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원은 11월 25일 젠 추기경을 비롯한 ‘612 인도주의 구제기금’ 신탁 관리자 6명에게 적용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형 판결을 내렸다. 젠 추기경에게는 4000 홍콩 달러(약 68만 원) 벌금을 부과했다.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날짜(2019년 6월 12일)를 딴 ‘612 인도주의 구제기금’은 시위 중 체포되거나 다친 시민들의 법률 구조 비용과 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것이다. 행정 조례상 기금을 운용하려면 당국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 절차를 생략한 채 시위대를 지원했다. 이 기금은 순수한 자선기금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띤 ‘단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 조례는 1911년 영국 식민 통치자들이 독립저항 조직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이번 판결을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들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젠 추기경과 함께 기소돼 벌금형을 받은 마거릿 응 전 입법부 의원은 “홍콩에서 이 조례에 따라 기금(단체)을 등록하지 않았다고 기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판결은 홍콩의 자유와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반대로 행정부와 사법 당국은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의 벌금이 부과된 데 대해 당혹스러워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법원이 적당한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길 원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젠 추기경은 이 재판이 종교 탄압으로 비춰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앞서 “가톨릭 성직자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원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젠 추기경에게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6명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이 ‘외국에 홍콩에 대한 제재를 촉구해 국가 안보를 위험을 빠뜨렸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은 벌금형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형량이 높다. 경찰이 이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지, 아니면 불기소 처리하고 사건을 종결하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