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기획특집 1922

일부 신자와 사제, ‘정교분리’ 원칙에도 독립운동 적극 참여

대구대목구에 모인 드망즈 주교와 뮈텔 주교 등 프랑스인과 한국인 사제들. 프랑스-아시아연구소(IRFA) 제공일제, 정교분리 원칙 내세워 회유하고 설득병인박해(1866) 직전 흥선대원군이 베르뇌 주교에게 러시아의 침입을 막아주면 종교자유를 허락하겠다는 제안을 한 바가 있었다. 그러나 협상 전에 박해가 일어났고, 12명의 선교사 중 9명이 순교하였다. 프랑스는 러시아와 긴 협상을 통해 1894년 노불동맹(露佛同盟, 러불동맹)을 체결하였는데, 자연스럽게 프랑스 선교사들도 친러시아·반일본 입장을 갖게 되었다.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는 청일전쟁 이후 고종에게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하라고 권유하기도 했고, 헤이그 특사 파견을 위해 중국 상해에 피신 중인 파블로프(Pavlov) 러시아 공사와 교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

기획특집 2024.09.05

순교 성지에 영성 담아내려면 ‘기도하는 성지’ 돼야 합니다

영적인 거룩함을 담아내는 데에는돈이 들지 않습니다200년 전 초대교회 모습을재현하기 위해가난하고 소박하고 단순하고 검소한성지를 만들고 싶습니다억 단위의 돈을 들여성지를 경쟁적으로 개발하는 일은그만해야 합니다볼 것 없고, 먹을 것 없고, 놀 것 없는 성지에서 할 것이라고는기도밖에 없는 성지로만들고 싶은 바람입니다저는 200년 된 교우촌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고, 신앙 속에서 교리에 의지하여 살았습니다. 일상 그 자체가 거룩함이었지요. 그런데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가 배출된 공소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고 텔레비전이 들어오면서 묵주 대신 휴대폰을 들고 잠을 자는 시대가 됐습니다. 박해 시대보다 신앙생활을 하기가 더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지요.많은 사람이 일회성으로 순례길을 걷습..

기획특집 2024.09.04

바닷물 막히니 죽음의 땅으로… 생명의 물 흘려 새만금 살리자

동진강 하구원의 수문. 수문을 기준으로 안과 밖의 물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바닷물이 빠져나간 자리, 땅은 메말라갔고 생물들도 죽어갔다. 아름다웠던 옛 모습은 사라지고, 철새들과 염생식물(염분이 있는 땅에 사는 식물), 말라버린 조개껍데기들만이 이곳이 갯벌이었음을 알려준다. 전북 군산 앞바다의 새만금 갯벌 이야기다.2006년 새만금 물막이 공사·2010년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끝난 뒤, 생명의 땅이었던 새만금 갯벌은 죽음의 땅이 됐다.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이었던 새만금 개발사업은 동시에 최대 생태계 파괴사업이 됐다.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9월 1일)을 맞아 8월 19일 뙤약볕 아래 고요한 새만금 갯벌을 찾았다. 해창 갯벌 모습. 바닷물이 끊기면서 바다로 나가지 못한 배들이 놓여 있다.생명의 땅..

기획특집 2024.09.04

갈라진 형제들이 창조 신비 새기며 함께 기도

전 세계 그리스도인이 하나가 돼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는 창조 축제가 시작됐다. 매년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5주간 이어지는 ‘창조 시기’다. 주님 성탄과 부활 시기가 육화와 구원의 위대한 신비를 기념하듯, 창조 시기는 우주 첫 사건인 ‘창조’의 위대한 신비를 기념하는 절기다. 그리스도인은 이 기간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기도하고 행동한다.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새롭게 다지면서 ‘생태적 회개’로 피조물과 화해를 이루고자 노력한다.창조 시기는 가톨릭과 정교회 그리고 개신교 여러 교파(성공회·루터교회·감리교회·개혁교회 등)가 함께 기린다. 이들이 함께 구성한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운영위원회는 매년 회의를 거쳐 시의적절한 주제와 상징·기도문을 제안한다. 올해 주제는 ‘피조물(창조 세계)..

기획특집 2024.09.04

조선 교우들, “유럽인 선교사들을 받아들이겠다” 교황께 약속

유진길 아우구스티노를 비롯한 조선 교우들이 브뤼기에르 주교에게 1825년 1월 21일 보낸 편지로 책문 주막 대문에 ‘만신만복(萬信萬福)’이라 쓰고 수건을 들고 있으면 안내인들이 알아보고 브뤼기에르 주교를 조선으로 모시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페레이라 주교에게 조선 교우들 입장 밝혀1835년 1월 저의 전권 대리자인 왕 요셉과 면담을 마친 유진길(아우구스티노)·남이관(세바스티아노)·조신철(가롤로)·김 프란치스코 등은 저에게 담배 2갑과 부채 몇 자루, 두통약 몇 개를 선물했습니다.저의 지시를 받은 왕 요셉은 조선 교우들에게 올해(1835년) 음력 11월 저를 조선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을 남경교구장 겸 북경교구장 서리인 피레스 페레이라 주교에게 공식적으로 밝히도록 했습니다. 조선대목구장 주교가 조선의..

기획특집 2024.08.29

천사가 나타나 의심을 풀어주었고 요셉은 마리아를 아내로 맞았다

(작품 1) 요셉의 꿈에 나타난 천사: 22 x 15cm, 템페라, (12세기 채색 삽화, 바바리아 도서관, 뮌헨, 독일) 수사본을 이콘화한 작품. 이콘 마오로, 안성, 한국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눈에 익은 자색 옷에 긴 포목 형태의 청색 겉옷을 두르시고 등장합니다. 청색은 하느님의 색깔입니다. 물·청결·고요함을 나타냄과 동시에 ‘육화’, 다른 말로는 청색을 겉에 입으심으로써 ‘밖으로 드러나신 하느님’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콘에서 자주색 옷에 청색 겉옷은 예수님만, 청색 옷에 자주색 겉옷은 성모님만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흔히 동굴 안에 소와 나귀가 그려지는데, 어둠 속에서 동굴 밖 아기 예수님을 향하여 공경하는 이 짐승들은 다른 나라 민족(이방인)을 상징합니다. “소도 제 임자를 알고 나귀도 주인이 놓..

기획특집 2024.08.29

안중근, 참된 천주교인이며 국권 지키기 위해 순국한 청년 신자

숭공학교 학생과 성 베네딕도회 신부들.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에 수록돼 있다.서상돈 아우구스티노, 국채보상운동 주도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잃은 대한제국의 국운이 다할 무렵, 많은 이가 애국계몽운동과 국채보상운동으로 국가의 독립을 지키려고 뜻을 모았다. 1907년 대구의 신자인 서상돈(徐相燉, 아우구스티노, 1850~1913)이 중심이 되어 일본에 대한 국채를 갚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3년간 전국 사회 각계각층의 호응을 얻어 국민 애국 운동으로 확산했으나, 일본인의 방해 공작으로 1910년 봄에 해산되고 종결됐다.흔히들 ‘천주교는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쉽게 비판한다. 심지어는 천주교인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는 문맹정책(文盲政策)을 펼쳤다고 비..

기획특집 2024.08.29

난자 냉동 권하는 솔깃한 홍보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난자·배아 냉동과 보조생식술을 홍보하는 다양한 문구.“몸은 지금을 즐기고 싶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더 오래 자유롭게 만끽할 수 있도록 지금을 저장하세요!”보기만 해도 달콤한 이 말은 최근 난자·배아 냉동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선 한 난임병원의 광고 문구다. 우리 사회에서 이처럼 난자·배아 냉동, 시험관 시술 등 보조생식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일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명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아이 낳지 않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난임병원 적극적 홍보  보조생식술에 대한 긍정적 인식 심어정부 지원까지 더해 진입장벽 낮춰 홍보에 빠진 내용은과도한 상업적 홍보에 매달려 과배란으로 인한 부작용 언급 없어 생명윤리 지키고 더 건강하게..

기획특집 2024.08.28

모든 걸 버리고 하느님 찬미했던 사부님 모습이 이러지 않으셨을까?

무전체험을 떠나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작은형제회 청원자들. 왼쪽부터 이한빈·홍대화·안상현 수사.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성 프란치스코(1182~1226). 파티의 왕이라 불릴 정도로 온갖 세상의 즐거움을 누린 그였지만, 하느님을 체험하고 복음을 만나면서 가진 재산을 모두 버린 후 그리스도를 따랐다. 특히 마태오 복음 10장 7-10절은 그의 삶의 형태를 결정짓는 중요한 말씀이 됐다. 사람들은 처음엔 그런 그를 미쳤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당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고 부패한 교회 모습에 실망한 신자들은 프란치스코에게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소유 없이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그리스도를 전하는 탁발(托鉢) 수도자 모습에 매료된 것이다. 삽시간에 수많은 이들이 프란치스코를 따르기 시작했다. 미치광이..

기획특집 2024.08.28

“가난은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 욕구 망가뜨려”

10여 년간 가난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의 저자 강지나 작가. 교사로서 대물림되는 빈곤 앞에서 무력해지지 않기 위해 했던 결심이 현재 사회에 다양한 목소리로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가난, 개인의 문제 넘어 집단의 문제교사로서 아무 역할 할 수 없음에퇴직 고민하다 학교 사회복지 공부‘빈곤 대물림’ 박사논문 준비하며10여 년간 아이들 8명 인생 동행수많은 독자 응원 편지 보내와영혼의 고갈 채워주는 게 교회 역할피정이나 캠프, 청소년에 도움 될 것강지나(베로니카) 작가는 10여 년간 주변 가난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기록해 지난해 책으로 출간했다. 지금도 사회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의 저자다. 그는 25년 경력의 중고등..

기획특집 2024.08.28

“1835년 음력 11월에 주교님 입국을 책문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책문과 압록강을 건너면 의주 변문이 나온다. 브뤼기에르 주교가 압록강을 건넜다면 반드시 의주 변문을 통과해야만 한양으로 가는 조선 땅을 밟을 수 있었다. 20세기 초반 의주 변문 모습.왕 요셉, 북경에서 조선 교우들과 면담북경에서 저의 조선 입국을 훼방 놓은 방해꾼들을 쫓아낸 왕 요셉은 계속해서 조선 교우들과 면담했습니다.왕 요셉 : “조선에 교우가 몇 명이나 됩니까?”조선 교우들 : “수천 명이 되지만 정확한 숫자는 모릅니다.”왕 : “그들은 모여 삽니까? 흩어져 삽니까?”조 : “몇몇은 흩어져 있기도 하고 다른 몇몇은 모여 살기도 합니다. 전적으로 교우들만 사는 마을도 상당수 있습니다.”왕 : “조선 교우들 가운데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사람이 있습니까?”조 : “여교우들 중에서 완전한 금욕을 서원한..

기획특집 2024.08.22

주님의 천사가 목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다”

(작품 1) 착한 목자 : 프레스코, 270년경, 코에메테리움마이우스, 무덤 천장화 일부, 로마, 이탈리아.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밤 새워 양 지키는 목자들주님을 기다리는 사람들 상징목자들에게 주어진기쁜 소식 전해야 할 의무에서사도들의 모습도 연상그 근방의 들판에서 밤을 새워가며 목자들이 양떼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님 영광의 빛이 그들에게 두루 비치면서 주님의 천사가 나타났습니다. 목자들이 겁에 질려 떠는 것을 보고 천사는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너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그 소식은 모든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이라고 알리고 있습니다.(루카 2,8-10)목자들? 왜 목자들이었을까? 왜 하필이면 권력이나 재력이 있는 모든 고관대작을 제치..

기획특집 2024.08.22

1888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이어 1909년 베네딕도회 진출

1888년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4명의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수도자를 맞이하는 블랑 주교. 출처=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역사박물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조선에 첫 진출개항기 이후 천주교 금교(禁敎) 조치가 점차 완화될 무렵, 블랑 주교는 교회 사업을 도울 수도회를 찾기 시작했다. 1885년 서울 곤당골에 집 한 채를 사들여 보육원을 설립해 운영했다. 이는 박해시기부터 있었던 ‘성영회(聖嬰會)’를 좀더 체계적으로 확립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약을 보급하기 위한 시약소와 양로원을 준비했는데,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 보육원과 양로원을 관리해 줄 수녀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888년 마침내 프랑스의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출신 4명의 선교 수도자들이 조선에 진출했다. 수도회로서 우리..

기획특집 2024.08.22

35도 폭염 속 쪽방은 ‘불가마’… 주거환경 개선 시급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 쿨링포그가 작동되고 있다. 한 주민이 집 밖으로 나와 더위를 식히고 있다.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기상 ‘입추’(7일)가 훌쩍 지났다. 그러나 푹푹 찌는 여름의 기세는 아직 꺾일 줄 모른다. 여전히 체감 온도 섭씨 35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높은 습도까지 더해져 전국이 거대한 찜통 같다.정부는 2018년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규정하고, 폭염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시적 대책이 아닌 주거환경개선 등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쪽방촌 주민은 여름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수많은 상점이 에어컨 빵빵한 여름을 나는 중에 선풍기 하나 없이 온몸으로 더위를 맞는 이들이다..

기획특집 2024.08.22

“일어나 비추어라”… 교황이 남긴 위로·희망의 메시지 지금도 ‘유효’

갈등과 분열의 시대다. 우리 사회는 혐오와 양극화로 갈라졌다. 세대와 성별·이념으로 나뉘어 서로 무시하고 비방하기 일쑤다.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비극마저 정쟁과 논쟁 소재가 된다. 남북관계도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아래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대화 대신 쓰레기 풍선과 대북 확성기 방송만 오간다. 한반도에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선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대전의 망령’이 되살아날까 두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어느 때보다 치유와 희망이 절실한 지금. 10년 전 이맘때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인물이 떠오른다. 2014년 8월 14~18일 한국을 사목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일어나 비추어라’(이사 60,1..

기획특집 2024.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