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싱(Earthing : 접지, 맨발 걷기)에 취미가 붙기 시작한 것은 고요함을 발견하고부터다. 내 호흡대로 얼마든지 천천히 걸을 수 있고,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을 막연히 바라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그 고요한 사색이 좋았다. 하지만 늘 비슷한 시간대에 어싱을 하다 보니 낯익은 얼굴이 많아지면서 나의 고요함도 깨지기 시작했다. 눈에 띄게 비쩍 마르고 머리카락은 다 빠져 두건을 둘러쓴 젊은 여성이 매일 같이 공원에 나와 어싱을 하고 있으니, 그 사연이 다들 궁금했나 보다. 나만의 온전한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일부러 땅만 보고 걷는데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내게 말을 걸어왔다.1~2년 차 암환자였더라면 아주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내 이야기를 했을 텐데, 지금의 난 너무 지쳐버린 7년차 암환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