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나이지리아 오워오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본당의 테러 희생자 장례 미사.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WAP)’ 조직원들이 6월 5일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가 거행되는 성당에 들이닥쳐 총격을 가해 신자 40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지에서는 이 테러를 ‘오순절 학살’이라고 부른다. OSV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지난 14년간 단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살해된 사람이 5만 명이 넘는다는 충격적인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나이지리아에 본부를 둔 국제시민자유ㆍ법치학회가 10일 ‘나이지리아에서 순교한 그리스도인들’이라는 제목으로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2009년 이슬람 테러조직 보코하람이 출현한 이래 지금까지 그리스도인 5만 225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슬람 급진주의를 표방하는 무하마두 부하리 대통령이 집권한 2015년 이후만 하더라도 그리스도인 3만 250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기간에 온건파 무슬림도 3만 4000명 살해됐다.
이 보고서는 “올해 들어서도 석 달간 무방비 상태의 그리스도인 1041명이 살해되고 707명이 납치됐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부하리 대통령 치하 8년간 교회 1만 8000개와 미션 스쿨 2200개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파괴됐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국민의 종교는 이슬람교 51%, 그리스도교 46%다. 무슬림은 북부, 그리스도인은 남부에 주로 거주한다. 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의 약 16%인 2700만 명이다.
두 종교는 큰 충돌 없이 공존해왔지만 보코하람이 출현하고 이어 부하리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갈등에 휩싸였다.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이 과거 식민지 시절에 효율적 통치를 위해 3~4개 주요 부족을 이간질한 바람에 반목이 심해졌다. 나이지리아는 독립 이후에도 그러한 부족 간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슬람교가 우세한 북부의 그리스도인들은 생존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박해받는 교회를 지원하는 릴리즈 인터내셔널의 앤드루 보이드 대변인은 “엄청난 사망자 수”라며 “살해되거나 난민이 된 그리스도인과 온건파 무슬림 숫자를 보고 등골이 오싹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지리아 정부는 급진주의자들의 손에 그리스도인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방관하고 있다”며 “더 끔찍한 것은 국제 사회의 무관심에 만족해하는 정부 태도”라고 비난했다. 개신교 선교단체 오픈 도어즈의 ‘2023년 세계(종교박해) 감시목록’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예수님을 따르기에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다.
나이지리아 주재 교황대사 안토니오 필리파치 대주교는 지난 1월 민나교구의 한 본당 신부가 무장괴한들에게 피살된 직후 “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사람들은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없는 가장 가난한 이들”이라며 정부의 적극적 대처를 촉구한 바 있다.
또 유엔 주재 교황청 상임 옵저버 포르투나투스 느와추쿠 대주교는 지난달 제52차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에서 “오늘날 그리스도인 7명 중 1명이 박해를 받고 있다”며 종교적 신념 때문에 박해를 받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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