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테가 독재 정권 영향으로 반정부 시위대 연대한 성직자잇따라 중형 선고 받아... 알바레스 주교는 징역 26년 형
중앙아메리카의 니카라과 법원이 마타갈파교구장 롤란도 알바레스 주교를 비롯해 반정부 시위대와 연대한 성직자들에게 잇따라 중형을 선고했다.
니카라과 제2형사법원은 10일 폭력 단체 결성 혐의로 기소돼 가택연금 중인 알바레스 주교에게 징역 26년 형을 선고했다. 앞서 6일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대학 총장 라미로 레이날도 신부를 비롯한 신부와 부제 등 7명에게 각각 10년 형을 선고했다.
다니엘 오르테가 독재 정권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법원은 성직자들에게 적용된 국가안보 침해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알바레스 주교에 대한 선고는 그가 미국 국무부가 주선한 미국행 추방 비행기 탑승을 거부한 다음 날 곧바로 이뤄졌다. 미국행 거부는 조국을 떠나지 않고 독재에 신음하는 민중과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독재 철권 정치를 휘두르는 오르테가 대통령은 1979년 악명 높은 소모사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의 게릴라 출신이다. 2년 전 대통령 4선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승리는 경쟁 상대인 야권 정치인들을 무더기로 구속하고 빼앗은 ‘추악한 승리’였다. 2016년 대선에서는 종신 집권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를 러닝메이트(부통령)로 내세워 세계 최초의 대통령ㆍ부통령 부부라는 기록을 남겼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2018년 정권 퇴진 시위는 대통령 내외의 부패와 권력 남용에서 촉발됐다. 오르테가 정권과 가톨릭교회 관계는 이때부터 급격히 경색됐다. 당시 몇 달간 이어진 대규모 시위로 35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주교들이 폭압적 진압에 쫓기는 시위대를 보호하면서 정부와 야당 사이에서 평화 협상을 중재했다.
하지만 정부는 주교들을 ‘반정부 쿠데타 주동자들’이라고 몰아붙이면서 교회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가톨릭 방송국을 폐쇄하고, 교회 인사들을 대놓고 괴롭혔다. 교황청 대사와 사랑의 선교수녀회도 강제 추방했다. 주교들이 성당으로 피신한 사제들을 만나러 가다가 친정부 민병대의 습격을 받아 다친 적도 있다.
국제 사회는 오르테가 정권의 독재와 교회 탄압에 잇따라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 “니카라과 정부가 민주주의와 시민권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가톨릭교회를 포함해 시민사회 단체를 거스르는 행태를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남미 교회도 탄압 중단과 민주질서 회복을 강한 어조로 촉구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 주일 삼종기도 후 “니카라과에서 들려온 소식 때문에 매우 슬프고, 친애하는 알바레스 주교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니카라과를 원죄 없으신 성모 마리아께 의탁한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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