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나학교 개교 당시 입학해 벌써 자녀가 10살이 된 김선혜(가명, 29)씨가 아들과 함께 미사 중 묘목을 봉헌하고 있다. 묘목은 자오나학교 학생들이 후원자들의 사랑 속에 자라나 새로운 삶의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상징한다.
미혼모와 학교 밖 위기 청소년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 ‘자오나학교’(교장 지서운 수녀)가 개교 및 설립 10주년을 맞아 12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덕분입니다! 자오나학교 10년’을 주제로 기념 미사와 행사를 거행했다.
2014년 10월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 선교 수녀회(관구장 노정미 수녀)가 개교한 자오나학교는 임신한 여성 청소년들의 학업과 출산·자립을 돕는 대안학교다. 자오나학교의 10년 세월을 축하하고자 열린 이날 미사와 행사에는 자오나학교 졸업생·재학생·후원자 약 180명이 참석했다.
이문수(글라렛선교수도회) 신부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나무 위에서 주님과 눈을 마주친 뒤 새 사람으로 거듭난 자캐오처럼 자오나학교 학생들도 새로운 인생을 선물 받았다”면서 10년간 학생들에게 새 희망을 선사해온 자오나학교의 역할에 의미를 더했다. 이 신부는 “새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학생들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라면서 “‘생명의 소중함’에 경종을 울리는 자오나학교와 같은 곳이 왜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 다시금 생각해볼 때”라고 전했다.
개교 당시 첫 입학생으로 현재 10살 자녀를 키우는 김선혜(가명, 29)씨는 “자오나학교는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제게 안식처가 돼줬다”며 “졸업 후에도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친정 같은 학교가 벌써 설립 10년을 맞았다니 기쁘다”고 밝혔다.
김순자(가명, 63) 할머니는 강화에서 손주 손을 잡고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임신 당시 약물 중독이었던 그의 딸은 자오나학교의 도움으로 무사히 출산하고, 이후 마음을 잡고 약을 끊었다. 김 할머니는 “딸은 현재 아르바이트도 하고 사이버대학교에 입학해 새 삶을 그려가고 있다”며 “자오나학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학교장 지서운 수녀는 “그간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며 “많은 후원자의 헌신과 사랑이 아니었다면 결코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여원(가명, 24)씨는 자오나학교 덕에 갖게 된 새로운 꿈과 희망을 공개했다. “중학생 때부터 간호사가 꿈이었지만, 임신 후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우울증이 매우 심했어요. 자오나학교에 입학해 심리치료와 검정고시 준비를 병행하며 결국 간호사가 됐습니다. 9살 아들이 더 크면 의료 환경이 열악한 오지에 나가 제가 받은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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