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를 체포해 조사한 로건 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슨 매시 보안관은 “망치로 감실을 부수려던 범인이 고개를 돌려 그 옆에 있는 성모상을 본 후 ‘(감실 파괴를) 더는 할 수 없어 포기했다’고 자백했다”고 CNA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사건은 지난 1월 5일 아칸소 주에 있는 성 베네딕도회 수비아코수도원에서 발생했다. 경찰과 수도원에 따르면 성당에 침입한 32살 남성 제리드 파남은 망치로 대리석 제대를 부순 뒤 성체를 모신 감실에 접근해 휘장과 그 위에 걸려있는 십자가를 떼어냈다. 이어 망치로 감실 잠금장치를 내리치려다 성모상을 본 순간 무슨 이유에서인지 범행을 멈췄다. 매시 보안관은 “범인은 그 순간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 같다”고 말했다.
범인은 감실을 훼손하지는 않았지만, 제대에 큰 구멍을 내고 그 속에 봉인돼 있던 유물을 훔쳐 달아났다. 수도원 측은 사건 발생 직후 “성 보니파시오와 성 티베리우스, 누르시아의 성 베네딕도 관련 유물을 도난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의 신속한 수사 덕에 범인은 사건 당일 체포되고, 도난당한 놋쇠 유물함은 내용물이 사라진 채 범인 트럭에서 발견됐다. 범인은 유물함에 들어있는 유물의 용도를 몰라 아버지에게 줬는데, 아버지 역시 무슨 물건(?)인지 몰라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매시 보안관은 “천만다행으로 쓰레기통 안에 음식물이나 다른 것들이 없어서 성인 유해를 오염 없이 회수했다”며 “그 유물은 1500년이나 된 것이어서 가격을 매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인은 “예수의 뼈가 제대 아래에 있는데, 하느님이 자신에게 그 뼈를 빼내라고 계속 말씀하신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범인은 약물 남용 전력이 있으며 체포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범인은 재산 손괴 및 절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1878년 설립된 수비아코수도원에서는 현재 수도자 39명이 기도생활을 하고 있다. 수도원은 파괴된 제대를 수리 중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