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과 가정생활에 어려움을 주는 오늘날의 다양한 경향과 관련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단과 분석은 계속된다. 이를 좀더 살펴보자.
포르노그래피의 확산, 몸의 상업화, 매매춘 등은 사람들을 애정생활과 성생활에서 성숙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로 인한 부부 관계의 위기는 가정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또 별거, 이혼 등은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은 물론 사회 전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개인적 사회적 유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 신자들의 경우 결혼생활의 실패는 동거와 재혼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신자생활에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다.
교황은 저출산과 생식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인구 감소가 결국에는 경제적 빈곤과 미래에 대한 희망 상실로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산업화, 성 혁명, 인구 과잉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문제, 소비주의 등도 저출산의 원인이다. 물론 충분한 이유가 있을 때 부부는 자녀 수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저출산을 위해 국가가 피임, 단종수술은 물론 심지어 낙태까지 정책적으로 강요하는 것에 대해 교회는 강력하게 거부한다.
어떤 나라들에서는 신앙과 종교적 실천의 약화가 가정에 영향을 미쳐 어려움에 처하게 한다. 가정이 사회 제도로부터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할 때 가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녀를 양육하기 어려워지고 새로운 생명을 낳는 것을 주저하게 되고 노인들을 짐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교황은 이와 관련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국가는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보증하고 가정을 꾸릴 계획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법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할 책임이 있습니다”(43항).
주택 문제 또한 가정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주택은 단순한 잠자리가 아니라 품위 있고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교황은 교황청 가정평의회가 1983년에 발표한 ‘가정 권리 헌장’을 인용, “가정은 가정생활에 적합하고 가족 수에 비례한 품위 있는 주거에 대한 권리를 지닌다”고 강조한다. 또 “가정과 집은 함께한다”면서 이는 “개인의 권리만이 아니라 가정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고 밝힌다(44항). 가정은 또한 법적 경제적 사회적 재정적 영역에서 가정 정책을 통해 제대로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황은 경제적 제약으로 말미암아 가정들이 교육, 문화 활동, 사회생활 참여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혼외 자녀 문제, 아동 학대와 아동 성폭력, 거리의 아이들 등 아이들이 겪고 있는 어렵고 불의한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이민은 가정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시대적 표징이다. 더욱이 전쟁, 박해, 가난과 불의, 불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이민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줄 뿐 아니라 가정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장애인을 둔 가정의 현실도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5년 가정을 주제로 한 주교시노드의 최종 보고서를 길게 인용한다. “장애를 지닌 이들은 그 가정에는 선물이며 사랑과 상호 도움과 일치 안에서 성장할 기회입니다.…만일 그 가정이 신앙의 빛 안에서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이(장애인)들을 받아들인다면, 그들은 모든 인간 생명의 특별한 가치를 깨닫고 보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와 봉사를 촉진할 것이고 장애인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삶의 모든 단계에서 사랑을 주도록 사람들을 고취할 것입니다”(47항).
교황은 노인들과 관련해서도 언급한다. 경제력이 없고 취약한 노인들은 부담으로 여겨질 수 있고 때로는 단지 경제적인 이유로 부당하게 착취당하기도 한다. 안락사와 보조 살인 또한 가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교회는 이를 강력히 반대하면서 노인들과 약한 가족을 돌보는 가정들을 지원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고 교황은 진술한다(48항).
교황은 끝으로, 극심한 빈곤과 큰 제약 속에 살아가는 가정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대표적 예가 혼자서 아이를 키우며 돈을 벌어야 하는 편모 가정이다. 엄마가 일하러 가는 동안 아이는 인격적 성장에 방해되는 온갖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경우에, “교회는 즉시 규범을 들이대기보다는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 이해하고 위로하며 수용해야 한다”고 교황은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하느님의 자비를 보여주는 소명을 받은 바로 그 어머니(교회)에 의해 심판받고 버림받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49항).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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