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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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국제)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해설] 9.제3장 예수님을 봄 : 가정의 소명 ① (58~66항)

참 빛 사랑 2016. 9. 12. 11:58




나자렛의 성가정은 모든 가정생활의 모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3장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응시하면서 우리 시대를 위한 혼인과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다. “그리스도인 가정의 신비는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에 비춰서만 온전히 이해될 수 있기”(59항) 때문이다. 그분은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버리셨을 뿐 아니라 우리 가운데 계속 거처하신다. 다른 하나는 혼인과 가정에 관한 교회 가르침을 요약해서 제시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의도를 유념하면서 이 장을 몇 차례로 나눠 살펴보자.

혼인을 이해하는 한 가지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은 다 좋은 것이므로 감사히 받기만 하면 거부할 것이 하나도 없다”(1티모 4,4)는 것이다. 혼인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다(1코린 7,7 참조). 그래서 감사히 받아야 하고, “모든 사람에게서 존중되어야”(히브 13,4) 한다. 따라서 부부의 잠자리가 제3자에 의해 더럽혀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부부는 또한 서로 상대의 요구를 물리치지 말아야 한다(1코린 7,5).

혼인이 이렇게 하느님께서 주신 좋은 것이라면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는 혼인의 불가해소성 역시 하느님께서 주신 좋은 것 곧 선물(善物)이어야 한다. 그런데 함께 살다 보면 혼인의 백년가약이 선물이 아니라 부담을 지우는 멍에로 여기게 되고, 그 멍에를 견디지 못해 갈라서고 하는 것은 어찌 된 일일까.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너희의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마태 19,8).

여기서 우리의 결혼생활을 잠시 성찰해 보자. 하느님과 교회 공동체 앞에서 혼인의 계약을 맺을 때 우리는 세상 전부를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배려할 것을 굳게 약속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혼인의 선물을 오히려 부담이요 멍에로 여기곤 한다. 예수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마음이 완고해진 탓이다.

이 굳어진 마음을 어떻게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우리 인간의 여정에 언제나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관대한 사랑”을 통해서다(62항). 그 사랑은 완고한 마음을 치유하고 바꾸어 태초의 모습을 회복하도록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이 사랑은 자신을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바치심으로써 만물을 당신 안에서 화해시키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혼인과 가정도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 안에서 충만한 의미를 띤다. 그리스도께서는 혼인과 가정에 하느님의 사랑을 증언하고 친교의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은총을 주신다”(63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아가 혼인과 가정생활과 관련, 예수님을 교회가 본받아야 할 전형적인 모범으로 제시한다. 예수님께서 카나의 혼인 잔치 기적으로(요한 2,1-11) 공생활을 시작하신 것이나, 라자로 가정과 우정을 나누신 것(루카 10,28 이하), 베드로의 장모를 고쳐 주시고 아이를 잃은 부모의 아픔에 공감해 아이를 다시 살려주신 것(마르 5,41; 루카 7,14-15),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를 나누신 것(요한 4,1-30)이나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을 용서하신 것(요한 8,1-11) 등은 교회가 혼인과 가정에 어떻게 접근하고 대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64항).

그뿐 아니라 하느님 말씀의 강생 신비와 나자렛 생활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교황은 강조한다. 마리아가 ‘예’ 하고 응답함으로써 아기를 잉태한 일, 요셉이 ‘예’ 하고 응답함으로써 아기와 마리아의 보호자가 된 일, 초라하게 태어난 아기 앞에서 목자들이 기뻐하고 동방 박사들이 이 아기를 경배한 일, 이집트로 피신한 일, 예루살렘 성전에서 율법 교사들과 대화를 나누는 어린 예수, 나자렛에서 순명하면서 30년을 지낸 그 일들을 통해 나자렛의 성가정의 삶을 관조하고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과 가정들의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65항).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나자렛의 성가정이 산 사랑과 충실의 계약은 모든 가정을 형성하는 원리를 비추어주며 가정들이 삶과 역사의 부침을 더 잘 대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를 기초로, 모든 가정은 그 약함에도 불구하고 세상 어둠 속에서 빛이 될 수 있습니다. 나자렛은 우리에게 가정생활의 의미를, 사랑에 찬 친교를, 그 단순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그 신성하고 침해할 수 없는 특성을 가르쳐 줍니다”(66항).


※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안하는 대로, 나자렛 성가정을 우리 가정을 위한 모범으로 삼고자 복음서의 관련 부분을 찬찬히 읽고 묵상해 봅시다. 관련 복음 : 마태 1,18─2,23; 루카 1,26-38; 2,1-52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