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대 세계에서 가정들이 처한 상황은 참으로 다양하고, 이는 새로운 도전 혹은 과제가 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 양육과 신앙 교육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고용 문제, 경제적 문제, 자녀들의 미래 문제 등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많은 가정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알코올, 마약, 도박 등 각종 중독 현상들도 큰 문제다. 가정이 이런 중독으로부터의 예방, 혹은 치유의 장소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가정 폭력은 인간관계의 기초가 돼야 할 가정을 오히려 적개심과 증오의 온상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 모든 상황들은 가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와 관련, 혼인에 기초한 가정의 약화를 우려한다. 혼인에 기초한 가정이 약화되는 것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교황은 이렇게 적시한다. “가정의 약화는 개인의 성숙한 성장에는 물론이고 공동체 가치의 함양과 도시들과 나라들의 도덕적 진보에도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52항).
나아가 교황은 가정의 상황들이 엄청나게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사실상의 동거나 동성 결합을 혼인과 동등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일시적 결합(동거)이나 생명의 전달을 차단하는 결합(동성 결합)은 사회의 미래를 결코 보장할 수 없습니다”(52항).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배타적이고 불가해소적이고 생명에 열려 있는 혼인을 구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이런 전통적인 혼인에 대해 법적인 해체가 이뤄지고 있으며, 혼전 동거ㆍ계약 결혼ㆍ동성 결합 등 개인의 자율적인 의사에만 기초한 모델들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전통적인 결혼에서 볼 수 있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여성에 대한 폭력은 옳지 않지만, 이것이 혼인 자체에 대한 폄하로 이어져서는 안 되고 “혼인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혼인을 쇄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가정 시노드의 최종 보고서를 인용해 이렇게 강조한다. “가정의 힘은 사랑하는 능력과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는 능력에 있습니다. 가정이 겪는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정은 언제나 성장할 수 있고 사랑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53항).
가정생활과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여성 차별이다. 여성의 권리와 공공 생활 참여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진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의 권리는 더 신장돼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아가 과도하다고 해야 할 여성주의가 생겨난다고 하더라도, 이런 “여성 운동 안에서 여성의 존엄성과 인권을 더욱 분명히 인식하도록 하기 위한 성령의 활동을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54항).
가정생활에 있어서는 여성의 권리 신장 못지않게 남자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부재는 자녀 양육과 자녀의 사회 통합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자녀들에게서 제대로 된 아버지 모습을 빼앗아 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남녀의 본성적 차이와 상호성을 부정하면서 성을 사회 문화적 역할로만 이해하려는 경향에 대해서도 제동을 건다. 이른바 ‘젠더’(gender)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교황은 “생물학적 성과 성의 사회문화적 역할(gender)은 구별할 수는 있지만 분리시킬 수는 없다”(56항)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성은 없어지고, 인간의 성 정체성이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 돼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교황은 생식 기술의 발전으로 남녀의 성적 결합과 무관한 생명의 탄생 문제를 크게 우려한다. 이것이 문제인 것은 생명이 개인 또는 부부의 원의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생명은 원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창조주의 선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황은 “창조주를 대신하려는 죄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인간성을 보호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으며 이는 무엇보다도 인간을 창조된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56항).
이 모든 상황들은 분명히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교황은 여기에 굴복하지 말라며 이렇게 당부한다. “우리의 에너지를 음울한 비탄으로 낭비하는 덫에 빠지지 말고 새로운 형태의 선교적 독창성을 추구해야 합니다”(57항).
이를 위해서는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 가르침의 본질 혹은 핵심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서 「사랑의 기쁨」은 제3장에서 가정의 소명에 관한 예수님과 교회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고찰한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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