 협의 없이 단독으로 임명했다. 바티칸은 즉각 “갱신된 잠정 협의의 규정에 어긋나기에 충격과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외교에서 최선의 길은 대화”라며 “대화에는 실패도 있고 성공도 있지만, 지속적인 대화 외에 다른 길은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낙태 문제와 관련해서는 “태아는 엄마가 (임신 사실을) 알기 전에 이미 살아 있는 인간”이라며 “문제는 사람을 죽이는 이 현실이 정치적 이슈로 비화할 때”라고 말했다. 선거철마다 낙태 이슈로 유권자를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로 ‘갈라치기’하는 미국의 선거 문화를 비판한 것이다.
즉위 10년 중 가장 후회되는 순간에 대한 질문에는 “매사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행하려고 노력한다”며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때는 늘 실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라고 대답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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