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밝혀 주님 은총을 보고 느끼자
▲ 정화의 단계를 거치고 나면 하느님 은총의 조명을 통해 평신도 스스로의 소명을 파악하게 된다. 마치 어두운 길을 가기 위해 불빛이 필요한 것과 같다. 【CNS 자료 사진】
▲ 정치우 교장 |
2003년에 나온 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희망을 안고」가 강조한 것은 평신도 영성의 강화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평신도는 세속 현실에 머물며 신앙과 복음의 정신에 따라 능동적으로 활동하면서 그곳에서 주님을 찾아야 합니다.”(평신도 17)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세속의 어둠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주님을 찾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이때 필요한 것이 손전등입니다. 어두운 지하실로 내려갈 때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손전등이나 촛불로 앞을 밝힙니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영적 성장은 정화의 단계를 거친 후 조명을 통해 비로소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평신도는 스스로가 누구인지 그리고 완전하고 영적인 사랑이 무엇인지를 조명을 통해 확실히 깨닫게 됩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느님 은총의 조명을 통해 평신도 스스로의 소명을 파악하고 은총의 실상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조명을 받은 사람은 하느님의 은총과 영적인 사랑이 무엇인지를 머리로 계산해서 아는 게 아니라 영적인 차원에서 새롭게 알게 됩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보기에는 굉장히 연약한 몸을 가지셨지만, 수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성령의 끊일 줄 모르는 조명이 계속 쏟아지니까 그 힘을 가지고 육신이 강해지는 것입니다. 음식을 잘 먹어서 육신이 강해진다? 아닙니다. 잘 먹어도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이들이 수두룩합니다. 내 생각에만, 내 욕심에만, 내 의지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그 안에는 하느님의 조명이 스며들 틈이 없습니다.
나를 버리고 하느님 의지에 맡겨야
조명은 나 자신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엇에? 하느님의 의지에 포기하는 것입니다. 세속에서 살아가는 평신도에게 하느님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정화의 단계를 통해 매일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면, 조명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느끼면 느낄수록 하느님의 신비스러운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놀라게 됩니다. “어쩌면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 놓으셨을까.” “어쩌면 나를 이렇게 신비롭게 창조하셨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그 순간, 이 세상은 우리 맘대로 함부로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게 됩니다. 이 세상이 그리고 나와 우리 모두의 삶이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의지대로 움직여 나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하게 됩니다. 천지 창조 때의 그 보기 좋은 모습으로 모든 사람이 변화되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이제 나의 의지는 없어집니다. 나는 이제 하느님의 의지에 맞출 수 있도록 도구의 역할만 할 뿐입니다. 내 걸음 하나마다 그분의 의지가, 내 생각 하나하나에 그분의 뜻이, 내 손길 하나하나에 그분의 따스함이 깃들기를 바라게 됩니다.
또한, 조명은 가장 어려운 고통의 순간에서조차도 찾아옵니다. 예수님께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간은 잡히시던 날 밤,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가올 고통을 피하고 싶다고 간청드리며 자신의 뜻보다는 아버지 뜻대로 하시라고 기도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힘으로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하십니다. 포기하고 일어서서 아버지의 뜻대로 갑니다. 여기서 포기는 비겁한 의미의 포기가 아닙니다.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는, 집착에서의 벗어남입니다. 이렇게 조명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을 갈구하게 합니다.
선순환을 만들자
‘조명→포기→내려놓음→은총에 대한 만끽→이웃에 대한 헌신→이어지는 조명’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과연 진짜 하느님 안에서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요? 조명을 받고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 하느님이 원하시는 평신도의 삶이라는 것을 느껴야 합니다. 매일 빛을 받고 싶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계속 빛을 받고 싶습니다.
정치우(안드레아, 새천년복음화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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