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교구장 스테판 차우 사우얀 주교가 지난해 3월 17일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복(福)’ 자가 인쇄된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차우 주교는 홍콩과 본토 교회, 중국과 바티칸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OSV
홍콩교구장 스테판 차우 사우얀 주교가 17일부터 5일간 중국 본토를 방문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래 홍콩교구장의 본토 공식 방문은 1985년 우쳉충 추기경 이후 처음이다.
중국 관영 통신은 지난달 초순 차우 주교의 방문 결정 소식을 처음 타전하면서 ‘역사적 방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초청자는 베이징대교구장 리 샨 대주교다. 리 샨 대주교는 중국 정부 산하 천주교 조직인 애국회를 대표한다.
차우 주교 일행의 베이징 일정과 관련 사진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차우 주교가 출발에 앞서 “이번 방문은 양측의 교류와 소통을 촉진하는 ‘다리’가 돼야 하는 홍콩교구의 사명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밝힌 만큼 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주력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교황청 소식통에 따르면 차우 주교 일행은 16세기 명나라 말기에 중국에 도착해 선교의 초석을 놓은 이탈리아 선교사 마테오 리치의 시복시성 기도회에 참석했다. 또 국립 신철학원(신학교)을 방문해 사제 양성 경험을 교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베이징에 있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대성당에서 감사 미사도 봉헌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우 주교는 교회의 애국심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우리는 모두 국가와 교회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홍콩이나 본토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조국을 사랑해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아시아뉴스가 전했다. 또 베이징 신자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진행하는 세계주교시노드에 대해 설명하고 “홍콩과 베이징교구뿐만 아니라 본토의 모든 가톨릭 공동체는 사랑의 친교 안에서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우 주교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그가 홍콩과 본토 교회는 물론 중국 정부와 바티칸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홍콩 교구와 본토 교회는 한 국가에 속한 하나의 교회이지만 관계가 단절된 채 살아왔다. 특히 중국 정부가 바티칸과 공동 서명한 ‘주교 임명에 관한 잠정 합의’를 어기고 최근 주교를 독자적으로 임명한 상황에서 성사된 방문이라 더 관심을 끈다. 바티칸은 중국의 합의 위반에 유감을 표명한 상태다.
차우 주교는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과 아일랜드에서 수학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예수회 소속이다. 본토는 물론 대만과 마카오까지 아우르는 예수회 중국관구장을 맡은 적이 있어 중국 문화와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가 깊다. 또 자유 민주주의를 지지하면서도 본토와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한 중도 성향이다. 덕분에 교황이 2년 전 차우 주교를 교구장으로 임명했을 때 홍콩과 베이징에서 무난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교회를 이해하려면 공산 정부가 고수하는 종교의 ‘삼자(三自) 정책’을 알아야 한다. 공산당은 1949년 집권 이후 “제국주의자들이 종교를 문화침략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더는 용인할 수 없다”면서 바티칸과 관계를 끊었다. 그러면서 내세운 것이 △자양(自養, 경제적 자립) △자전(自傳, 스스로 전교) △자치(自治, 스스로 통치) 원칙이다. 중국이 교황에게 유보된 주교 임명권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주교를 선발해 바티칸과 갈등을 빚는 것도 이 원칙 때문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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