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 온전히 신뢰를 두는 길은, 완전한 믿음이라는 이상에서가 아닌, 완벽하지 못한 우리의 믿음을 인정하며 출발하는 것이다. 부활에 우리가 처음 접하는 복음 말씀은 놀랍게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도 믿지 않고 의심을 품었던 제자들의 이야기다. 이는 제자들의 약한 믿음을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믿음이란 것이 나약한 인간 본성을 관통하는 것이기에 나약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임을 말해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부활절이 되었다고 없던 신앙이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제자들의 부활 신앙은 빈 무덤에서 시작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믿음은 당혹스러움·놀라움·의심의 순간을 거쳐야 했으며, 절망에 빠진 그들에게 다가와 말씀을 나누시며 격려해주시는 주님과의 동행 속에서 자라는 것이었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