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수도 아바나 거리에서 쿠바의 주보 ‘자비의 성모 마리아’ 축일 행렬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다. OSV
페이스북을 통해 쿠바의 상황을 외부에 전하는 알베르토 레예스 신부가 “현재 쿠바에서 대화를 주도하고, 공산주의 사회에서 자유 사회로의 전환을 제안할 수 있는 주체는 가톨릭교회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레예스 신부는 스페인 신문 「엘 디베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빈곤에 허덕이는 국민들이 공산주의 종식과 자유 회복을 외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카마구이대교구 소속인 레예스 신부는 소셜미디어상에서 공산 정권을 자주 비판하는 바람에 정부의 ‘위험인물’ 선상에 오른 성직자다.
레예스 신부는 “국민의 72%가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다”며 “그들 대부분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이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상황을 바꿀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되뇌면서 이민을 유일한 탈출구로 생각하는 무기력한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는 국가 번영은커녕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열망에 부응하는 사회를 건설한 능력을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카리브 제도에 있는 쿠바는 1959년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2016년 사망)가 정권을 장악한 이래 현실 사회주의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오랜 경제 봉쇄와 자립 경제 실패 탓이다. 카스트로 정권은 혁명 이후 무신론적 공산주의를 추구하면서 교회를 심하게 탄압했다. 전체 인구의 약 60%가 가톨릭 신자이지만, 탄압이 극심할 때는 전국의 성직자 수가 200명밖에 안 됐다. 미사 참여가 정부 전복 행위로 간주되기도 했다.
교회를 ‘혁명의 적’으로 여겼던 카스트로가 교회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탄압의 고삐를 늦춘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현재 정부와 교회의 관계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원만해졌다. 교회는 카스트로의 철권통치에 맞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치지는 못했을지언정, 생존을 위해 비겁한 타협은 하지 않았다는 게 국민들의 대체적 인식이다. 레예스 신부가 “자유 사회로의 전환을 제안할 수 있는 주체는 가톨릭교회뿐”이라고 말한 배경에는 이런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레예스 신부는 “국민들은 거짓 약속을 매일 북처럼 울려대는 집권자들의 민낯을 여실히 보았다”며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에”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전국 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쿠바 청년들에게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며, 여러분이 속한 구체적인 공동체에서부터 (오늘과 내일을)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를 띄운 바 있다. 앞서 교황은 2014년 미국과 쿠바가 화해하고 50여 년간 단절한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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