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제작, 출시한 다큐멘터리 ‘아멘: 교황에게 묻다(The Pope: Answers)’. 프란치스코 교황이 촬영장에 도착해 젊은이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들과의 대화에서 “진정한 교회는 변방에 있다”고 말했다. 한 젊은이가 가톨릭계 초등학교에 다닐 때 교사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울먹이며 털어놓자 교황은 “교회 내 사람이 아동을 짓밟았다면, 그는 끔찍한 위선자이며 이중 생활자”라고 비판했다. 일부 젊은이는 교황이 낙태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히죽거리기도 했다.
교황과 젊은이들이 교회를 둘러싼 6가지 뜨거운 쟁점(hot-button)을 놓고 격의 없이 대화하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아멘: 교황에게 묻다(The Pope: Answers)’가 5일 공개됐다. 디즈니가 제작한 이 다큐는 미국의 OTT 서비스 업체 Hulu에 독점 공급됐다.
다큐 촬영은 로마 시내에 있는 한 허름한 작업실에서 진행됐다. 촬영 장소에 미리 도착해 교황을 기다리던 젊은이들은 “그 양반은 카포(Capo, 마피아 두목)야”라며 키득 키득거렸다. 작업실에 들어선 교황은 젊은이들을 보자마자 “악동들이구먼!”하고 반가워했다. 대화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대화에 참여한 젊은이 10명은 국적이 모두 다르다. 종교도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 무신론자, 불가지론자 등 각양각색이다. 교황은 이들의 도전적인 질문을 진지하게 듣고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답변을 이어나갔다. 다음은 대화 내용 발췌.
- 교황님은 왜 그토록 ‘변방’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나요?
“진정한 교회는 변방(변두리)에 있어요. 현실을 보고 싶으면 중심에서 벗어나 변두리로 가세요. 사회적 불의가 무엇인지 알려면 변두리로 가야 합니다. 종교적 의무는 이행하지만, 변방으로 갈 용기를 내지 못하는 공동체는 그저 ‘좋은 사람들이 모인 사교클럽’에 지나지 않아요. 가장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교회의 임무에요.”
- 교회는 무슨 근거로 여성 사제와 여성 교황에 반대합니까?
“신학적인 문제입니다만, 교회라는 단어는 ‘남성형(il)’이 아니라 ‘여성형(la)’입니다. 교회 자체가 그리스도의 아내, 여성이죠. 교회에는 전통적으로 두 가지 흐름, 또는 원칙이 있어요. 사목은 남성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어머니 역할은 여성의 소명과 일치합니다.”
- 교황님은 낙태 행위를 ‘살인 청부업자 고용’이라고까지 비난하셨는데, 낙태는 여성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낙태한 여성을 단죄하지 않으시고 함께 걸으실 거라고 믿어요. 교회가 낙태한 여성을 단죄하면 안 된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낙태는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행위에요. 발생학 전문서적을 봐도 태아는 수정 후 한 달이 지나면 DNA가 정렬되고, 모든 장기가 형성됩니다. 뱃속 태아는 세포들의 집합체가 아녜요. 체계화된 인간입니다. (임신과 출산에 따른) 문제를 없애기 위해 인간 생명을 제거하는 것이 타당한가 자신에게 물어보세요.”(이때 한 여성이 ‘낙태는 합법적이고, 안전하며 자유롭다’고 적힌 패션용 머리띠를 교황에게 정중하게 전달했다. 교황은 미소 띤 얼굴로 선물을 건넨 여성의 뺨에 입맞춤했다.)
- 저는 소셜 미디어에 포르노물을 올려 번 돈으로 어린 딸을 키우고 있어요. 포르노에 대한 교회 입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소셜 미디어의 장점(편리한 기능)과 당신이 하는 일의 도덕성 사이에 구별이 필요합니다. 소셜 미디어의 도덕성은 당신이 그것을 무엇에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소셜 미디어에 음란물이 줄어들면 당신에게는 손해겠지요. 하지만 그 음란물을 보는 사람은 인간적으로 쪼그라듭니다. 성은 하느님이 주신 아름다운 선물이에요. 성적 표현도 인간을 풍요롭게 해주죠. 하지만 성적 표현이 진정한 사랑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당신을 쪼그라트릴 겁니다.”
- 저는 트랜스젠더인 동시에 그리스도인입니다. 교회에 성소수자(LGBT)를 위한 공간이 있나요?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저의 의무는 모든 사람을 환영하는 겁니다. 제게는 누구를 교회 밖으로 쫓아낼 권한이 없어요. (일부 신앙인이 성경을 근거로 성소수자를 단죄하는 데 대해) 증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신앙을 이용하는 사람은 ‘침입자(간첩)’입니다. 다른 사람을 판단함으로써 해방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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